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대타의 Grand Order/프롤로그+설정+기타 외전

Prototype: 봉쇄종국사해(임시) 前

리나네기 2021. 9. 30. 09:00
Fate계에서의 난적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를 상대로, 링크 군의 서번트로서의 능력과 전투장면을 묘사하고 싶어서 쓴 본편의 프로토타입입니다.
나중에 후편도 투고할테니, 어떤 느낌으로 본편을 쓰려는지 이미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링크 대타의 봉쇄종국사해(임시) 前



「죽였, 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를, 죽였다!」

「아버지가, 그러라고 했다.
아버지가, 너는 괴물이니까, 그러라고!」

「하지만, 전부, 내 잘못.
분명 처음부터, 내 마음은, 괴물이었다.」



끝 없이 수평선만이 펼쳐진 특이점의 바다. 싸움의 소란이 가득한 선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지닌 괴물의 비통한 절규가 울려퍼졌다.
가슴에 달리는 고통과 함께 비통한 표정을 짓는 사람. 고조되는 열기에 얼굴을 찡그리며 이를 악무는 사람. 한없이 조롱하며 깔보는 사람.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지든 상관 없다는 듯…… 소년은, 괴물은, 아스테리오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품은 소원을 외쳤다.


「하지만, 이름을, 불러줬다.
모두가 잊어버린, 내, 이름……!」

「그러면, 돌아가야, 해.
용서받지 못해도, 추한 모습이더라도,

나는, 인간으로, 돌아가야 해……!」


목숨을 걸 정도의 결의가 담긴 그 『소원』에는, 비통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괴물』은 이제 싫다.
모두가 불러준 『아스테리오스』로서 있고 싶고……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스스로조차 잊어버린 이름을 불러 준 모두와, 자신 같은 존재를 받아들여 준 모두와 좀 더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와 동시에 『싫다』라고 비명을 지르는 자신도 있다는 것을, 아스테리오스는 자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저 미쳐버린 대영웅과 계속 대치한다면, 틀림없이 자신은 죽어버린다…… 그러면 더는, 모두와 같이 있을 수는 없다.



(싫어…… 싫어, 헤어지기 싫어.
모두와, 에우리알레와, 계속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왠지 울컥거리면서 눈동자를 달구는 무언가를, 모처럼의 결의를 무디어지게 할 잡념을, 울부짖으며 호소하는 자기 자신의 틀림없는 『본심』을, 아스테리오스는 필사적으로 억눌러 참는다.
분명 이게, 이게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벌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품은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사람의 따스함을 얻은 순간 그걸 빼앗긴다는, 죄 많은 자신을 자각하며 죽어 간다.




(내가, 죽, 인, 그 아이들…… 울었어, 외쳤어, 『살려줘』라고, 필사적으로.
이런, 기분이구나…… 그걸, 난, 짓밟았어.
왜, 나, 태연했었을까…… 역시, 괴물은, 벌을 받아야 해)



시야 구석에서, 동료채로 공격해도 상관없다는 듯, 보구인 창을 치켜드는 랜서의 모습을 보았다.
눈 앞의 광전사를, 그저 한 순간이라도 붙들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소년을, 마음 깊숙히 밀어넣었……지만, 소년의 절규는, 저항은, 아스테리오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고 필사적이라서,
붉은 빛을 내뿜는, 사람이 아닌… 날고기를 먹어치우는 괴물의 입에서, 아주 조금, 단 한순간 흘러나왔다.




「……………려…줘」



빗방울보다 작은 한 방울은, 흘러넘칠 틈도 없이 뺨을 더럽히는 튀어나온 붉은 피에 섞여서, 순식간에 그 열을 잃어버렸다.
소리라는 형태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중얼거림은, 전장의 소란이, 눈 앞에서 소리지르는 광전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고 사라졌을테고,
애당초 닿을 리가, 받아들여질리 없다고, 말한 스스로가 부정하는 괴물의 애원.




「그럼 안 되지, 아스테리오스. 그런 말은 좀 더 또박또박, 모두에게 들리게 크게 말해야지」





「다음부터 노력하자」




거기에, 응답해준 사람이 있었다.

푸르며 신비로운 칼날이 태양빛에 빛나고, 자신보다 아득하게 작고 가녀린 등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대영웅인 압도적인 거인의 위압을 상대하고도 기죽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아스테리오스는 보았다.



