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패계왕 최종장

패계왕~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제69화

리나네기 2021. 3. 22. 18:00
우리들은 임종을 맞이했다――――
 용자왕 파이널 가오가이가!
 초생왕 베터맨 카타프락트 테라!
그 최종결전의 순간을!
그리고, 우리들은 최후의 동화Juvenile를 목격한다!
 잘 있거라, 가오가이가!
 잘 있거라, 베터맨!

 우리들은 그 유구한 싸움을
  결코 잊지 않는다―――


FINAL of ALL 対 -VERSUS- A.D. 2017 (5·完)



8(承-前)

가이의 눈동자에서 오렌지색의 빛이 퍼지며, 황금의 용자와의 기체는, 새벽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봐! 이 힘이 넘치는 감각은……」

거대한 손바닥의 중추가 되어 있는 골디의 초AI가 소리쳤다. 패계의 권속이 되어 있었던 무렵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찍이 같은 체험을 한 미코토나 르네도, 같은 감각에 경악했지만, 말할 틈도 없이 가이는 맹돌진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하아아아아!』

라미아도 맞서듯, 베터맨을 날아오르게 했다.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월면의 상공에 난무하는 황금과 백금의 유성. 타오르는 환염의 꼬리가 이어진 그들은, 서로를 삼키려고 하는 두 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광(地球光)(어스블루(Earth Blue))으로 비춰지는 정적의 월면에서, 그 아름다우면서도 처참한 투쟁을 지켜보는 자는 없다.
월면 알프스 기지에 상주하던 관측원들은, 솜니움에 의해 그 목숨을 끊기고 아니무스의 꽃의 모판으로 전락했다. 가이들은 그 모습을 봤으니까.
가오가이가와 함께 싸워온 기동완수요새함 와다츠미, 킹 제이더, 용자로보군단은 베터맨 카타프락트의 마완 소키우스 테라에 삼켜져 소실했다――

지금 또한, 베터맨이 최후에 남은 존재를 지워버리기 위한 날카로운 의사를 발하며, 거대한 오른팔을 휘두른다. 그것이야말로, 초생왕 최대의 공격――


「사이코 피날레!」

소실 직전 외친 사쿠라의 그 목소리는 허공에 울려퍼진 후, 정적 너머로 사라졌다.

『저 너머로―― 사라져라』

오른 어깨에서 이어지는 팔에 접속되어 있기는 해도, 그것은 "팔"이라 불러야 할까. 부풀어오른 꽃봉우리로도 보이는 소키우스 테라는, 끄트머리에 여덟개의 꽃잎을 펼치고, 불길한 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 꽃잎은 손가락도 닮아서, 아슬아슬 팔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꽃의 중앙에 손바닥은 없고, 거기에는 빛조차 들이마시는 암흑만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물론 벌려진 것이 입은 아니다. ST바이패스―――초공간경로라 불리는, 아공간으로의 창문이, 저항하는 모든 자를 허무의 심연으로 인도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 그야말로, 월면에 접근한 파이널 가오가이가를 등 뒤에서 삼키기 위해, 소키우스 테라가 휘둘러진다! 하지만, 초생왕의 치명적인 일격을 가만히 받을 용자왕은 아니다.
골디온 아머가 전개한 금빛의 날개가 중력편향을 발생,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조각 같은 경쾌함으로 황금의 용자를 급부상시켰다. 월면에 내팽겨쳐진 직전의 소키우스 테라는 표적을 잃고, 월면의 레골리스(Regolith)채로, 수십억년동안 누구도 밟은 적 없는 강고한 암반을 삼켜간다. 허무의 심연으로 사라진 평원은, 공간채로 지워내진듯한, 일그러진 크레이터가 되었다.
(※역주 : 레골리스(Regolith) - 암석 위를 뒤덮고 있는 푸석푸석한 불균일 물질층. 퇴적되어 퇴적암이 되기 전의 층을 말한다. 달이라면 표면에 수많은 운석 충돌로 인하여 암반 위로 바스라진 모래가 쌓여있는데 이걸 의미한다.)

「―――파악했다!」

소리 없는 전장에 울려퍼진 열백의 절규. 순간이동에 가까운 고속기동으로 베터맨의 등 뒤에 출현한 가오가이가가, 마그 암을 준비하고――― 그리고 눈 앞의 숙적을 묵사발낸다!

「빛이! 되어라아아앗!!」

기이하게도, 베터맨과 정 반대로, 가오가이가의 오른팔 역시 황금빛과 새벽빛이 뒤섞인 거대한 빛의 손바닥을 피웠다. 삼중련 태양계에서 제네식 가오가이가의 투쟁을 목격한 시시오 라이가가, 오비트 베이스에 귀환한 후 새롭게 개발한 최종 툴이 이 마그 암. 다섯 손가락 모두가 그래비티 쇼크웨이브 제네레이팅 툴이며, 닿은 모든 것을 광자변환시키는, 용자왕 최후의 기술―――골디언 핑거!
하지만, 다섯겹으로 겹겹히 쏘아지는 중력충격파가 쏟아지는 그 순간――― 베터맨은 거대한 오른팔을 등 뒤로 향했다. 생명체라고는 해도, 융합된 관절은 각도도 관계 없다는 듯 자유자재로 돌아간다. 초고밀도의 그래비티 쇼크웨이브도, 암흑의 소용돌이를 전개하여, 통째로 흡수해버리는 소키우스 테라.
최대의 공격이 상쇄되어 불발로 끝난 가오가이가가 월면에 다가왔다. 베터맨도 뒤돌아봐서 서로 마주본다. 이성문명의 유산에, 지구인류의 예지를 쏟아부은 용자왕. 그리고, 끝없는 생명연쇄(生命連鎖) 끝에, 초절의 적응능력을 통해 탄생한 초생왕. 소리를 전하는 공기가 없는 정적의 평원에서, 지구광으로 빛나는 가운데, 두 왕이 대치한다. 그것은 마치, 지구라는 기적의 행성()의 영장류의 왕좌를 두고 겨루는 투쟁 같았다.

「대답해라 라미아! 왜 GGG의 모두를 죽인거지!? 인간과 솜니움―― 지혜를 맞대면, 알저논을 극복한 후에도 공존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네놈들은―――!!」

오렌지빛의 불길을 양눈에 불태우며 가오가이가가――아니, 시시오 가이가 소리친다. 바로 조금 전, "패계왕"이라 불린 의사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눈 앞에서 동료들이 소거된 것에 대한 분노가, 그의 영혼을 불태우며 솜니움의 의사전달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퓨전한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새벽빛을 발하는 용자왕에 불신을 품기보다는, 거대한 슬픔과 상실감이, 마음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왜, 모두가……」
「미코토 누나……!」

실의 속의 미코토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마모루였다.

「아직, GGG의 모두나 J들이, 죽었다고 정해진건 아냐. 그러니까……」

마모루는 열심히, 말을 꺼냈다.


「……우리들은 이겨서, 들어야 해. 베터맨에게! 모두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건지!」
「마모루 군……!」

제정신을 차린 것은 미코토만이 아니다. 르네도 카이도도 케이타도 히노키도, 슬픔이나 충격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지만, 눈 앞의 사태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칫, ……J나 아버지나 포르코트에게, 보기 흉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단 말이지!)
(슬퍼하고 있을 때가 아냐. 방심하면 우리들도 지워져! 게다가 마모루야말로…… 이 일곱 중에서, 누구보다 괴로워 하고 있을테니까……!)
(안 돼 안 돼. 지금 내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히노키까지 말려들어버릴텐데!)
(마모루 군이 말하는 대로…… 확인해야만 해. 라미아가 이런 짓을 한 것은, 내 탓인건지……!)

지금, 그들 여섯의 마음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분노나 슬픔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찾아냈다는 마음 아래로. 하지만――


「우오오오오오!」

그것은 전례없는 급격한 가속이었다. 가이의 의지에 의한 폭발적인 돌진이, 마모루들의 육체를 괴롭힌다.

