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패계왕 3부

패계왕~가오가이고 대 베터맨~ 제52화

리나네기 2020. 6. 20. 23:00
《지난화까지의 줄거리》

패계의 권속에 의하여, 전 세계에 트리플 제로가 확산되었다! 제로로보가 대량 발생하고, 지구 전역이 제압될때까지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용신 4자매에 의한 기적의 심메트리컬 도킹으로, 패계 환룡신과 패계 강룡신을 이긴 GGG. 시시오 라이가를 되찾아서, 디스크 X 양산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가오가이고가 패계의 권속이 되었다는 흉보가, 오비트 베이스에 날아왔다! 전설의 솜니움이라 불리는 데우스는, 패계 가오가이고와 함께 어딘가로 떠나, 라미아들이 그 뒤를 쫓는다―――


number.08 禽 -PHOENIX- A.D. 2017 / ????년 (5)


6(承-前)
시간의 강을 떨어져 내리는 외딴 그림자가 있다.
아니, 떨어져 간다는 표현은 올바른걸까. 적어도 관찰자에게 인식되는 한도 내에서는, 시간의 강에는 벡터가 존재한다. 유구한 태고로부터, 아득한 미래로 이어져가는 향기로운 시간의 흐름.
과거로 향하는 외딴 그림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도중이라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외딴 그림자의 현 상태는 "낙하"라 부르기에 어울렸다. 왜냐면 필연이라고도 해야 할 인력에 끌려들어가는 이동이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낙하해가는 외딴 그림자――그 이름은 〈패계 가오가이고〉. 가슴에 왕관을 품은 검은 광택의 거체. 그리고 지금은, 새벽빛의 타오르는듯한 환상의 불꽃을 두르고 있다. 내부에는 두 생명체가 숨쉬고 있지만, 의식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 평상시 속하는 영역보다도, 고차원의 정보가 흘러넘치는 이 강 속에서는, 세계를 지각하는 것 만으로도 뇌에 크나큰 부하가 걸릴테니까.

그리고, 그 외딴 그림자 주위에는, 일곱의 작은 개체가 마찬가지로 낙하중이었다. 고차원의 정보도, 공간으로서의 위상이 완전히 다른 영역도,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이런, 겨우 납득이 되는군요』

음성언어를 전달하는 매질로서의 공기가 존재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이 영역에서 태연하게 의지소통을 해내는 자들――솜니움. 그들은 행동을 같이 하는 동지가 아니다. 데우스라 불리는 전설의 솜니움과, 그를 뒤쫓아 온 여섯이다. 자신의 의지를 발신한 것은, 추격자중 하나인 라이.

『유구한 태고로부터 살아왔다고 칭송되는 전설의 솜니움, 그 이름은 데우스――』

노래하는 듯한 의지에 맞춰, 라이는 애용하는 현악기를 튕겼다. 하지만, 말도 할 수 없는 이 곳에서, 소리가 날 리 없다. 연주가 불발로 끝난 것을 애석해하는듯한 표정으로, 의지의 발신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솜니움이 환경에 적응하더라도, 육체가 물질인 이상, 영원한 시간동안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 그러면, 진실은 단 하나』
『끄응……시간의 강을 헤엄쳐서, 수많은 시대에 존재하게 된다. 그 목격담이 집적되어, 어느덧 전설이 되었다』

라이가 지적하려던 진실을, 옆에서 라칸이 가로챘다. 조금 불만스러운듯한 표정을 짓는 라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라칸은 말을 이었다.

『으음…… 너를 경시하고 있는건 아니다. 가장 옛된(最古) 솜니움. 그런 희소한 힘을 지닌 아니무스의 열매. 어떻게 손에 넣은거지? 나로서는, 영원을 살아가는 것 보다도 아득하게 훌륭하다만』

진심으로 칭찬하는 표정이 라칸에게서 떠오른다.

