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패계왕 3부

패계왕~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제57화

리나네기 2020. 9. 1. 00:00
《지난화까지의 줄거리》

패계의 권속에 의하여, 전 세계에 트리플 제로가 확산되었다! 제로로보가 대량 발생하고, 지구 전역이 제압될때까지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하지만 GGG 블루는 사력을 다해 싸워서, 패계 환룡신, 패계 강룡신, 패계왕 킹 제이더라는 난적을 공략하여, 과거의 동료들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지금 여기, 10년 전, 전 우주를 구하기 위해 떠났던 Gutsy Galaxy Guard의 용자와 대원들이 전부 귀환한 것이다!
게다가 베터맨 군단이 2005년이라는 과거에서 옮겨 온, 초대 가오가이가도 가이의 새로운 힘으로 더해졌다. 가이는 드디어 최후의 싸움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했다. 패계왕 제네식과의 최종결전을――
그런 가운데, 사이 히노키는 카무이의 형――목성 결전에서 죽었다 여겨지던 사기노미야 타카시에게서, 놀라운 고백을 듣고 있었다…….


FINAL of ALL 輪 -RING- A.D. 2017 (2)




3(承-前)

「터무니 없는 죄……뭔가요. 그건?」

히노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알고 싶지 않지만, 몰라서는 안 된다. 그런 내심의 갈등이 목소리로 드러나버리고 있었다.

『나는 오렌지 사이트에서, 제로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트리플 제로에 침식된 내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명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쿠시나다의 해치를 열어낸 거다』
「!!」
『그 때, 같이 타고 있던 GGG 대원은 모두 우주복을 입고 있었으니, 산소 유출을 통한 피해는 없었지. 하지만, 선내에는 진한 트리플 제로가 침입해 왔어……』
「그러면, 그들이 패계의 권속이 되어버린건……」
『그래, 나의 죄야……』

히노키는 떨렸다. 이 몇달간 구 GGG 대원들과의 고투. 그게 눈 앞의 인물 탓이었다는건가? 물론, 비록 사기노미야 타카시가 그런 짓을 하지 않더라도, 머지 않아 트리플 제로에 침식당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혹시, 그 행위가 없었따면, 그들은 침식을 버텨내고, 태양계로의 트리플 제로의 유출을 막아내어, 귀환의 여정에 나설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후, 난 아무렇지도 않게 타이가 장관의 지휘로 들어가, 패계의 권속으로 활동했지. 카무이에게 연락을 취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오비트 베이스를 내부에서부터 교란하기 위해……』

히노키는 현기증이 일 것 같았다. 구 GGG 대원만이 아니라, 카무이도 이 남자를 위해 잘못된 길에 섰다는 거니까. 하지만……

「사기노미야 대원. 스스로르 탓하지 말아주세요」
『어째서? 난 그럴 정도의 일을 했는데……』
「당신의 행위는, 모두 트리플 제로에 침식당한 결과입니다. 패계의 권속이 된 사이, 스스로의 행위에 괴로워하는건 모두가 같아요」

히노키의 말 대로였다. 첫 귀환자인 스탤리언 화이트가 매우 괴로워하며 그 죄악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GGG 블루 대원들은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괴로움을 서로 나누게 되었다. 눈 앞에 있는 사기노미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카무이 씨가 저렇게 된건, 알저논에 걸린 탓이기도 해요. 비록 형이 살아있고, 계획에 협력을 요구했다고 해도……… 알저논만 없었다면, 따랐을 리 없어요」

알저논을 발병하기 전, 상냥한 호청년이었던 무렵의 카무이를 떠올리며, 히노키는 말했다.

『고마워, 히노키 씨……』

그런 의지를 발한 사기노미야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에 무리를 시켜버린 것 같았다. 히노키는 의료부 스탭을 부르며, 사기노미야를 눕게 했다.

「쉬어 주세요. 사기노미야 대원. 다시 이야기를 들으러 올게요」

괴로운 듯 기침하면서도, 사기노미야는 수긍했다. 다가온 의료부 스탭에게 뒤를 맡기고, 히노키는 병실을 떠났다. 그런 그녀의 머리속에, 진정제로 잠에 들기 직전의, 사기노미야의 의지가 닿았다.