「받아라, 스트레이트 드리이일!」

베터맨의 눈 앞에 단숨에 접근한 가오가이가는, 거완이 아니라 왼쪽 무릎을 힘차게 올렸다. 허를 찔리지 않았을 베터맨이었으나, 커다란 꽃보다 가까운 품까지 비집고 들어와서는, 역시 회피가 늦는다. 머리를 감싼 왼팔이 맹렬한 기세로 깎여간다.

『큭―――』
「아직이다앗!」

처음부터 이 일격에 끝날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 마음을 담은 듯, 가오가이가는 사지를 흉기로 바꿔 연타를 퍼붓는다. 왼팔의 정권찌르기! 오른쪽 돌려차기! 왼팔로 잡아당긴 후 박치기! 오른팔의 손톱으로 찌르기!
용자왕은 최대의 황금 툴의 공격을 포기하고, 접근전으로 돌려서, 초생왕의 백금의 꽃잎의 흡입을 봉인했던 것이다. 일방적인 방어전으로 돈 베터맨은 전신의 구조체가 도려내여져 간다. 그것은 그들 솜니움의 육체 자체는 아닌지라, 아픔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불요불굴의 그들의 마음에조차 공포를 새겨간다.

『이것이 패계왕의 진력――』
『라미아 군, 이대로는 소인들이 먼저 멸해지게 됩니다!』

절박한 라미아나 라이의 의사에 반응한 가쥬마루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투르바의 날개를 흔든다.

『라이의 말대로다! 가만히 당할쏘냐!』

가오가이가의 목을 노린 날카로운 칼날. 산소를 분출하는 진공칼날의 날개로 참수될 것 같았지만, 가오가이가의 아랫턱에서 뻗은 송곳니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송곳니 끝이 날개를 튕겨내고, 베터맨이 밸런스를 잃는다. 하지만, 가쥬마루의 공격이 막히는 것을 라미아는 예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머리 부분의 더블 파이어링 샤벨을 빛을 뿜으며 지근거리의 가오가이가의 머리를 향해 쏘았다. 트리플 제로를 둘러서, 물질구조는 커녕, 분자레벨의 구성까지 분해하는 강렬한 공격이다. 그것을 동시에 둘이나 조준당한 용자왕은, 어쩌할 방도 없이 꿰뚫릴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렇게 생각되었지만, 황금의 날개는 초고속으로 기체를 후퇴시켜, 간신히 직격만은 면했다. 하지만, 한 쌍의 샤벨은 끝없이 맹추격해온다.

「미코토……!」

이름을 불린 미코토는 가이의 분노에 압도되면서도, 그 목적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알았어…… 프로텍트 볼트!」

왼쪽 어깨의 프로텍트 가오에서 제3의 볼트가 사출된다.

「가제트 툴!」

카이도가 재빨리, 꼬리 파츠를 분리, 볼팅 드라이버가 되어 왼팔에 장착되었다.

「볼팅 드라이버!!」

드라이버 끝에 장착된 나사 형태의 원주볼트가, 정면의 공간에 쏘아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공간만곡의 소용돌이가, 더블 샤벨을 감싸고, 그대로 베터맨의 발 밑으로 펼쳐진 월면에 도달했다. 조준이 틀린 것은 아니다. 월면의 땅 속에서 파열된 소용돌이는, 응축된 공간만곡 에너지를 단숨에 개방, 베터맨을 주변의 월면채로 보자기 속에 감싸듯 오로라의 막에 감쌌다!

『음…… 아무래도 차폐공간에 붙잡힌 듯 하군』
『내 중력결계보다 강력해…… 끊임없이 나아가도 끝이 오지 않을 정도로 압축된 공간에 갇혀서, 탈출할 수 없어!』

복잡하게 굴곡된 공간 내부에 봉인되어, 라칸이나 히이라기가 절망의 의사를 나눈다. 눈 앞에서는, 다시금 파괴신이 손바닥을 황금으로 빛내고 있었다. 압축공간채로 내부의 베터맨을 빛으로 바꾸기 위해.

「베터맨…… 모두의 복수다!」
「기다려, 가이 형! 여기서 그들을 쓰러트리면――」

마모루가 필사적으로 제지한다. 하지만, 지금의 가이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빛이! 되어라아아아앗!!」

황금의 거완이, 밝게 빛나는 다섯 손가락으로 차폐공간채로 묵살했다. 탈출불능의 공간 내부에도 그래비티 쇼크웨이브가 방사되어, 거기 존재하는 모든 것이 광자변환되었다.
――확실하게.

하지만, 다음 순간, 눈부신 빛이 흘러넘치는 가운데, 가오가이가의 뒤쪽 공간이 갈라졌다.
아니, 그렇지 않다. ST바이패스의 출구가 열렸던 것이다. 빛이 되기 직전, 베터맨은 마완 소키우스 테라의 능력을 확장시켜, 그 내부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칠흑의 허무를 넘어, 타임랙조차 없이 이 주역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가오가이가의 사각으로!

『지금이야말로, 파트리아를 맞이하라―――』

라미아의 필멸의 의사와 함께, 베터맨은 머리에서 재생된 더블 파이어링 샤벨을 다시 조준한다. 신속의 날개를 가지고도, 이번에는 회피할 수 없을 초지근거리의 한쌍의 사격! 솜니움들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
두 파이어링 샤벨에 두 물체가 격돌한다! 그것은 G블록 01과 06이었다. 가오가이가의 후두부 에너지 아큐메이터와 가제트 툴을 구성하는 꼬리 파츠에 접속된 G블록이, 고속으로 휘둘러진 것이다. 고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제너레이터이기도 한 G블록이, 더블 샤벨의 위력을 상쇄하듯 격돌하여, 그 충격으로 산산조각 폭산했다. 가오가이가와 베터맨의 사이에서 발생한 폭발은, 양자를 함께 강렬한 에너지의 폭염 속으로 감쌌다.

「기다렸다고, 이 순간을!」

불꽃 속에서 가이가 소리쳤다. 동시에, 남은 G블록 4기가 차례대로 베터맨을 향해 돌진했다. 그것은 G블록을 미사일처럼 사용한 자폭공격. 루메가 유체장갑으로 방벽처럼 전신을 감싸지만, 연속된 폭발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다.
맹렬한 업화 속에서, 산산조각 흩어져가는 루메의 유체. 거기에 용자왕의 거완이, 황금을 넘은 새벽빛을 뿜으며 추격을 걸어온다. 같은 새벽의 영기를 두른 루메라고 해도, 재생이 따라잡을 레벨이 아니었다. 라미아의 머리속에는, 일찍이 자신을 지켜주며 멸망해간 세메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우야!』
『라미아, 그대의 방패로서 도움이 되어서, 난――』

생각 전부를 전하지 못하고, 유우야의 의사가 끊어져간다. 광자변환되면서, 합체형태에서 벗어나면서도 마지막까지 벽으로서 역할을 이루며, 그 모습은 소멸해간다. 하지만 망연자실할 수는 없었다. 눈 앞에는 폭염을 뚫고 나온, 가오가이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음…… 그 이상, 그 팔을 휘두르게 둘 수는 없군』

베터맨의 왼팔이 오렌지빛을 뿜으며, 오우그의 플라잉 샤벨을 부메랑처럼 발사했다! 가오가이가의 오른팔이 어깨부분부터 양단되어, 마그암 채로 월면을 빛으로 바꾸며 추락한다. 빛의 입자와 굉음을 흩뿌리며, 스스로도 그 와중에 빛에 휩싸여져간다.

「르네! 골디!」
「우리들에게 신경쓰지 마!」
「냉큼 결착부터 내라고!」

사라져가는 그 목소리에 등을 떠밀리듯, 가오가이가는 주저하지 않고 카타프락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스파이럴 드리일!」

고속회전하는 드릴과 함께, 오른쪽 무릎을 휘두른다. 필살의 골디언 핑거는 사라졌다. 한 팔로는 헬 앤드 헤븐을 쏠 수도 없다. 그래도, 녀석을 쓰러트려야 한다! 그 기백과 함께 베터맨의 복부를 노린 일격이었으나, 그 후방에서 튀어오른 꼬리에 의해, 순식간에 휘감겼다.