『어떻게라고는 해도, 아무 고생도 하지 않아. 나 자신이, 그런 열매의 숙주로 태어났다. ……그 뿐이야』
『스스로 아니무스의 숙주가 되는 특이체질인가…… 그렇다고 해도, 다른 아니무스를 경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렇게 고한 것은 라미아다. 언제나 침착한 솜니움이지만, 그 의지에는 차가운 불길같은 분노가 꾹꾹 눌러담겨져 있었다.
아니무스라는 식물의 열매는, 마음 있는 생명체의 생명을 결정화한 것. 말하자면 혼백 그 자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을 섭취한다는 행위는, 솜니움에게 있어서 지극히 신성한 일이다. 그저 먹이사슬상, 하위의 생물을 먹는다는 것 만이 아니다――라미아를 비롯한 수많은 솜니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때로는 목숨을 걸어서까지 인간을 위해 싸운다. 요코하마의 세풀크룸에서, 아니무스의 꽃밭을 짓밟고 있던 데우스의 모습을, 라미아는 잊지 않았다.

『섭취하는 생명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라. 마치 인간이 지니는 듯한 유치한 윤리구나. 아무래도, 나와 너희들 사이에는, 인간에게 돌리는 애정의 가치가 다른 것 같은걸』
『그럼, 네놈이 품은 사랑이란 어떤거지. 새벽의 영기에 의한 인간의 멸망――너는 봤겠지?』

마침내, 라미아는 결정적인 물음을 던졌다. 잠시간의 시간을 두고, 데우스는 긍정의 의지로 답했다.

『남겨진 세번의 위기 중, 첫번째를 너희들과 인간은 넘었어. 하지만, 두번째……불꽃의 맹금과의 싸움에서, 인간과 너희들 대부분이 사그라들어.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도 세번째의 위기 앞에서 져 버리지…… 그게, 내가 봐 온 역사다』

데우스의 의지에 반응하는 자는 없다. 그것이 진실이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데우스는 예상을 고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동을 통해서 봐 온 미래를, 단순하게 고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걱정할 일은 없어. 이대로, 지구상에서 지성을 지니는 존재가 멸망해버리는건 아까우니까. 내가 다시금 어떻게든 해 보일게』
『으음…… 다시금이란, 무슨 의미지. 지금까지 네가 지성체를 지켜왔다는 건가?』
『그래. 나는 힘 없는 보는 자. 그리고, 시간의 수면에 조약돌을 던지는 자. 비록 자그마한 물결이라도, 그건 넓게 퍼져서 시간의 강을 새로운 흐름으로 이끌 수 있어』

몇달 전에도, 챤디와 행동을 같이 하는 소년에게 몇가지 암시를 주는 것으로, 가오가이고가 패계의 권속에게 승리할 계기를 주었다. 그 행위는, 틀림없이 시간의 흐름을 확정한 자가 아니면, 불가능했겠지.

『시간의 강이란 평범하지 않아. 나나 나와 같은 존재가, 끊임없이 흐름을 비틀고 구부리고, 막아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 그렇기에 인간이라는 취약한 지성체가, 이렇게까지 번영할 수 있는거야』
『나………인간, 정말 좋아…… 그건 좋은 일이라 생각해………』

즉석에서 동의한건, 평상시에는 좀처럼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히이라기다. 온화하고 호오(好惡)의 감정을 지니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거인이지만, 이 정도로 인류에게 호의를 품고 있던 것이다.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을 잘 지켜봐줘』

그렇게 말하면서, 데우스는 패계 가오가이고라는 이름의 외딴 그림자를 보았다.

『이 조약돌로, 나는 시간의 강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거야. 사람이 우주의 섭리 앞에서 멸망할 리 없는 역사로 말이지――』

히이라기의 표정이 희망으로 빛났다. 하지만 다른 자들은――

이윽고, 조약돌은 어느 강가로 흘러들었다.



7

――때는 A.D. 2005년 4월 11일. 지구 인류에게 있어서 기나긴 고난의 나날.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해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다.

첫 출격에서, 지구외지성체인정넘버-2EI-02를 격파한 용자왕 가오가이가의 앞에, 이변이 발생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갈라진 틈"이 생긴 것이다. 시시오 가이와 아마미 마모루 소년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허공에 생긴 틈에서 기어나오듯.

「뭐지…… 저건!」

그 갈라진 틈이 템푸스라 불리는 능력으로, 시간의 강을 비집고 열린 것이라고는, 가이도 마모루도 몰랐다. 갈라진 곳에서 깊고 짙은 안개도 피어나서, 주변을 덮어간다. GGG 베이타워 기지에서는 이 순간, 신주쿠 부도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나타난 외딴 그림자――패계 가오가이고의 어깨에는, 이 시점에서의 마모루와 동년대로 보이는 소년이 타고 있었다.