『네 이름은, 카무이에게 들었어. 오랜 연인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동생은 널 소중히 여기고 있었어……』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대신 분노가 있었다. 숙적에게의 분노다. 지금 GGG가 최우선으로 대처해야 하는건 패계왕이다. 하지만, 히노키에게 있어서는 알저논이야말로 최대의 숙적이었다. 10년을 걸쳐 생체 의공학자가 되어, 박멸을 맹세한 숙적. 그 마음이, 히노키의 마음 속에 다시 한번 깊게 새겨진 것이다.



4

―――두개의 잔이 서로 가볍게 부딪히며, 호박색 액체에 떠오른 얼음과 함께, 경쾌한 소리를 냈다. 장소는 오비트 베이스의 PX(酒保). 건배한 둘은, 시시오 가이와 아마미 마모루다.

「설마, 마모루와 대작할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난 이래뵈도…… 아, 벌써 스물 하나지」
「21세? 혹시 우리들…… 동갑인걸까?」

시시오 가이의 나이를 특정하는건 쉽지 않다. 호적상으로는 1985년생인 가이는, 2017년인 현재 32세가 된다. 하지만, 삼중련 태양계로 떠난 뒤, 본인의 주관시간은 거의 경과되지 않은 채로, 9년 후의 지구에 귀환되게 되었다. 게다가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가이는 18세에 사이보그가 되어, 3년 가까이 흐른 뒤 에볼류더가 되었다. 그 때 가이의 육체는, 18세 때의 유전정보를 베이스로 재구성 된 것이다. 그런 조건을 감안하여, 현재의 육체나이를 측정하면, 21세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왓하! 가이 형이 나와 동갑이라니!」
「이봐, 동갑한테 "형(兄ちゃん)"은 아니잖아. "가이"라고 부르라고」

평상시의 마모루는, 21세의 청년으로서 나이에 걸맞는 언동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가 귀환한 이래, 단 둘만 되면 어린 시절의 말투로 돌아오는 순간도 있었다. 마모루가 자신과 동년대라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가이에게 있어서도, 옛날을 떠올리게 하며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이상한걸. 옛날에는 G 아일랜드에서, 같이 규동 먹고 했었는데」
「그러게…… 그 해변에서 먹은 규동, 정말 맛있었지!」

그건 가이가 에볼류더가 된 직후, 마모루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의 추억이다. 사이보그 보디일 무렵에도 식사를 하는 기능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미각을 즐겁게 한다는 오락일 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에볼류더의 신체가 되어서, 겨우 규동을 진짜 의미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이서 알코올을 훌쩍일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가이와 마모루는 둘 다, 위스키 글래스를 기울이면서도,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이런, 시작은 맥주로 했어야 했나. 바 스페이스가 있어서 무심코……) 라는게 가이.
(으엑, 써…… 무심코 『같은 걸로』라고 말해버렸는데, 달콤한 칵테일 같은걸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게 마모루.

사실 가이도 마모루도 술에 강하지 않다. 가이는 18세에 사이보그가 되고, 에볼류더가 된 이후에도, 느긋하게 취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마모루도 역시 기동부대 대장의 임무가 있던데다가, 엄청나게 단맛 취향(超甘党)이라는 사정이 있다(양부의 식생활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강하다)
(※역주 : 甘党 - 술보다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 간단히 말하면 애들 입맛)
현재는 패계의 권속을 모조리 정해했기 때문에, 제로로보의 출현도 정지했다. 용자로보들의 수리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가오가이고의 예비 요원인 케이타와 히노키, 가오파이가의 르네, 그리고 (곧 부활할) 킹 제이더의 솔다토 J라는 믿음직스러운 동료들이 있다. 가이와 마모루, 카이도들의 어깨에 모든 책임을 짊어질 필요가 강요되는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패계왕 제네식과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간을 가질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둘이 가볍게 가진 술잔치였다.

사실, 마모루는 어쨌든, 가이에게는 에볼류더 능력이 있다. 만취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의 의지로 신체 기능을 제어, 순식간에 알코올을 분해하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상, 그 능력을 쓸 생각은 없다.

(도수 높은 술에 쓰러지는 것도, 다음 날에 숙취로 괴로워 하는것도, 내가 사람이라는 증거인걸……)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이도 마모루도 둘 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도수 높은 술을 맛있게 마시는 척 하면서, 다음 잔부터 어떻게 잘 넘어가는 술로 갈아탈지를…….