『소인의 아리만이라면, 이 정도는―――』

새벽빛을 뿜는 긴 꼬리는, 드리를 옭아매지만, 오렌지색의 빛으로 힘이 상쇄되고, 스파이럴이 반대로 아리만을 휘감는다!

『얕봤습니다. 이대로는 소인도――』

꼬리 어디에 잠복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아도, 라이의 림피드 채널은 거기서 끊겼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젠장하아아알!」

케이타의 노도의 기합과 함께 그대로 오른다리가 휘둘러졌다. 앞발톱으로 아리만의 잔해를 힘차게 뜯어내고! 더욱 치켜든 뒷꿈치를 베터맨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는다. 뒷발톱이 작렬할것 같은 순간――
베터맨 등 부분의 쌍익이, 머리를 감쌌다. 가오가이가 오른다리의 세 발톱에 갈기갈기 찢기면서도, 투르바는 지근거리에서 새벽의 영기의 위력을 실은 압축산소탄을 발사했다.


「크아악!」

오른다리 내부의 케이타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단말마를 외쳤다.

「케이 짱!!!」

왼다리의 히노키도 소리쳤다.

「……어라? 나, 이런 곳에서 끝나는건가? ……히노키…저…ㄱ…」

거기서 케이타의 의식은 정지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비통한 히노키의 절규가 메아리친다. 스파이럴 드릴은 폭산하면서 발생한 소용돌이로, 바람술사의 날개를 휘말려들게 해서 유폭되어갔다. 그 파괴충격파가 합체본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투르바는 분리되어, 스스로의 몸을 방파제처럼 바쳤다.

『라미야, 샤라를 부탁한다!』

스파이럴 가오와 투르바가 동시에 부서졌다!

『가쥬마루!』

샤라도 비통한 의사를 울렸다. 마완 소키우스 테라가 가오가이가의 머리부분을 부수려는 듯 내밀어졌다! 가쥬마루 최후의 의사에 응하려는 샤라의 마음을 담고, 하지만 흡입 직전 허무로의 심연에 가오가이가는 왼팔을 쑤셔넣었다!

「프로텍트 셰이드!」

소리친건 가이가 아니다. 왼팔을 제어중인 미코토가, ST바이패스의 입구에 자신의 몸을 던져 봉인한 것이다. 폐쇄공간에서 전개된 프로텍트 셰이드는, 굴곡된 공간과 서로 상호간섭, 결과적으로 가오가이가의 왼팔과 베터맨의 오른팔을 동시에 자괴시켰다!

「가이…… 나, 신혼여행은………」

지금 말해야 한다고 느낀걸까. 마음에 그리던 미래의 희망을 전하려던 미코토였으나, 그 뒷 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미코토오오오오오!!」
『샤라!』

가이의 목소리와 라미아의 의사가 울려퍼졌다. 방금 직전, 가쥬마루가 라미아에게 맡긴 직후의 소키우스 테라의 주인은, 흩어지는 꽃잎 투성이가 되어, 그 모습을 이미 시인할 수 없게 되었다. 터무니 없는 공간만곡 에너지의 소용돌이와 허무의 심연의 칠흑의 어둠이 서로 뒤섞이고, 압축되어 밖을 향해서 양자 모두 새벽빛을 발하며, 격렬하게 단숨에 폭산했다. 하지만, 용자왕도 초생왕도 멈추지 않는다. 라미아의 등에 패계의 영기가 후광처럼 솟구친다. 동시에 가이의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아오르고, 새벽빛을 방출한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양팔과 오른다리를 잃은 가오가이가에게, 베터맨은 오른쪽 돌려차기를 날렸다. 단순한 타격이 아니다. 폰두스의 초중력을 뒤덮은 무거운 일격이다.

『미안해…… 난 인간을 좋아했어. 하지만――』
「미안한걸…… 우리는 가축으로 사랑받고 싶은게 아냐」

가오가이가의 무방비한 몸통에 쳐박힐 폰두스를 막아낸건, 검은 새의 양 다리였다. 카이도의 판단으로 분리된 가제트 가오가, 가늘고, 하지만 날카로운 양 손톱으로 폰두스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비력. 가녀린 그 기체는, 초중력에 순식간에 짜부려져간다.

「이쿠미, 이쿠미! 빨리 탈출을!」

짜부러지는 칠흑의 기체를 목격한 마모루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기체가 압괴되는 소리 너머에서, 카이도는 친구의 눈물 섞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떠올렸다.

(이쿠미, 인가…… 어머니 외의 사람에게 그렇게 불렸을 때, 솔직히 당황했지. ……하지만, 기뻤어. 마모루가 그렇게 불러주기 시작했던…… 그 때부터…… 우리들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도, 카이도는 정확하게 가제트 가오를 조종한다. 가동정지 전에, 검은 새의 목을 에메랄드 그린으로 빛나는 윌 나이프로 변형, 아르마로서 지닌 가슴의 J주얼을 선명한 루비레드로 빛내며, 용자왕에게서 흐르는 오렌지사이트의 빛과 함께―――폰두스를 꿰뚫었다.

『───!』

히이라기의 의사가 두절된다. 패계의 재생력을 두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베터맨의 그 모습은 이미 합체형태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만신창이인 것은 초생왕만이 아니다. 동시에 초중력으로 압괴되어가던 가제트 가오도 가동한계를 맞이했다. 연료계의 유폭으로, 검은 새는 모습을 감췄다.

「으와아아아아아앗!」

마모루가 영혼의 바닥에서부터 쥐어짜는듯한 절규를 질렀다. 용자왕은 날개, 오른다리를 잃어서, 저중력하가 아니었다면 설 수조차 없는 상태다. 그래, 이것은 왕과 왕. 패계왕의 힘을 깃들인 자들끼리의 대결이며, 대소멸의 소모전이다.

「어째서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서 싸우는거냐!」

가이의 말을, 히노키가 이었다.

「내가…… 인류가 알저논을 극복해서는 안 되는거야!? 대답해! 라미아!」

마지막으로 남은 왼다리로, 가오가이가가 날아차기를 날린다. 정확하게 베터맨의 머리를 노렸을텐데, 받아낸 것은 왼쪽 어깨였다.

『음…… 인간이여. 너희들의 적응능력. 나는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직격당한 어깨 부위가 대소멸해간다.

『하지만, 너희들 속에 잠복된 원흉 된 자는, 멸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라칸 최후의 의사였다. 용자왕의 등 뒤에서 부메랑처럼 돌아온 플라잉 샤벨이, 스트레이트 가오를 오우그의 왼팔채로 잘라버린 것이다. 직후, 그 샤벨은 대소멸에 휘말려들듯 부숴진다. 본체에서 분단된 양 파츠는, 눈부신 빛과 함께 폭산해갔다.


『우리들의 희망……!』

라미아가 의도치 않은 결말을 맞이한 듯한 의사를 발했으나, 그걸 수신할 여유가 있는 자는 이곳에 없다. 히노키는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등을 돌린 채 멈춰 선 오빠 - 마리오(真理緒)의 환영을 보고 있었다.