「링, 크…… 왜?」

「도움을 바라며 울고 있고…… 그걸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죽으려는 아이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못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링크, 말했어.
『용기』를 내라고… 그러면, 그럴 수 있으면, 누구라도 『용사』라고.
그러니까, 나……」

「확실히 그랬지. 하지만, 지금 네가 하려는건 그게 아냐.
싫다고 싫다고 울부짖는 본심을, 억지로 억눌러서까지 하는건 『용기』라고 하지 않아.
공포는, 슬픔은, 부정하고 억누르는게 아냐……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극복하는거야.
진정한 『용기』를 아직 찾아내지 못한 너를, 지금부터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너를, 이런 곳에서 잃고 싶지는 않아」



말투는 강하지만, 담겨진 마음은 매우 상냥해서,
그런 목소리를 등 뒤의 아스테리오스에게 향하며, 그 눈과 전의와 칼끝을 눈 앞의 광전사에게서 조금도 떼어놓지 않는다.
얼핏 보기만 해서는 이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소년전사의, 그야말로 만용에 지나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냉정한 판단력 같은건 버려뒀을 광전사는, 대영웅 헤라클레스는, 한 손으로 가볍게 짜부러트릴 수 있을 소년을 앞에 두고, 어째서인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조금전까지의 여유를 벗어던지고 소리지른건, 화살로 위험하게 미간이 궤뚫리기 직전이었다는 생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면한 직후의 이아손.
그 옆에서는, 여유만만하고 틈투성이라 공격에 대한 대처따윈 조금도 하지 못하는 이아손을 지키기 위해, 보구 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헥토르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뭘 하는거냐 헤라클레스, 이 굼뱅이가. 빨리 그 꼬맹이 녀석을 죽여버려!!
터무니 없는 녀석이군. 눈 앞의 위협을 무시하고 장수를 노리다니!!」

「아니~, 그 한 순간에 좋은 판단이었네…… 역시 저 꼬마. 보통내기가 아냐.
그 상황에서라면 난 방어로 돌아야만 했지. 발동된 보구를 막기보다, 아득하게 편하고 확실한 수 하나만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지켜버렸잖아.
게다가 노린 점이 미간이라는게 또 싫군.
눈으로 향해지는 공격은 『자신이 지금 살해당할 뻔 했다』라는 인식을 압도적으로 강하게 만드니…… 보라고, 우리 대장. 노림수대로 완전 미쳐 날뛰잖아.
이래서야 뭐, 미노타우로스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잊어버렸겠네……」

「죽여라, 헤라클레스. 하지만 평범하게 죽이지는 마라.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희롱하며 죽여라!!
그 녀석은 위대한 왕의 목숨을 노린 반역자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위업을 막는 악랄한 놈이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부끄러워하며 후회하게 해 줘라!!」


예리하게 갈고닦인 전사의 감이 울리는, 이상한 경종을 대비하던 헤라클레스지만, 그게 휘몰아치는 광기와 전의를 억누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붉게 끓어오르는, 이성 없는 눈동자는, 대기를 울리는 포효와 함께 뿜어진 위압감은, 아스테리오스가 아직도 무사했다며 한순간이나마 안도했던 전원을 더욱 절망으로 내팽겨칠 정도의 공포였다.



《도망쳐, 링크 군. 아무리 너라도 헤라클레스, 게다가 버서커라니 상대가 너무 힘들어!!
어떻게든 해…… 아아 정말, 왜 난 이럴 때 이런 말 밖에 못 하는거야!!

하지만 미안, 이런 말 뿐이라고는 해도 지금 나로서는 이런 말 밖에 못 해!!
도망쳐 링크 군, 어떻게든 살아남아!!》


「하하하핫, 목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전혀 안 보인다만, 아무래도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자도 있는 듯 하군.
그 말대로, 헤라클레스다…… 그리스의, 아니, 사상 최강의 대영웅이다!!

어딘가의 보잘것 없는 영령이 당해낼 수 있을 상대가 아니다. 하물며 너같이, 자신이 이제 죽는다는 것 조차 이해 못하는 꼬마 따윈, 눈치채지도 못한 채 짓밟히는 개미나 다름없지!!」

「링크, 역시 난……!!」



『무섭지 않다』고 말하며 미소지어 줬다,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용사』로의 길을 가르쳐주었다.
소중한 친구가 조롱된 분노에 눈초리를 거세게 올리며, 온 몸의 털을 세우고 뛰쳐나가려는 아스테리오스의 거체를, 링크는 한 손으로 막았다.