그리하여 무사히, 마시기 좋은 칵테일로 전환한 둘이지만, 역시 첫잔 가득한 알코올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화제는 서로의 파트너인, 우츠기 미코토와 하츠노 하나에 대해서로 바뀌었다. 가이는 에볼류더로서, 마모루는 이성인으로서, 서로 반려를 가지는 것에 대해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 GGG 동료들도, 무신경하게 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알코올의 힘에 더하여, 동병상련의 고민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지. 가이와 마모루는, 솔직하게 자신의 결혼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미코토와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에게는 비밀이야」라고 말을 꺼낸 뒤 가이가 말했다.

「우왓하! 그럼 가이 형, 패계왕과의 싸움이 끝나면, 미코토 누나와 결혼식 올리는거야?」
「마모루들은 어떻게 할거야. 아직 입적은 하지 않았잖아? 두번째의 결혼식도 좋지 않을까」

첫번째는 물론, 원종대전 직후, 마모루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 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올린 식이다. 철 없는 사람이라면 『애들 소꿉장난』이라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모루와 하나는 둘 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있어서 신성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신성한 순간이 고작 한번이 아니라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하나 짱과 상담해볼까. 우리들도 이 싸움이 끝나면……」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이의 머리속에 빛이 번뜩였다.

「저기 마모루. 미코토나 하나 짱도 찬성해준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결혼식, 합동으로 올려볼까?」
「엑, 가이 형들하고 우리들하고 함께?」

놀란건 한 순간. 바로 그건, 최고로 훌륭한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응, 하자! 나, 멀지 않게 하나 짱에게 프로포즈 할거야. 그 때, 제안해볼게!」

이성인인 자신이, 평범한 지구인인 하나에게, 그런걸 요구해도 되는걸까…… 라는 망설임은, 단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애당초 마모루도 하나도, 서로의 마음은 굳건했다. 필요한건, 그저 사소한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가이와 마모루가 그런 이야기로 분위기를 살리고 한시간 후. 두 여성이 바 스페이스에 왔다. 우츠기 미코토와 하츠노 하나다. 가이와 마모루가 걱정이 되어 상태를 보러 온 것이다. 미코토는 과음하면 꽐라(酒乱)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술에 강하다. 하나는 술에 약하지만, 스스로의 주량을 잘 알고 있어서, 마모루처럼 허세부리며 과음하는 일은 없다.
그런 둘이 발견한 것은, 카운터에 푹 엎드린 가이와 마모루였다.

「아아, 가이…… 힘들어지면, 알코올 분해하면 될텐데」
「그런 아까운 짓 할 수 있을리가, 이렇게 즐거운 술인데……」
「자, 마모루 군. 물 마셔」
「고마워, 하나 짱……」

하나가 내민 물을 원샷한 뒤, 마모루는 당돌하게 말했다.

「하나 짱……나, 가이 형과 결혼식 올릴거야」
「에엑!?」

당황한건 하나가 아니라 미코토다. 하나는 충격으로 눈을 크게 뜨고, 떨고 있다. 그런 여성진의 모습을 눈치채지도 않고, 가이도 너무 기분 좋은듯 말을 이었다.

「아아, 그렇지 마모루. 교회에서 올릴지(教会式), 신사에서 올릴지(神前式), 정해야지…」
「………」

다음 순간, 하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미코토가 당황해서 그 몸을 부축한다. 그 후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싫어하는 가이를 미코토가 잔소리를 해서, 에볼류더 능력 전개로, 알코올을 분해시켰다. 마모루에게는, GGG 연구부 특제 간기능 증진제를 투여하여, 둘 다 강제적으로 술을 깨게 한 것이다. 취기가 가신 가이와 마모루의 설명에, 미코토와 하나의 오해는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남성진 둘에게는 엄격한 금주령이 떨어진 건 무리도 아니겠지…….


가이와 마모루가 그런 추태를 부리고 있었을 무렵, 카이도와 알루에트는 전망실에 있었다. 24시간 체제인 우주기지에서, 시간감각은 희미해지게 된다. 심야에 밀회중이다……라는 생각은, 둘 다 하지도 않는다. 얼마 전, 『단 둘이서 식사하지 않겠다』라고 카이도가 선언했었다. 그걸 의리 있게 지키는 둘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카이도는 녹차, 알루에트는 애플티다.
이 날, 카이도는 근무시간부터 계속 기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변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안 보이게 된 순간, 알루에트가 물어봤다.