「……오……빠……?」

서서히 뒤돌아본 오빠의 얼굴은, 라미아처럼도 보였지만, 히노키는 이미 그걸 인식할 수 없었다. 인류를 기병(奇病) 알저논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싸워온 생체의공학자 사이 히노키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위웨레(Vivere)여… 우리들은 멸한다. 용자의 왕에 잠복된 원흉――최후의 패계왕을!』
(※역주. 위웨레(VIvere) - 아니무스 꽃의 열매 중 하나. 패계왕에서 수많은 희귀 아니무스 꽃의 열매가 나와서 상당히 의미를 잃었지만, 베터맨 본편 시점에서는 가장 희귀했던 아니무스 꽃의 열매를 말한다. 다 죽어가는 솜니움도 먹는 것으로 완전하게 부활시키는 생명에너지의 덩어리. 라미아는 히노키의 오빠인 사이 마리오에게서 피어난 위웨레 열매를 먹고 부활했다. 이 때 위웨레 열매의 영향으로 라미아는 마리오의 기억과 함께 마리오의 외견과 매우 닮게 변했다.)

남은 전신을 진동시키며 베터맨은 소리쳤다.


「――――――――――――――――――!!!」

의사가 아니다. 크게 벌려진 턱에서 울려퍼지는 초음파 〈사이코보이스〉다. 지근거리의 고유진동은, 가오가이가의 전신을 위협한다. 하지만 종이 한장. 얼마 안 되는 잔해파츠를 벗겨, 거짓 몸으로 삼는 것으로 본체를 뒤로 물리는데 성공했다. 마모루와 가이는 초음파의 궤도에서 아슬아슬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찍이 제네식 머신이었던 파츠는, 그 모든게 산산조각나간다.

「아아아아아앗………!」

마모루는 사그라든 동료들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내가 원흉…… 내가 패계왕이라는거냐!」

오렌지색의 덩어리가 더욱 격렬히 타오른다. 사지와 날개를 잃은 가오가이가. 아니, 거기 남겨진 것은 하얀 짐승의 화신――제네식 가이가겠지. 하지만 전신에서 오렌지빛의 격렬한 환염을 뿜어내는, 완전한 패계왕의 모습이었다. 반면, 전신 대부분이 벗겨져나간 베터맨도, 이미 카타프락트라 불릴 일은 없다. 거기 있는 것은, 흡수한 트리플 제로의 힘을 환염으로 방출하는, 패계생체(覇界生体) 베터맨 오르투스.
패계의 권속과, 패계와 공생을 이룩한 초생명의 길고 힘든 투쟁. 그 패계대전의 결말은, 월면에서 패계왕 가이가와 패계왕 오르투스. 오렌지빛의 환염을 두른 자들끼리의 격돌이었다.
가이가와 오르투스는 정면에서 격돌한다. 마모루를 중추로 삼은 기체로 싸우는 에볼류더 가이. 반면 고고해진 최후의 솜니움―――베터맨 라미아. 트리플 제로의 덩어리가 된 둘은, 서로의 몸을 무기로 서로를 파괴하려고 부딪힌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격렬하며, 용맹하게. 오르투스는 머리의 파이어링 샤벨을 재생시키며 승기를 찾는다. 가이가는 패계의 오라와 싱크로한 제네식 클로로 그걸 계속해서 막아낸다.

「거짓말이야…… 이런 싸움…… 가이 형이…… 가이 형이 패계왕이라니……」

이미 전의를 잃은 듯, 마모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에볼류더의 육체는, 인간과는 다르다. 새벽의 영기에 의한 침식도, 다른 양상을 보이지――』

마모루의 속에, 생생할 정도로 선명하며 강렬한 라미아의 의식이 흘러들었다. 그것은 림피드 채널에 의한 의사소통을 아득하게 넘은 의식공유. 라미아에게서 마모루에게 막대한 정보가 흘러들었다. 그것은 라미아가 초감각으로 지각한 진실. 우주의 알――오렌지사이트에서 일찍이 일어난, 잔혹한 진실이다.
그 때, GGG의 대원들이나 용자로보. 붉은 별의 전사들은 농밀한 트리플 제로에 침식당해, 패계의 권속화되었다. 시시오 가이 역시, 그걸 면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의 육체에도, 뼛속까지 트리플 제로는 침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 때부터 계속 가이 형은 패계왕이었어!?」
『아니, 그렇지 않다. 에볼류더의 전신의 세포는, 그 때부터 계속 싸워오고 있었다――』

라미아의 의사가, 무시무시한 진실을 고했다. 가이의 전신의 세포는 하나 하나가 미세한 G스톤과 동화되어 있었다. 그것이 오늘까지, 트리플 제로에 저항해왔다. 가이는 침식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지금도 침식되는 도중이었던 것이다.

마모루의 물음에 답하면서도, 라미아는 가이와의 싸움을 느슨하게 하지 않았다. 가이가와 오르투스의 공방은 치열하며, 가열하고, 맹렬하게,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다. 그 싸움에 참가할 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마모루는, 결정적인 의문을 말했다.

「그러면…… 왜? 왜 가이 형을 패계왕으로 각성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던거야?」

일부러 가이를 파괴신과 퓨전시킨 것. 눈 앞에서 동료들을 날려버려야 했던 것. 모든 것은 패계왕으로의 각성을 재촉하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마모루는 눈치채고 있었다.

『원흉 된 자의 속에 잠복된 진정한 적―― 그것은 우리들에게는 필요불가결하기도 한 독. 즉, 그 모순에서 생기는 싸움이기도 하다. 떠나게 될 우리들의 최후의 사명……』
「떠나 가……? 최후의 사명!?」
『패계왕을 멸하지 않으면, 패트리아의 때는, 맞이될 수 없다――』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공방은, 점점 오르투스의 일방적인 방어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초생왕의 힘이, 상대하는 패계왕에게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전에, 한번 오르투스의 능력을 얻었던 라미아는, 그 후 오랜 잠에 빠져, 눈뜨기 위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를 눈을 뜨게 만든 것은, 사람들의 용기를 변환한 힘. 하지만, 라미아는 생명체다. 트리플 제로와 공생한 현재의 오르투스도, 그 활동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 틀림없이 라미아의 육체는, 한계를 맞이해가고 있다. 한 번은 칸켈과의 싸움에서 멸망하여, 거기서 간신히 재생하게 된 몸. 원래라면, 100년, 200년의 잠을 통해, 림피드 채널을 개입하여 정기를 충분하게 흡수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패계왕 강림이라는 사태는 라미아에게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라미아…… 그러면, 솜니움의 목적은――― 파트리아의 때라는건――」

마모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봤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기 전, 가이가의 클로가, 오르투스의 가슴팍을 꿰뚫고 있었다. 필살의 더블 샤벨은 쏘아지지 않고, 가슴의 Pectusfollis의 형상이 터져나가며, 초생왕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 서서히 섬유화해간다. 이 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라미아는 두번 다시 재생 불가능한 상태까지, 그 육체를 혹사해 온 것이다. 솔 11 유성주중 하나, 팔파레파는 그것을 〈물질 세계의 규정〉이라 말했었다. 지금 틀림없이, 라미아라는 개체의 완전한 끝이 온 것이다.

「이것이, 너희들이 바란 결말인거냐! 이런 끝이!」

섬유화한 오르투스를 꿰뚫은 채, 가이가 소리쳤다. 거기에 승리의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깊고 깊은, 슬픔만이 있었다.

『――아뇨. 아직 결말은 맞이되지 않았답니다』

그 의사를 발한 것은 라미아가 아니다. 베터맨 라이가 발한 것이었다. 바로 몇분 전. 스파이럴 가오에 산산조각났을 아리만이, 완전히 멀쩡한 모습으로 사각에서 달라붙었다. 그리고 가이가의 동작을 취하지 못하도록, 등 뒤에서 억누른 다른 존재도 있었다. 그것은, 과거로 돌아갔을게 틀림없던, 또 다른 하얀 짐승이었다.

「갤레온!!」

마모루의 경악한 목소리가 울릴 틈도 없이, 무수한 기둥 모양의 아리만이, 패계왕 가이가의 사지를 옭아매었다.

「어째서지!?」

가이의 말에, 라이의 익살맞은 의사가 도달했다.