『자, 동포여. 변신해라…… 그리고 용자왕과 힘을 합쳐, 새벽의 앞잡이를 쓰러트려라!』

그런 의지를 발하며, 패계 가오가이고에게서 뛰어내린 데우스의 이마에, 더욱 더 눈부실 정도로 십자광이 점멸한다. 거세게 선언하는 의지에 반론하지 않고, 솜니움들은 꺼내든 아니무스의 열매를 베어물기 시작했다.
라미아가 합성 포르테를, 라칸이 오우그를, 라이가 아리만을, 유우야가 루메를, 히이라기가 폰두스를, 가쥬마루가 투르바를――각자의 열매를 먹으며 변신해간다.
각각 5m를 넘는 거대한 생체로 변모, 어떤 자는 대지를 밟고, 어떤 자는 공중에 부유하여, 가오가이가나 마모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저거!?」

공중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모루가, 무서워서 소리쳤다. 무리도 아니겠지. 학교 행사료 유메노시마로 왔는데, 갑자기 지구외지성체의 로봇에 휘말려들고, 수수께끼의 방위조직의 로봇과의 싸움에 휘말려들었다. 그 후, 자신의 몸에 미지의 힘이 발현되고, 게다가 이형의 로봇과 괴수들이 출현한 것이다.

「이 녀석들은 도대체…… 적인가!?」

갤레온이 가져온 정보를 해석한 GGG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온 가이에게 있어서도, 이건 상정외의 사태였다.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검은 괴수――베터맨 오우그가 흉문에서 무지개빛 입자를 내뿜었다.

Pectusfollis.Sanctus!
무지개빛의 면역입자로, 여섯의 변신체는 몸이 분해되어 퍼즐처럼 짜맞춰진다. 이윽고 완성되는, 용자왕에 필적하는 30m급의 거체.

『그래. 그 모습이야――솜니움이 환경 적응 끝에 손에 넣은 모습 〈카타프락트(Cataphract)〉!』
(※역주 : 카타프락트(カタフラクト) - 그리스어의 카타프락토스(κατάφρακτος)의 복수형 카타프락토이(κατάφρακτοι)에서 온 단어. 완전무장 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동시에 "철갑기병"을 의미한다.)
카타프락트라고 불린 합체 베터맨은, 그 목을 데우스에게 향했다.

『카타프락트와 힘을 합치면, 용자왕은 새벽의 앞잡이를 쓰러트릴 수 있어! 그리고 2005년에 녀석들을 격파한 지식은 연구되어, 2017년에 인간의 힘을 더욱 갈고 닦게 되지! 그래, 난 이렇게 역사를 짜내려왔어…… 가라, 카타프락트!』

베터맨 카타프락트. 여섯의 의식대로 조종되는 거인이 돌격했다.

『새벽의 앞잡이를 때려부숴라!』

카타프락트가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그 내부에 아오노 케이타와 사이 히노키가 잠든, 패계 가오가이고를 향해서――
하지만 휘둘러진 곳은, 다른 하나의 용자왕이었다. 그 머리 부분을 잡고, 가슴의 갤레온에 얼굴을 접근한다.

「이 녀석, 나를 노리고――!」

허를 찔린 가이의 반응은 늦었다. 애당초 초전투의 영향으로 과잉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사이보그 보디가 기능부전을 일으키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카타프락트는 열려진 턱에서, 녹색의 빛을 뿜었다.


『Pectusfollis Viride――』

갤레온 내부로 방출된 면역입자가, 사이보그 보디에 간섭, 기능을 정지시켰다. 안전기능에 따라 기체 밖으로 배출된 가이를, 카타프락트는 왼손으로 받아냈다.

『무, 무슨 짓을 하는거야――!?』

데우스가 아연실색한 의지를 뿜었다. 이 세상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보았다고 자인하는 데우스에게 있어서, 그건 일찍이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그래. 그 이름은 경악.
베터맨 카타프락트는 가오가이가를 해방하고는, 비어있는 오른 팔로 공중의 마모루를 잡았다.

「아앗, 이거 놔――!」

『Pectusfollis Flavum――』

이번에는 하얀 면역입자로 마모루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잡고 있던 가이와 마모루를, 발 밑의 땅에 나란히 놓았다.