「링크!」

「안된다고 했잖아…… 왜 그리 몸을 던지려는데. 살해당할 뿐이라고 알고 있잖아」

「……알고 있어, 무서워, 하지만 난 해야 해.
벌을 받아야 해…… 갚아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하면, 난 모두하고 같이 있을 수 없어.
모두와 같이 있는 걸…… 내가, 나를 용서 못해」


「……벌을 받고, 갚고, 용서받을 수 있으면 되는거지?」

「……으, 응」

「에우리알레!!
여신 에우리알레, 존귀한 당신께 청하는 무례를 허락하소서!!」

「뭐…… 그래, 허락할게」



여신이라는 존재라는 것. 그건 인정하면서도, 대등한 동료로서의 자세나 위치를 벗어나지 않았던 링크에게서 갑자기 공손한 태도와 말을 듣게 되자,
순간 놀라서 할 말을 잃어버린 에우리알레였지만, 바로 자각과 긍지를 되찾아서, 익숙했던 여신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거룩한 행동은, 다음 순간 향해진 『소원』의 내용에 가볍게 무너져버렸다.




「자신이 범한 죄의 무게에 괴로워하며, 벌과 보답을 바라는 자가 여기 있나니!!
부디 이 자에게 속죄의 기회를, 여신의 시련을 내리옵소서!!」

「……!! 아스테리오스, 사람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기에 괴로워하는 괴물이여, 들으세요!!」


링크의 의도를 깨달은 순간, 에우리알레는 여신으로서의 자신을 잊고, 그저 오로지 소리지르고 있었다.
구하고 싶은데,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걸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눈 앞에 내밀어진 그것에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여신』이라는 속성을 지녔을 뿐인 한 소녀만이 있었다.


「사는거야, 죽어서는 안 돼…… 죽어서 편해지다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와 죄악감의 괴로움에서 해방된다니, 정말로 용서하기 어려운 소행이야!!
수많은 죄 없는 소년소녀들을 먹은 당신에게는, 벌로서 그 수백… 아니, 천, 만…… 수억배의 생명을 구한다는, 끝 없는 난행을 이루기를 명합니다!!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는 사람들의 생활 그 자체를, 인리를 구한다는 전대미문의 대위업!!
이 여행길의 동반이 되어, 별을 바라보는 천문대를 지키며, 인류 최후의 마스터의 힘이 돼!!
이게 네가 해야 할 시련이야. 냉큼 받아들이라고!!」


수십명의 제물을 먹어치운 대가로, 시간으로서 수천년, 총수로는 수천억명에 이를 사람들을 구한다…… 그저 수로만 비교하면 수지가 전혀 맞지 않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시련이겠지.

그런 불합리한 신탁을, 아스테리오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
믿을 수는, 받아들일 수는 없다…… 너무나도 형편 좋아서, 벌이나 시련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행복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걸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돌아와……… 돌아오라고 아스테리오스!!
바로 내 말이야, 넌 닥치고 듣기만 하면 된다고!!
너에게 시련을 내린건 바, 그 결말로 죄가 용서받는다고 인정한 것도 나!!
바로, 여신 에우리알레!!

내가 허락했어. 누가 불평해도 소용 없어. 누구도 널 부정하게 두지 않아!!」

「라시는데…… 아스테리오스. 자.
빨리 돌아가서, 네 여신님을 위로해드려」

「……하지만, 나.
안 돼…… 이런거 벌도, 시련도 아무것도 아냐.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나, 전혀 갚지 못해」

「그 죄악감이, 네가 지금부터 영원히 짊어지게 될 진정한 벌이야.
아무리 행복한 순간이라도, 넌 자신이 범한 죄를, 죽여버린 사람들을 잊지 못해.
그걸 감안하고 살아가서…… 네가 살아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모두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이건 분명, 네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도, 계속해서 힘들고 괴로운 시련이 될거야…… 알겠어?」

「…………응, 알 것 같아.
그래도, 나…… 지금부터 어떤, 괴롭고, 힘들고, 싫은 일이 있어도.
그걸 전부 참을테니까, 참을 수 있으니까.
지금은 어쨌든, 에우리알레를 울려서는 안 돼…… 그렇게 생각해」