『과거에 돌아가기 전, 조금 들렀을 뿐입니다만, 오히려 정답이었군요』

이 공격을 예측하는건 불가능했다. 템푸스의 열매로 갤레온과 함께 시간이동할 터였던 라이가, 역전의 때를 위해 가세해 올 줄이야――

「우오오오옷!」

하지만, 가이가는 바로 혼신의 패계의 힘으로 아리만을 튕겨냈다.

「이 정도로 지지 않아! 난 패계왕! 우주의 섭리를 관장하는 자다!」

가이는 경악했다. 자신이 할 리 없는 말에. 자신 속에 잠복한 것이 말하게 한 말에.

『유감입니다만, 소인의 아리만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과거로 퇴피하도록 하죠. 지나가버린 시간은 바꿀 수 없습니다만. 미래라면……』

하마터면 산산조각날 뻔 했던 갤레온을 품은 아리만은, 얼마 남지 않은 템푸스의 열매가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를 사용하여 시간이동을 실시, 단숨에 그 곳에서 사라졌다.

「……!」

갑작스러운 사태와 자신이 내뱉은 말에 당황한 가이였지만, 바로 자세를 고쳤다. 하지만, 그 한 순간의 상황이, 최후의, 그리고 유일한 틈이 되었다.


결정화하고, 그 곳에서 붕괴되는 오르투스. 능력이 없어져서, 트리플 제로와의 공생광계도 사라져, 베터맨의 패계의 힘은 소멸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뛰쳐나온, 날카롭게 솟은 뿔을 전방으로 내민 가오리 같은 빛이, 마치 물의 흐름처럼, 그 곳에 존재하는 분자레벨의 물질 속을 헤쳐나가며, 가이가의 흉부로 뛰어들었다!

『패계왕이여――지금이야말로, 모든 결착을 낸다!』

라미아의 육체와 의사가 공중을 달린다. 그것은 비장의 카드로 최후의 일격을 위해 온존하고 있던, 베터맨 아쿠아의 특수능력이다.

「라미아! 난 지지 않는다! 최후에 이기는 것은, 패계왕이다!」

바로 자세를 취한 가이. 수류와 함께 가이가의 내부로 침입한 라미아는, 아쿠아의 능력을 풀고, 즉석에서 실체화한 오른팔의 손톱을 내밀었다. 전방에 앉아, 퓨전한 채로 피할 수 없는 가이에게로 덤벼든다. 가이는 전신에 G파워를 두르고, 이를 맞서 싸운다.
하지만――그 전신은 녹색으로 빛나지 않았다. 오렌지빛의 환염이 휘감기고 있었다. 그 색조에, 가이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일어난 현상의 뒤에 있었던 것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라미아가 한 수수께끼로 찬 말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생명을 초월한 원흉 된 자여. 이 땅으로 돌아와서는 안 됐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인간 된 자, 모두의 희망없는 멸망)
(※25화)

가이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하지만, 패계의 힘은 그 몸을 반격으로 이끌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저항하려고 발버둥친다. 우주의 섭리가 자신을 침식해온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가이는 자기 자신의 싸움에서 파열될 것 같았다.

「가이 형!」

중추부에 퓨전한 마모루도 움직일 수 없다. 이미 힘이 다하려는 비력한 라미아 대 패계의 힘이 넘쳐흐르는 가이의 승패의 행방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 순간, 오렌지빛의 불길 속이기에 실현된 만남이 일어났다.

「가이…… 지지 말아줘」

가이의 머리속에, 누구보다 사랑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격전 도중에 사그라졌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이래―― 언제나 넌 내 용자(히어로). 그러니……」
「……미코…… 토……」


모든것을 태워버리는 겁화에 지배된 마음 속에서도, 그 소리는 확실히 도달하고 있었다. 그 순간, 최후의 기적이 일어났다. 황폐해져가던 가이의 영혼이, 순식간에 조용한 수면처럼 온화하게 변해간다. 사랑스러운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 한 순간의 응원으로 충분했다. 가이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용기 있는 싸움〉에, 도전할 결의를 굳혔다. 마지막에 이기는 자. 그것은――
다음 순간, 라미아의 손톱이 가이의 가슴을 깊게 꿰뚫었다. 이미 한계를 넘어, 본래대로라면 깊은 잠에 빠져야 했던 라미아의 힘 없는 일격이, 거뜬하게 꿰뚫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양 손을 펼친 가이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다.

중추부의 마모루도 느끼고 있었다. 평온한 가이의 표정이, 이형의 꽃으로 뒤덮여가는 것을. 아니무스라고 불리는, 사람의 혼백을 양분삼아 피어나는 요염한 커다란 꽃이, 가이 형의 태양같은 미소를 전부 뒤덮는 광경을.

그리고, 이형의 꽃은 이형의 열매를 여물었다. 라미아의 떨리는 손가락이, 힘 없이 그 열매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그의 수명은 다하고 있었겠지. 무수한 난적을 이겨온 그 팔은, 아니무스의 열매를 딴다는 행위도 이루지 못하고, 힘을 다하고 있었다.

『……파트리아의 열매. 난…… 이것을 얻어야만―――』

라미아의 의사에, 지금까지 없던 색이 섞였다. 그것은 "원통"이라는 색. 언제라면 무색투명했던 의사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통"은, 마모루에게 어떤 결의를 시켰다.

(알았어, 라미아…… 가이 형……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고, 마모루는 중추부에서 퓨전아웃했다. 단숨에 가이가의 전 기능은 정지. 어둠 속에 초록의 빛을 두른 천사가 날아올랐다.
정적 속――
마모루와 같은 색의, 에메랄드 그린으로 빛나는 아니무스의 꽃을 피운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가이. 그 앞에서 힘을 다해 일어나지 못하는, 새하얗게 변색된 라미아. 둘의 사이에 선 마모루는, 흘러넘치는 눈물로 젖은 얼굴로 둘을 바라보며 살며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생명의 보석이 결정화된, 그 과실을 쥐어, 상냥하게,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 서서히 땄다.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용기 있는 자들이야……」



9

―――GGG 오비트 베이스 26층 B구획 통로를 한 여성 대원이 걸어갔다. 그녀와 엇갈린 대원들은 한결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렇다, 고 해야겠지. 월면결전 직후에 그녀가 의식을 되찾은지, 아직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아직 요양생활이라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타마라 고골이 입은 연구부 대원복은, 이미 임무에 복귀했다는 것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목적한 방에 도착한 타마라는 장문(掌紋)과 홍채의 이중인증으로 락을 해제, 실내에 들어갔다. 입구의 연구실에는 〈생체의공학 연구실〉이라 씌여진 플레이트가 걸려 있었다.
실내에는 내실자와 면회중인 사이 히노키가 있었지만, 타마라를 보고 놀랐다.

「타마라! 이제 괜찮은거야?」
「네히노키씨괜찮아요문제없어요다시감사할수있게해주세요제가알저논에서회복할수있었던것은모두히노키씨덕분이에요감사감격대감격이에요」
「으, 응. 알았어, 하지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

그렇게 말하며 히노키는 미소지었다. 그 모습은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스트레이트 가오가 대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던 것이다. 히노키만이 아니다. 르네도 미코토도 케이타도 카이도도 마찬가지다. 우연일리 없다. 아마도, 그것이 베터맨들의 의도였겠지. 시시오 가이를 패계왕으로 각성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걸 위해 주변 사람들을 상처입히는 것은 원하는게 아니다. 그래, 그 싸움에서 가이의 동료들은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던 것이다. 마완 소키우스 테라에 의해, ST바이패스 너머로 사라져버린 사람들도――



1주일 전――
반괴한, 월면 알프스 기지 일각. 간신히 여압(與壓)이 유지된 구획에서 눈을 감은 가이의 옆에 서 있는 마모루가, 파트리아의 열매를 내밀었다. 귀중한 과실을 받은 라미아의 주변에는, 여섯 베터맨이 있었다. 라칸, 유우야, 가쥬마루, 샤라, 히이라기, 그리고 한명뿐인 라이. 격전에서 부숴진 변신태는, 그들에게는 임시의 몸에 지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파괴되고 부서지더라도, 내부의 본체는 상처 하나 입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주에 내팽겨쳐져서는 역시 살아남기 어렵기에, 샤라의 소키우스의 상처로 끌려가, 아공간에 퇴피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실내에 열린 소키우스의 창문에서, 카이도, 르네, 미코토, 케이타, 그리고 히노키가 서서히 나타나, 이미 상황을 파악한 모습으로 생환했다.