『라, 라미아여―― 라칸이여. 자네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거지!』
『으음…… 모든 것을 간파하는 데우스가, 우리들의 행동은 알지 못하는 것인가?』

카타프락트의 안에서, 라칸이 비웃었다.

『당연하지――내가 이 시대에 간섭하는 것은, 지금 이게 처음이니까. 왜, 이런 짓을…… 너희들은 인간이 멸망해도 상관 없다는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인간과 함께, 새벽의 영기에게서 살아남겠어』

단언하는 듯한 의사에, 데우스가 적의를 보였다.

『어떻게! 이 시대의 인간에게 손을 빌려주면, 12년 후에 도와주는 것 보다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그건 우리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왜……!』

데우스의 물음에, 라미아가 아니라, 라이가 대답했다.

『당신의 목적대로 움직이면, 역사가 분기되어 버리니까 말이지』

평상시에는 경박하게 익살맞은 태도를 취하는 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냉철한 의지. 이 문제가 그에게 있어서, 아니 그들에게 있어서,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 내용이 아니라는걸 보이고 있었다.

『데우스여, 그대는 소인들에게 숨기고 있는게 있겠죠―― 역사는 개편되는 일은 없다. 그저 분기할 뿐이다라는걸

라이의 의지는, 인간이 평상시 사용하는 평범한 표현이 많다. 인류가 적은 서적을 읽는 것이 개인적인 취미이기 때문이다. 그가 림피드 채널에 맞춰 입술을 움직여서 실제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속임수도, 인간과의 대화를 즐기기 위해 습득한 것이다.

『그게 어쨌다는거지? 간섭자는 분기한 후의 역사를 살게 되는걸. 개편되는 것과 같잖아――』
『그게 같다고 생각하는건 당신뿐이랍니다. 데우스 군. 소인들이 여행을 떠난 2017년에 놔두고 온 자들과, 분기한 후의 2017년에 사는 자들은, 같은 자가 아니니까. 비록 생물학적으로 동일개체라고 해도 말이지』
『――라이의 인식은 올바르다. 같이 보낸 시간을 공유하지 않은 그들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다』

라이의 의지를 뒤이은 라미아도, 마찬가지로 강하고 냉철하고 단단한, 영하의 얼음 같은 의지를 발했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분기한 후 새로운 역사를 밟아가면, 멸했던 자들을 구하는 것도 할 수 있어. 그들과 한번 더 존재하고 싶다고는 생각한 적 없는거야―― 파키라 장로나 보다이쥬, 그리고 세메와』

그 이름을 듣고, 히이라기와 가쥬마루, 유우야의 의식이 흔들렸다. 각각 같은 열매의 내성을 지닌다. 육친과도 동등한 자. 아니, 생물학적인 연결 이상으로, 히이라기는 파키라 장로에게, 가쥬마루는 보다이쥬에게, 유우야는 세메에게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는게 엿보였다.

『데우스여――너는 솜니움의 동포이면서도, 우리들을 너무 모르는군』
『우리는 멸해진 자들을 애도할 망정, 소생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 그건 열심히 살고 멸해진 자들에게의 모역이야……』

유우야가, 가쥬마루가, 그리고 히이라기가 스스로의 의지를 드러냈다. 인류라는 친구를 잃어버리는걸 두려워하던 히이라기가, 파키라 장로와의 재회를 바라지 않을줄이야――데우스에게 있어서 뜻밖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간섭으로 역사가 분기했을 경우, 우리들은 원래의 역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라미아는 시간의 강이라는 것의 성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항행자에게 간섭될 경우, 시간의 강은 간섭을 받기 전의 흐름과, 간섭을 받은 후의 흐름으로 분기된다. 그 때, 간섭자가 다시 시간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본래의 미래로는 도달할 수 없다.
그래. 역사개변이라는 사상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2017년에서, 양 롱리가 생각했던 가능성은, 시간을 넘는 방법이 없는 인간이라는 종의 인식의 한계였던 것이다.

『분기 후의 새로운 미래로 귀환한다――그것은 세메들이 멸해서까지 지켜낸 세계를, 버린다는 거다. 우리들은, 그걸 견딜 수 없다――』

라미아는 핏빛의 눈을 좁혔다. 그건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파키라 장로나 보다이쥬, 세메와의 새로운 이별을 강요당하는 것에 대해서.