「뭔가 좋은 일이 있었나요, 카이도 씨?」
「너는, 뭐든 꿰뚫어 보는구나」

가볍게 놀란 카이도에게, 내심 (그렇게 싱글벙글하고 있으면 제가 아니라도 안다고요!)라며 태클을 걸면서, 알루에트는 말 없이 수긍했다. 그런 소녀의 내심을 눈치채지 못하고, 카이도는 대원복의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소중한 사람이, 결혼하게 되어서 말야. 그게 기뻐서 말이지……」

카드에 보인 것은, 청첩장이었다. 받은 알루에트는 펼쳐보고, 아연실색해졌다.

「카, 카이도 씨. 이, 이 사람……! 유카 씨 아니에요!?」
「그렇지만……?」

솔직하게 수긍한 카이도는, 알루에트가 왜 놀랐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알루에트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카이도가 어릴 적, 기억을 잃었던 시기에 신세를 진 농장의 외동딸. 그녀가 유카 코알라다. 그 후로도, 어른이 된 지금도 카이도는, 그녀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곁에서 봐도 틀림없었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알루에트는, 유카를 카이도가 입원한 병실로 데리고 간 것이다.

「카이도 씨. 유카 씨를 좋아했었죠? 친구로서가 아니라……」
「아아, 여성으로서 좋아해」
「그런데, 유카 씨는 다른 남성과 결혼하는건가요!?」

카이도가 보여준 청첩장은, 유카와 낮선 남성의 결혼식 청첩장이었다. 햇살에 그을려 건강해보이는, 그야말로 호청년인 젊은이가, 유카와 같은 사진에 찍혀 있었다.

「그야, 그녀에게는 확실히 교제 상대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때, 병실에서 『사귀고 있다(付き合って)』라고……」
「좋은 친구로서 지내고 있어(づきあい). 그래서 기뻐. 그녀가 행복해지는게」

알루에트가 무엇에 흥분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투로 카이도는 중얼거렸다. 현기증조차 일어날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힌 채, 알루에트는 전에 들은 소문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카이도는 하츠노 하나에게 희미한 연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걸 드러내지 않고, 하나와 마모루를 재회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당신이란 사람은……」

고개 숙이고 작게 중얼거리는 알루에트. 그 어깨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알루에트……?」
「당신이라는 사람은 언제나 언제나 그렇게, 남의 행복만 생각하는거야!?」

알루에트는 엄청 가까운 거리에서, 눈물로 젖은 눈망울로, 카이도의 눈을 들여다봤다.

「가끔씩은 스스로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알루에트의 기세에 밀려, 카이도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수긍했다.

「아, 아아……」

말로는 이렇다지만, 이 사람은 스스로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알루에트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됐어. 지금부터 시간을 들여서, 내가 이해시켜줄테니까……!)

따뜻했던 녹차와 애플티는, 완전히 식어버렸다.



5

패계왕 제네식과의 최종결전.
그 날은 가깝다고, 가이――그리고 베터맨들은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 어떤 장소가 될지 예상하기는 불가능했다. 작년, 목성 대결 당시, 가이들은 패계왕 제네식을 웜홀의 너머에 봉인했다.
즉, 다음에 나타날 때는, 어디선가 웜 홀의 출구를 열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지구상일지, 또 목성 근방일지, 완전히 다른 곳일지는, 예측하기는 곤란하다.
출현할 시각도, 공간축처럼 시간축이 어긋나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특정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100년 후. 지금의 GGG가 사라진 후에 나타날 일 조차 있을 수 있겠지. 전 우주 규모에서의 영고성쇠를 관장하는 트리플 제로에게 있어서, 100~200년 정도의 엇갈림은 오차의 범위 내일 것이다.
그리고 GGG쪽에도 사정은 있었다. 패계왕 킹 제이더와의 싸움에서 사력을 다해서, 수많은 용자로보들이 큰 손상을 입었다. 정비부 인원에도 한계가 있는 이상, 모든 것을 동시 진행할 수는 없다. 그 중에서 대파한 가오파이가의 수복을 우선시한 결과, 용자로보들은 거의 손도 대지 못 한 상황이다. 이게 끝날 때 까지, 패계왕 제네식의 출현이 늦었으면…… 이라는 기원에 가까운 바람도 있다.
작은 희망으로서, 킹 제이더의 존재가 있다. 강력한 자기수복능력을 지닌 자이언트 메카노이드는, GGG의 힘을 빌리지 않고 본래의 기능을 전부 회복했다. 정해된 솔다토 J는 아르마를 위해서인지, 패계왕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었다. 가오가이가, 가오파이가, 가오가이고와 함께, 믿음직스러운 힘이 되어주겠지.
그런 상황 속에서, GGG는 초계행동을 강화하며, 패계왕 제네식과의 재림에 대비하고 있었다…….