「라미아…… 조금 의심했지만…… 그래도, 믿고 있었어」

히노키가 눈물 고인 눈동자로 말을 걸었다.

「아니~ 난 이미 끝난건가 싶었지만 말이지~」

축 쳐진 기진맥진한 케이타가 익살맞게 말했다.

「그래서, 어디지? 아니무스의 모판이 되어버린, 이 기지의 관측원들은」

아직 납득하지 못한 르네가 캐물었지만, 카이도는 이미 스스로 답을 얻어낸 상태.

「아마, 그건 림피드 채널로 보여준 환영, 즉 이미지에 지나지 않겠지. 그렇겠지?」

수긍하는 마모루의 뒤에는, 고요하게 숨을 내쉬는 관측원들이 보이고 있었다. 라미아의 Pectusfollis Flavum으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모판이 된 자는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홀로 누워있는 자가 있었다. 호흡이 멈춘 듯, 그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가이……」

움직이지 않는,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 미코토는 매달렸다. 누구나 용자가 시체가 될리 없다고 믿고 있었지만, 숨만 삼킬 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감사하마…… 빛 된 자여』

거인 히이라기의 부축을 받은 채, 라미아가 이마에 십자광을 점멸시켰다.

「괜찮아. 솜니움의 목적…… 확실히 알았으니까」

사투의 도중, 마모루와 라미아 사이에는 의식공유가 성립, 서로의 생각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올바르다 생각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이 형에게 전했다면, 분명 제대로 되지 않았겠지……)

역시 갤레온이 퓨전했지만, 분노의 불길 속에 있던 가이에게는, 그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가 아니라면 가이를 패계왕으로 각성시키는건 할 수 없었다. 삼중련태양계 출신인 마모루이기에 지닌 초감각. 라미아는 그걸 지각하고 있었기에, 마모루를 〈빛 된 자〉라고 칭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모루는 자신의 속에서 전부 처리하지 못하는 수많은 복잡한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그 머리 위 강화유리 너머에 보이는 우주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희망에 가슴이 뛰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우주공간에, 원형의 일그러짐이 생겨나갔다.

「……ES윈도우!」

그 현상은, 일찍이 몇번이고 본 것이었다. 초노급전함 J-Ark가 ES미사일로 발생시키는 ES공간과 현실공간을 잇는 창문. 그곳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은 하얀 거함이다.

「J…… 역시 무사했구나」

마모루의 옆에서 감격으로 찬 목소리를 낸 것은 카이도다.

「돌아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르네의 얼굴도 환하게 바뀌어갔다. J-Ark에 이어서 ES윈도우에서 용자로보들을 실은 와다츠미가 나타날 무렵에는, 일동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왓하아아! 하나 짱…… 모두……」

기뻐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마모루도 굵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난, 터무니 없는 꼴을 당했지만 말이지」

통신 너머로 들려온건 골디의 목소리다. 창 밖 월면에, 제네식 머신의 중추 블록과 함께 얼굴만 남은 모습으로 구르고 있었다. 그들을 복원하는건 꽤나 어렵겠지만, GGG라면 할 수 있겠지.

「살아 있어……… 모두, 살아 있어!(生きてる……みんな、生きてるんだ!)」
(※역주 : 가오가이가 TVA 49화에서 플라이어즈 출격 후 마모루의 대사인 「살아 있구나…… 모두…… 살아 있어!(生きてるんだね………皆……生きてるんだ!)」의 자체 오마쥬)

기뻐하는 마모루의 목소리. 그 소리에 이끌리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용자의 가슴이, 서서히 위 아래로 움직였다――

이리하여, GGG 일동과 J-Ark는 오비트 베이스로 귀환했다. 모든 싸움은 드디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남은 문제는 단 하나. 타마라가 온 타이밍은, 기이하게도 그 문제에 결착을 내는 순간이었다.

「아아죄송합니다바쁜도중인것같네요절신경쓰지말고계속해주세요」
「그러면, 그렇게 할게」

그렇게 말하고, 히노키는 다시 둘을 바라봤다. 타마라보다 먼저, 이 방에 찾아온 시시오 가이와 우츠기 미코토에게로.

「여러 생리검사의 결과,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가이 씨. 당신의 몸에는 더 이상, 트리플 제로는 잔류하지 않습니다. 틀림없는 건강체입니다」
「그런가, 안심이 되네…… 고마워」

정밀검사로 보증을 요구했으나,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가이 본인이 그걸 눈치채고 있었다.

「솜니움과의 의식공유로 마모루 군이 알게 된, 그들의 목적―― 그것이 증명된 것이 되겠네요」

히노키는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솜니움의 목적이란, 파트리아라고 불리는 특수한 아니무스의 열매를 얻는 것이라는 것을. 그 설명을 듣고, 평소의 클리어 카츄사의 위치를 고치며 미코토가 물었다.

「하지만, 아니무스의 열매라는거, 인간의 영혼을 빼앗아서 맺히는 것이었지? 왜 가이는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일찍이, 라미아는 말한 듯 합니다. G스톤은, 생명의 보석이라고――」

히노키가 말한 그것은, 비유표현이 아니다. 아니무스의 열매가 그렇듯이 G스톤 역시 인간의 생명―――즉, 삼중련태양계의 사람들의 영혼이 결정화한 것이다.

「설마 오렌지사이트에서, 나보다 먼저 전신의 G스톤이 침식당하고 있었을 줄은 말이지……」

그것이, 라미아가 고한 진실. 다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신의 영혼을 침식당한 것과 반대로, 가이의 경우 G스톤이 트리플 제로의 침식을 저항해오고 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가이 씨를 방치해두면, 언제 패계왕이 각성할지 모르는 불발탄 같은 존재가 되는 상황이었어. 그러니까, 그들은 일부러……)

인류를 구하기 위해, 푸른 별의 패계왕을 각성시켜 결착을 내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솜니움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양식을 섭취하기 위한 대상이라는 것은 사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인류라는 이웃을 공생하는 상대로 존중하며 사랑해온 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트리플 제로에 침식당해 변질된 G스톤. 그걸 결정화시켜, 아니무스의 열매로 깃들게 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가이의 육체에서, 패계왕으로서의 힘을 정해시켜, 개화를 통해 적출과 동일한 행위가 된 것이다.

「저기, 가이…… 혹시 말인데, 이제 괜찮지 않을까?」

가이를 가만히 바라본 뒤, 미코토가 몸을 내밀고 히노키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예측한 가이가 가로막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는다.

「우리들, 아이를 가져도 괜찮은거지!」

너무 직구인 말에 뺨을 붉히면서도, 히노키는 대답했다.

「그렇겠죠…… 지금의 가이 씨는, 따지고 보면, 미코토 씨와 마찬가지로 세미 에볼류더에 근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성형질도 없어져서, 두 분의 자녀분이 탄생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에볼류더가 된다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전 단언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라고」
「잘 됐다!」

옆에 앉은 가이를 미코토가 껴안았다. 히노키와 타마라가 보는 것을 신경쓰며, 미코토를 밀어내려는 가이. 하지만, 인생 최대의 행복에 허우적대는 미코토는, 가이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이런……」

작게 중얼거린 가이도, 더는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코토가 껴안은 대로, 행복하게 눈을 감았다.