『───』

데우스는 한동안,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 갇힌 신주쿠 신도심. 거기 존재하는 자들을 바라봤다. 자신과 카타프락트. 케이타와 히노키를 태운채로 있는 패계 가오가이고. 가이를 잃고 기동정지한 가오가이가. 그리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가이와 마모루――

『……마음대로 해』

데우스는 툭 내뱉듯 의지를 발했다.

『너희들이 나와 같은 역사를 거절한다면, 간섭을 중지한 세계에서 인류와 같이 멸망해가라고. 난 다시 다른 시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 뿐이야』

데우스는 관두의 속으로 손을 넣었다. 거기 있어야 할 작은 주머니를 꺼내려다가, 순간 표정이 변했다――

『─――!』
『이런이런, 이걸 찾으시나요?』

라이가 평상시처럼 익살맞은 의지를 발했다. 그가 변신한 베터맨 아리만. 즉, 카타프락트의 꼬리 부분의 끝에,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그건, 데우스가 템푸스의 열매를 담아둔 주머니였다.

『너――어느 틈에!』
『시간의 강을 건너던 동안, 틈을 봐서……려나요』

작은 주머니 속에는, 몇개의 템푸스가 있었다. 희소한 열매, 그 전부인 것 같았다.

『원래의 시대로 돌아간다면, 소인들과 동행하겠습니까?』
『누가!』
『이런, 유감이군요. 소인으로서는 사과할 셈이었는데─―』

소지한 템푸스 열매를 모두 잃었다고 해도, 또 자신이 숙주인 아니무스의 꽃이 피면 될 뿐. 데우스로서는, 이 2005년에 머물러서 그걸 그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너희들은 어쩔 셈이지? 인간이 멸망하는건 슬프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에서 살아가는 것도 거절했다는 것은, 어떻게 할 셈이지?』
『흥… 대답이 알고 싶다면, 우리들이 살아간 후의 역사를, 엿보러 가면 된다. 열매가 생기기 까지, 얼마나 되는 시간이 필요로 할지는 모르겠다만』

다시 비웃는듯한 라칸의 의지. 이렇게까지 듣고, 데우스가 그 이상의 대답을 바랄 일은 없었다.

일동에게 등을 돌리고, 데우스가 안개 너머로 사라진 후――가쥬마루가 상쾌한 표정으로 라미아를 바라봤다.

『감사할게. 라미아. 그 세계를 버렸으면, 난 샤라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테니까!』

라미아가 처음으로 보는 표정이었다. 아마 샤라 외의 자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얼굴이겠지. 여기서 그들이 데우스의 유혹을 받아들였다면, 역사는 새로운 분기로 돌입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템푸스의 열매로 미래로 돌아가더라도, 낯선 미래가 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샤라가 있다고 해도, 다른 존재가 되어 있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뒷처리가 큰일인걸……』

라며, 유우야가 주변을 둘러봤다. 라미아가 선언한 것 처럼, 역사를 분기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 2005년에, 미래로부터의 간섭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가이나 마모루의 기억도 지워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으음…… 그래서 어떻게 할거지, 라미아. 역사를 분기시키지 않고, 새벽의 영기를 이겨낼 방법을, 찾은건가?』
『――물론이다』

라미아는 수긍하며, 카타프락토이의 머리 부분으로 옆을 돌아봤다. 거기에는 두 용자왕이 쓰러져 있었다.

『우리 솜니움과 인간――그 모든 힘을 결집한다』



* * *


「……뭐가 일어난거지?」

시시오 가이는 머리를 흔들며, 현기증 같은 감각을 뿌리쳤다. 격파한 EI-02의 내부에서 코어를 적출해낸 후, 갑자기 눈 앞이 암전된듯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지금은 일단, 이 코어를 파괴해야……!)

적의 코어를 쥐고 있는 가오가이가의 손에, 힘을 집중했다. 그 때,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걸 부숴서는 안 돼에에엣!」

――이 후, 시시오 가이와 아마미 마모루는 영혼의 형제로서, 무수한 시련을 같이 극복해간다. 그 모든 것이 2005년에 시작되어, 최대의 시련이 2017년에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계속)

다음화 2020년 6월 15일(월) 갱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