「찾아냈네. 네 『용기』」




만면의 미소와 같이 향해진 링크의 말에, 몇초간 어이를 잃은 아스테리오스는, 무언가를 극복한 듯, 정말로 기쁜 미소로 대답했다.
간단한 전언을 맡긴 아스테리오스가 『황금사슴호』골든 하인드 호로 귀환하고, 에우리알레의 발작과 일동의 환대로 맞이되는걸 확인한 링크는, 안심한 덕분에 조금 풀리던 의식을 다시 전투용으로 되돌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헤라클레스를 부추기려던 이아손은 무언가를 떠올린건지, 헤라클레스의 전의를 일단 진정시켜서까지 눈 앞에서 전개되는 링크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난걸 헤아리자마자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비웃음과 깔보기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봐서, 기가 막혀서 어깨가 축 쳐졌다.
저것과 『영웅』을 한 카테고리로 묶는건 싫어…… 이 짧은 기간동안, 몇번이고 똑같은 감상을 가졌는지는 이미 세지도 않았다.





「촌극은 끝났나…… 조금은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고, 아무리 시시해도 여유롭게 받아들여주는게 지배자의 자비라고 생각하고 봤었다만.
……시시해. 역시 촌극은 촌극이군!!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이미 불쌍할 정도로군. 이래서야 차라리 도중에 박살내주는게 진지한 대응이었나!!」

「네~네~. 일부러 기다려줘서 고마워.
여긴 이제 됐으니까, 어서 그 사람 치워버리고 끝내게 해 주지 않겠어?」



망할 자식의 유일한 특기라 칭해지던 수다를 들은체 만체 한데다가 더욱 자랑하던 헤라클레스까지 얕보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링크의 태도에, 이아손의 관자놀이에 성대하게 경련이 일어났다고 모두가 파악했다.



「네놈……바보냐, 아니. 확인 안 해도 되겠군. 바보로군!!
대영웅 헤라클레스를 앞에 두고 그 태도, 이미 만용을 넘겨서 그저 자살지원자다!!」


「……저기, 닥터.
딱히 장난치는 건 아니고, 진심으로 절실한 질문인데, 물어봐도 될까?」

《이 상황에서!?
아 아니, 이 상황에서 알아야 할 것 같은 중요한 질문이라는건가…… 좋아, 간략하게!!》

「헤라클레스는 누구였지, 구체적으로 뭘 했어?」


초조한 가운데에서도 필사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중이던 로마니가 질문을 수락한 직후.
링크는 마치, 오늘 저녁메뉴를 묻는듯한 가벼움으로, 가볍게 폭탄을 투하했다.
모두가 말을 잃고, 뭐라 할 수 없는 침묵이 몇초간 세계를 감싼 후, 한 발 앞서서 부활한 다 빈치의 바보같은 웃음이 통신 너머에서 들려왔다.



《아하하하, 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핫!!
미안 미안. 잊어버렸네. 나한테도 완전히 맹점이었어!!
그래. 알고 있을 리 없구나. 우리들이 눈치채고 알려줬어야 했는데 말야 이건!!》



통상 성배전쟁처럼, 성배로부터 어느정도 현대지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상황인데, 계기도 없이 알고 있을리 없으니까.
어떤 영웅이라도, 어떤 위업이라도, 『지금』으로 이어지는 인류사 전체가 그에게는 아득한 후세의 것이니까.
그런 말로 나오려던 후반 부분은, 본격적으로 참지 못한 웃음 탓에 결국 말로 나오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네놈, 지금 뭐라고 한거냐!?
헤라클레스를 모른다니, 이 녀석의 전설을, 그 대위업을 들은 적 없다고!?
어떤 시골, 어떤 촌구석, 어떤 오지에서 자라야 그렇게 되는거냐!!」



조롱하고, 매도하며, 상대보다 우월한 입장에 서기 위하여 청산유수처럼 움직이던 혀도 멈춰서서, 그저 순수하게 경악하며 받은 충격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보여주는 이아손.
그런 반응을 앞에 두고 링크가 보인 표정변화는, 『그런 말 해도 모르는건 모른다고』라고 말하고 싶은듯한, 아이같은 삐진 얼굴이었다.