(그 때…… 미코토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난…… 우리들은 승리할 수 없었어……)

미코토는 무의식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동일한 세미 에볼류더이기에 일어난 기적으로서, 가이는 평생 잊을리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

「오랜 싸움의 끝에…… 이번에는 하느님이 아니라 베터맨이 포상을 줄 줄이야……」
(※TVA 49화의 미코토 정해 직후의 가이의 대사 「하느님이 챙겨주신 것 같아. 우리들의 승리의 포상으로서…」의 자체 오마쥬)

가이의 중얼거림을 들은 히노키는 생각했다.

(인류와 솜니움의 공생…… 그리고 이별…… 그건 분명, 내가 알저논의 치료법을 확립한――그것 때문이 아냐……)

아직 가설에 지나지 않았지만, 히노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10년 전의 사건 당시, 대량의 알저논 발병자가 나타난 것은, 면역항체로서의 솜니움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건에서는 발병자가 매우 극소수였다.
그건, 이미 인류는 면역항체에 의지하지 않고, 수많은 적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 아닐까.

(인류가 흘러넘치는 용기의 힘으로, 스스로 살아남는 힘을 얻었기에, 알저논의 발병자가 감소했다…… 즉, 우리가 솜니움이라는 보호자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러니……)

히노키는 벽의 구석을 바라봤다. 아니, 벽이 아니다. 두꺼운 벽과 격벽 너머, 푸른 행성 방향을 바라본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은 여행을 떠나는 거구나」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히노키의 입가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10

남미, 중앙 안데스에는 알티플라노(Altiplano)라고 불리는 표고가 높은 고원지대가 존재한다. 결코 인류는 지각할 수 없으나, 이 곳에는 세계 최대의 불가지영역―――세플크룸이 있었다.
지금, 따스한 태양빛 아래, 이곳에는 온 세상에 점재해 있던 솜니움이 거의 대부분이 모여있었다. 월면에서 귀환한 이래, 라이나 라칸이 림피드 채널로 불러모은 것이다.

『이것 참, 솜니움이 거의 대부분이 한 곳에 모인 것은, 실로 2000년 만이라는군요』
『음…… 대충 보아하니, 수는 천 정도인가』

1천 내외의 솜니움은, 붉은 눈을 제외하면 단순히 무질서한 군중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것이 이 행성의 생물종의 정점에 서 있는 영장류인 것이다.

『장관이다, 라미아……』

일동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서, 바위 위에 주저앉은 라미아에게, 유우야가 말을 걸었다.

『아아, 유우야의 눈을 통해서, 내게도 보여. 드디어 찾아왔구나―――파트리아의 때가』

패계왕과의 싸움 이래, 라미아는 일어설 수도, 스스로의 눈으로 보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몸에 가혹한 부담을 주는 오르토스의 열매를 먹은데다가, 트리플 제로를 제어. 네브라와 아쿠아의 열매까지 먹고 육체의 한계를 넘어 싸워온 것이다.
라미아라는 개체. 이미 그 수명이 다하려고 하는것을 유우야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이 곳의 광경, 소리, 냄새. 그 모든 것을 전부, 자신의 시각과 청각과 후각으로 포착하여, 정확하게 림피드 채널로 보내자. 고.

(라미아가 계속 바래오던 이 순간을, 적어도 내 감각을 통해―――)

이윽고, 이 땅에 찾아올 솜니움이 더는 없다고 알아차린 라칸과 라이가 서로 수긍했다. 곁에 있던 가쥬마루와 히이라기, 그리고 샤라도 그 때가 온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시작할게』

한 걸음 나선 샤라는, 빛나는 아니무스의 열매를 손에 들었다. 그것은, 푸른 별의 패계왕에 깃든 선명한 녹색으로 빛나는 과실. 시시오 가이의 전신에 융합되어 있던 생명의 보석이 결정화된, 파트리아의 열매다. 소녀는 가는 송곳니로 파트리아의 열매를 씹어 부수고, 삼켜간다.
그러자, 샤라의 배가 밝게 빛나며, 그 빛이 순식간에 펼쳐져, 발 밑에서 지면으로, 이윽고 안데스의 평원을 둥글게 가르기 시작했다.

『음――…… 훌륭한 파트리아의 창문(窓)(문(とびら))이로군……』

반짝반짝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대지. 아름다운 호수처럼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라칸의 의사에도, 평상시 같은 냉소의 울림은 없다. 드디어 찾아온 "차원넘기(次元渡り)"의 순간을 맞이했다는, 엄숙함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자, 여러분. 여행을 떠나보죠. 우리들을 기다리는 미개의 차원으로―――!』

라이가 선두에 서서, 창문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히이라기는 그 억센 힘으로, 약한 자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잡아…… 차원의 틈새에서, 떨어져버리지 않게』

라칸이 수백의 솜니움과 함께 뒤를 이었다. 그리고, 한번 멈춰서, 라미아가 있는 언덕을 바라봤다.

『음…… 잊을리 없다. 옛된 라미아여』

라미아는 라칸과 처음으로, 서로 포르테로 싸운 그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포르테의 내성을 지닌 라칸은, 당연히 오르토스의 내성도 지니고 있게 된다.


『음…… 언젠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을 때, 이 라칸이 오르토스를 계승하여, 솜니움을 지키마. 미래 영겁, 이 몸이 멸해지는 그 날까지』

그리 고하고 다시 나아가는 라칸. 그 의사를 받아, 라미아는 조금 미소짓는 것 같았다. 유우야는 여행을 떠나는 일족의 모습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라미아의 의사가 속삭였다.

『유우야…… 너도 가 줘』
『라미아……』
『난 여기서 여행을 떠나는 동포들을 전송하겠어. 파키라 장로나 보다이쥬, 세메와 함께……』

더욱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유우야는 숨을 삼켰다. 라미아의 몸에 생기는, 어떤 변화를 눈치챈 것이다.

『―――알았어. 세메 언니와 사이 좋게 있어』

그 의사를 남기고, 유우야도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라미아가 남긴 것을 속에 품고, 그녀에게 주어진 다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거의 모든 솜니움이 창문으로 몸을 던져가고, 가쥬마루는 샤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샤라……』

아득한 수천년 전, 솜니움은 차원넘기를 통해, 이 행성()에 왔다. 그리고, 아직 연약했던 인간의 수호자가 되어, 그 생명을 나눠받아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그들의 비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 차원을 넘어, 새로운 고향이 될 땅으로.
희망으로 가득 찬 여행――하지만, 샤라는 고개를 저었다.

『가는거야, 가쥬마루……』
『숙명인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 창문은 아득한 너머까지 이어져 있어. 난 여기서 창문을 계속 열고 있어야 해. 소키우스와는 달라. 멀리, 멀리…… 좌우가 바뀔 정도의 세계. 그러니 난 힘을 전부 쓸 때 까지 움직일 수 없어. 창문의 너머로 건너갈 수……없어……』

가쥬마루가 고개를 숙였다. 샤라의 의사가 고하는 것은 진실이며,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한 것이다. 포기한듯 창문을 향해 걸어가는 가쥬마루의 등을, 샤라가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이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지는 일은 없었다. 바로 뒤돌아서, 소녀에게 달려들어, 가는 몸을 껴안았다.

『샤라를 홀로 두지 않아! 내가…… 나 만큼은, 계속 곁에 있겠어!』

그 말에, 샤라의 눈동자에 눈물이 흘렀다. 솜니움의 신체구조는, 시각을 관장하는 기관을 세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넘쳐나오는 감정이 액체화하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응…… 고마워…… 가쥬마루, 계속 같이 있어줘』
『같이 있겠어! 이 몸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난 샤라와 같이 살아가겠어!』

서로 굳게 포옹하는 둘의 모습을, 언덕 위의 하얀 덩어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웅크린 사람처럼 보이는 그 덩어리는, 몽인(夢人)(솜니움)의 육체가 섬유화한 잔해다.

『그걸로 됐다, 가쥬마루…… 샤라…… 어디 있더라도, 우리들은 빛을 찾을 수 있지……… 아름다움이 흘러넘치는 미래를…… 지켜봐줬으면 해……. 이 땅과, 우리들의 희망을―――』

안데스 평원에, 반짝반짝 빛나는 안개 같은,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희미하게 흐르던 의사는, 그 바람에 흩날리듯이, 사라져갔다…….