「……마모루 군」

하츠노 하나가 아마미 마모루를 불러 세운건, 다이빙 챔버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같이 대기하기 위해서, 행동을 같이 하던 카이도 이쿠미는 사정을 헤아려서, 말 없이 먼저 갔다.
파트너의 배려에 내심 감사하며, 마모루는 물어보았다.

「……왜 그래, 하나 짱?」
「저…… 저기……」
「응……」

스스로 불러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좀처럼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드문 일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는, 스스로의 기분을 말하는게 서툴렀다. 그래서 마모루도 초조해하지 않는다.

「저기…… 뭔지 모르겠지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나, 하나 짱이 말하고 싶어질 때 까지, 기다릴테니까」

마모루의 걱정에 감사하며, 하나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야. 말해야 하는걸……」
「――응」

하나의 결의가 전해진건지, 마모루도 수긍했다. 이어지는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이 둘의 긴장감을, 본인의 의도는 아니지만, 공유해버리는 인물이 있다.
마모루와 하나가 있는 통로의 구석 바로 옆. 모퉁이 뒤에 숨어 있는 사이 히노키다.

(우와, 왠지 곤란한 타이밍에 다가와버렸네. 들어서는 곤란할 것 같지만, 이제 와서 나가기도――)

히노키도 역시 다이빙 챔버에 가는 도중이었다. 부담 없이 말을 걸고, 「바쁜 것 같으니, 먼저 갈게」라고 말하고 지나가면 됐을텐데, 완벽하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런 히노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하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그건 어릴 적 살던 홋카이도의 눈집(かまくら)에서, 누구도 아니고 마모루에게 배운 주문. 그 후로도 계속, 사건과 마주치기 쉬운 체질인 하나를 지켜주었다.
(※역주 : 용자왕 가오가이가 드라마 CD 1 : 사이보그 탄생)
그런 주문에 용기를 북돋운 하나는, 마침내 뜻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 마모루 군. 혹시 내가 인류의 적이 되면――」
「에엑!」

마모루는 진심으로 놀랐다. 하나의 분위기로 봐서, 심각한 내용일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고민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인류의 적"이라는 단어가 나올거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모루 군의 손으로…… 날 쓰러트려줬으면 해」

그 말은, 그늘에서 듣던 히노키에게도 전해졌다. 그저 놀랄 뿐인 마모루와는 달리, 히노키에게는 한가지 짐작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히노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마모루의 말투가 거세졌다.

「무슨 소리야!? 하나 짱이 인류의 적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나도, 되고 싶어서 되는게 아냐. 하지만…… 하지만……」
「부탁해, 하나 짱. 제대로 설명해줘」

마모루는 하나의 양 어깨를 잡고,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하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치, 마모루의 시선에서 피하려는 듯――

「우리들, 11년 전에, 부부가 되었잖아. 그 별이 보이던 언덕에서――」
「응. 나한테도 소중한 추억――」
「그러면, 고민도 불안도 알려줘. 하나 짱은 이제 혼자서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아. 뭐든 함께 무서워하고, 함께 극복해가자!」

그건 하나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기쁜 말이었다. 최근 한동안, 계속 홀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없다. 그런 하나에게 있어서, 역시 마모루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커다란 눈동자에, 굵은 눈물방울이 고인 채 수긍한다.

「……응」

――그 때였다. GGG 오비트 베이스의 전역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그것도, 특별한 사태에만 발령되는 특급경보. 그게 의미하는건 분명했다. 마모루는 전율과 동시에 그걸 깨달았다.


(―――나타났구나, 패계왕이!!)

(계속)

다음화 2020년 9월 15일(화) 갱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