「어이어이어이어이, 저 녀석 괜찮아!?
저 헤라클레스 상대로 검을 내밀다니, 바보인지 무모한 건지 조마조마했더니 설마 『모른다』라니!!」

「그보다…… 이제와서지만, 저 아이 누구야?
서번트라는건 기척으로 알겠는데 그 외에는 전혀 모르겠어, 검도 활도 쓰는데다가, 단서 될 만한게 너무 없어」



오리온과 아르테미스가 무심코 말한 당연한 의문에, 리츠카와 마슈는 저도 모르게 서로 마주봤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튼 지금 링크는 전설에서 익숙하게 묘사되는 용사의 의복을, 깊은 숲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 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대 하일리아인의 특징인 날카로운 귀와, 링크 자신의 강한 인상을 드러내는 금발벽안.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얼굴 생김새도 후드로 반 쯤 가려버려서, 외관으로 봐서 그를 『용사 링크』라고 깨닫기는 어렵겠지.

『링크』라고 자칭하기는 했고, 후드도 때때로 아무렇지도 않게 벗고(드레이크를 포함한 해적 무리가 무심코 숨을 집어삼키고는 했다)는 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하게 숨기거나 속이거나 하는게 오히려 의심받는다고. 드레이크 선장은 그 부분이 특히 더 날카로울걸.
리츠카. 너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녀석이 전설이나 역사상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자칭했다고 해도, 「혹시 본인인가?」라니, 이런 상황이 아니면 생각하지도 않을거잖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밀로 해 둔다…… 그렇게 말한 주제에, 그를 숨겨야만 한다고 긴장하던 자신들을 뒷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진명을 까발렸다.
역시 같은 입으로 「먼저 말을 꺼낸 주제에 뭔 생각이야」라고 추궁하는 자신들을 가볍게 다물게 하고 「『숨기는 게 있습니다』라고 얼굴과 목소리와 태도에 빤히 드러나버린 리츠카들 쪽이 더 의심받고 있었어. 보충은 해 뒀지만」이라고 마무리까지 당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 그가 아직 『숨길 생각』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선배…… 혹시, 링크 씨는」

「싸울 생각……인걸까. 『진심』으로」



자신의 진정한 힘이 필요하게 되는…… 그런 때가 오면, 아낌없이 보여줄까.
아직도 발휘하지 않은 힘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그렇게 말하며 웃던 링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헤라클레스가 터무니 없이 강하고, 무시무시한 적이라는건 알고 있어.
역사라던가, 전설이라던가, 칼데아에 오기 전까지 별로 자세하지 않은 나라도, 이름만이 아니라 어떤 활약을 했는지 정도까진 어느정도 알 정도의 대영웅이고」


영주가 떠오른 주먹을 쥐었다. 무심코 침을 삼킨 입술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걸 불안과 공포때문이라 생각한 마슈는, 마스터를 어떻게든 격려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말을 꺼내려 했는데, 직전에 삼키게 되었다.
거대한 대영웅을 정면으로 맞서는 용사의, 비교적 매우 작고 가녀린 뒷모습을 보는 리츠카의 눈동자는, 기대와 희망으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열심히 설명해주는 마슈에게는 미안하지만, 책의 내용보다는 눈 앞의 본인의 인상이 강해서…… 그렇게 열심히 「용사님」이라고 해도, 딱 느낌이 오지를 않아.
게다가…… 아마도 저 녀석, 별로 그런 취급을 받는걸 좋아하지 않을거야.
저 녀석이 「용사」라는건 사실이고, 부정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역시, 난 저 녀석을 「용사」보다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싶어』