「……!」

같은 시각. 히노키가 오비트 베이스의 통로에 멈췄다.

「왜 그래?」

같이 있던 케이타가 말을 걸었지만, 바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걷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살짝, 바람을 느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궤도상에서 창 밖의 푸른 행성을 바라보던 사쿠라는, 솜니움들이 떠나는 안개의 반짝임을 지각하고, 홀로 뺨을 적시고 있었다.


「잘 가…… 꿈의 조각」




EPILOGUE 翼 -FUTURE- A.D. 2018


※역주. 원문은 翼 -MIRAI-. 같은 미래라는 뜻의 Future로 번역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GGG 오비트베이스 근처에, 하얀 방주, J-Ark가 유익(遊弋)하고 있었다. 계류용 볼라드에 고정되지는 않았다. 조용히 구동을 시작한 쥬얼 제너레이터는, 아이들링 상태에 있어서, 출항의 때가 눈 앞으로 다가온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함교에서, 창 밖의 우주를 바라보는 둘이 있었다. 지구의 방향이 아니다. 함수가 향하는 곳은, 태양계 바깥쪽, 심우주의 방향.
우주복을 입은 시시오 가이가, 옆의 시시오 미코토에게 말을 걸었다.

「우주비행사로 돌아가게 되면, 외우주탐사를 나가고 싶다고는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은하의 너머로 갈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걸……」
「저기, 가이…… 이거 신혼여행이 되는걸까?」

승무원 둘의 대화에, 함장이 자기 자리에서 반론했다.

「여행이 아니다! 초노급 전함 J-Ark는 조사를 떠날 뿐이다. 우주 어딘가에 목성 같은 차원의 비틀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Merci, 함장. 나까지 동승시켜줘서 감사하고 있어」

솔다토 J의 태도가 재미있다는 듯, 르네가 익살맞게 말했다.

「뭐, 넌 원래 전사니까. 신혼여행의 운전기사 따윈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알지만」
「……누가 운전기사냐!」

화를 내는 J의 모습에, 역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가이가 수습했다.

「우주 전체를 위한 중요한 임무니까. 이제 두번 다시, 트리플 제로가 유출되는 사태는 피하고 싶으니까 말이지. 신혼여행이라니, 안이한 기분은 지니고 있지 않아」
「에엑~ 아니었어~?」

미코토의 말투에 르네가 뿜어버릴 뻔 했고, J의 뺨에 경련이 일어났다.

「토모로! 출항 준비는 어떻게 됐지!」
「완료됐다. 남은 건, 최후의 승무원의 도착을 기다릴 뿐이다」

충실한 메인 컴퓨터가 그렇게 대답하면, 함장으로서는 남은건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가이는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지구를 향했다.

(자, 드디어 출발이다. 기다리고 있다고……)


가이의 시선이 바라보는 곳은, 홋카이도의 설원, 지금, 최후의 승무원은 이 곳에서, 전송을 받는 중이었다.
애당초 21년 전 겨울의 어느 밤, 최후의 승무원이 어떤 목적으로 내려간 곳도, 그 땅이었다.

설원에 서 있는 거대한 메카 라이온. 그 앞에 서 있는 젊은 부부. 둘의 팔 안에는 작은 갓난아이가 껴안겨 있었다. 그건 21년 전의 밤과 꼭 닮은 광경이었다.
그 때처럼, 갓난아이는 자신들을 내려보는 기계의 시선에 두려워하지 않고, 기분 좋다는 듯 웃고 있었다.

「춥지 않아? 조금만 참으렴」

모친이 갓난아이를 어르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미안해, 츠바사(翼). 하지만 어떻게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곳에 데리고 오고 싶었어」

21년 전과 차이점――과거의 하얀 갤레온과는 조금 다르며, 조금 베이지 색이 덧씌워진 제네식 갤레온. 그리고 그 때의 갓난아이가 성장하여, 지금 훌륭한 부친으로서 이 땅에 서 있다는 점이겠지.
사랑스러운 아내·하나와 첫 아이·츠바사의 옆에서, 아마미 마모루는 최후의 승무원인 하얀 짐승에게 말을 걸었다.

「다녀와. 갤레온. 하지만, 작별인사는 하지 않을게. 탐사임무가 끝나면, 바로 가이 형과 함께 돌아와줄테니까」

갤레온이 어린아이를 놀래키지 않게, 상냥하게 작게 울었다. 마모루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모루들의 뒤에는, 당시에는 신혼이었던, 초로의 부부도 있었다.

「고마워, 북극 라이온…… 이 아니라, 갤레온. 넌 우리들에게 아들만이 아니라, 며느리와 손자도 내려줬어」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말을 건 것은 아마미 이사무와 아이. 일찍이 이 설원에서, 갤레온과 만난 부부다. 그 때와 닮은 듯 하면서도, 지금 이 곳, 이 순간의 광경에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마모루와 그 가족 주변에는, 수많은 동료가 모여있었다.

「J와 잘 지내줘, 갤레온」

마모루의 파트너이면서 친구인 카이도 이쿠미. 그에게 달라붙은 알루에트. 게다가 어릴적부터의 친구들도 여럿 와 있었다. 아오노 케이타와 사이 히노키. 타이가 특무장관에 아카마츠 장관. 휴마 참모에 복귀한 프리클. 양과 라이가, GGG의 수많은 대원들. 그리고 용자로보군단. 전원이 일부러 이 곳에서 갤레온을 마중보내고 싶다고 바래서 모여든 것이다.

「갤레온…… 가이 형을, 도와줘」

마모루의 말에 다시 조용히 대답하고는, 갤레온은 G임펄스 드라이브를 저출력으로 분사, 밤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저걸 보렴, 츠바사――」

그 날 밤처럼, 지상에 내려온 유성이, 하늘로 날아올라간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모루는 츠바사에게 말을 걸었다.

「언젠가 인류도 은하로 날아오르겠지. 그 때, 모두의 날개(翼)가 되었으면 해서…… 그렇게 바라고, 난 네 이름을 "츠바사(翼)"라고 붙였단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츠바사는 기쁜듯 웃었다. 그 이마에 문장이 떠오르는 일은 없다. 지구인으로 태어난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부부는, 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한 줄기 유성을, 언제까지나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알고 있다――
21년 전의 이 날. 아마미 부부에게 내려준 아이가,
전 인류의 존망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다는 것을――
자아내진 인연과 유대, 그리고 용기 있는 맹세가,
희망으로 넘치는 미래로, 전 인류를 이끌었다는 것을――

우리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자가, 생명을, 힘을, 영혼을,
용기를 통하여, 자아내려져 간다는 것을――


(完)


저자: 타케다 유이치로(竹田裕一郎) - 가오가이가 메인 각본가
감수: 요네타니 요시토모(米たにヨシトモ) - 가오가이가 시리즈 감독

최종화의 전개가 어설픈 것은, 마감을 맞추지 못할 듯 해서 이렇게 된거고, 단행본에서 추가, 보완 할예정이라고 합니다.

2016년 9월 30일, 야타테 문고에 1화가 업로드.
2016년 10월 1일. 타입문넷에 1화가 번역.

그로부터 4년 하고도 3개월이 좀 넘었습니다.
2021년 3월 17일 정오. 패계왕 ~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69화가 야타테 문고에 업로드되며 막을 내리고, 3월 22일. 티스토리 기준으로 18시를 기해서(타입문넷과 카페는 조금 빠른 시간) 패계왕 소설판의 번역은 마무리지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번역할 내용은 한참 남아있지만요. 단행본에만 수록된 특전 소설이라던가(※베터맨 BD에 수록된 특전소설은 中권에 수록됨)… 구매하려면 좀 걸리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다 제가 좋아서 고생하는건데 말이죠. 좀 쉰 후에, 코믹스 번역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