리츠카의 링크에 대한 취급이나 인식이 가볍게 느껴지고, 그건 리츠카가 링크의 일화나 공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둘을 위해서라고 믿으며 열심히 『젤다의 전설』을 말했고, 그 결과로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았을 때를, 마슈는 저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었다.
어느샌가 그늘에서 대화를 듣고 있어서, 사이를 좋게 하기는 커녕 나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고 핏기가 가신 마슈를 뒷전으로, 새하얀 피부에 핏기를 띄우고 부끄럽다는 듯, 그러면서도 왠지 매우 기뻐보였던 링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리츠카는 『위대한 용사』보다도 『한 명의 친구』를 존경한건가, 왜 링크는 그걸 모욕이라고도, 깔본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기뻐한걸까.
그리고 지금, 왜 리츠카는 이도저도 못하는 이 곤경 속에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는걸까.
『젤다의 전설』은 아직 다 못 읽었다고 했는데, 『용사』가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건 그 본인인데…… 그 『이유』를, 지금의 마슈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과거의 혼란과 지금의 혼란이 뒤섞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마슈를 뒷전으로, 상황은 마구 변화중.
자신이 최강이라 믿는 영웅을 『모른다』라고 해서, 머리에 피가 오를대로 오른 이아손은, 전투태세를 갖춘 헤라클레스의 뒤에서, 그의 위업에 대해 마구 분노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솔직히 『위업』이라고, 『대영웅』의 삶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전설을 앞에 두고, 표정과 자세를 조금 고친 링크의 모습에, 기분 좋아진 듯한 이아손의 입이 청산유수처럼 움직인다.

머나먼 생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위협으로 가로막는 광전사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링크가 의도치 않고 뒤헤집은 탓에 느슨해진 전장의 분위기가, 그 절망감이 다시 돌아온다.




「그 녀석의 보구 『열두 번의 시련』갓 핸드은 소생마술의 중첩이다. 12번 죽이지 않으면 헤라클레스는 쓰러트릴 수 없지.
게다가 그 녀석의 몸은 B랭크 이하의 공격을 무효화한다.
너희들에게 그 정도의 공격수단이 존재할까나. 만약 있다고 해도 마무리로 알려주지.

이미 받은 공격에 내성이 생기는거다. 그러니까 같은 공격으로 두 번 그 녀석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지.
요컨데…… 너희들이 헤라클레스를 이기려면, A랭크 이상의 공격수단을 12종류 준비해서, 12번 전부 죽여야만 하는거다.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수많은 괴물들을 죽여서 전설이 되고, 게다가 이성을 잃어서 적을 학살할 뿐인 존재가 된 괴물을 말이지!!

자, 거드름피우지 말고 알려주게, 용맹한 소년전사군!!
지금까지 잘도 저질러줬다. 전례없을 정도로 초조하게 만든, 이 위대한 이아손의 분노를 진정시키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넌 도대체 어떤 추태를 보여줄거냐!?
들어주기야 얼마든지 들어주자. 이뤄줄 의지는 눈꼽만큼도 없다만!!」


「닥쳐」


혼자 달아올라서는 멋대로 시끄러워진 이아손의 웃음소리가, 그것보다 아득하게 고요했을 단 한마디로 가로막혔다.
제 분위기에 취해있었을 이아손이, 왜 그 한마디로 조용해졌는지, 아니, 조용해져야 했었는가.

그 이유는, 방금 전에 위험하게 미간을 관철할뻔한 화살보다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자신의 몸을 쏘아봐서 움츠러들게 한 푸른 눈동자를, 직접 목격한 이아손 본인밖에 모른다.



「네가 욕보이고 있는건 내가 아냐…… 네 자신이 자랑하면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헤라클레스다.
자각했으면 닥쳐, 그 청산유수로 움직이는 입이 자신의 『능력』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안면이 창백해진 채 입을 다문 이아손에게 마지막 말을 내뱉은 후, 링크는 다시 눈 앞의 위협을 마주보았다.
검 자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장갑으로 가려진 문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 느껴진다.

상세한것까지는 역시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역대의 저마다는 어쨌든, 적어도 자신에게 그런 성격은 없었을텐데 하고 냉정한 사고로 생각하면서도…… 가슴의, 영혼 속에서 울컥거리는 뜨거운 충동을, 없었다고 치고 무시할 수는 없다.





(『링크』라는 존재 그 자체가 통일화된 영향인건가…… 하지만 뭐, 나쁘진 않아)


싫지 않다. 즐겁지 않을리가.
그렇지 않다면, 이젠 이미 『그 세계를 게임으로 즐겼었다』 정도의 희미한 인식만 남은 『전』의 자신이, 『그 게임에』 그렇게까지 열중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헤라클레스…… 네가 인류사 속에서, 탑 클래스의 위업과 용맹을 자랑하는 대영웅이라고 한다면,
그걸 상대할 수 있다면, 그건 내 힘이 수많은 영웅들에게도 통용된다는 증거가 되겠지.
공교롭게도 지금 넌 나에게, 인리수복이라는 길 한복판에 세워진 장애물에 지나지 않아.

불손하지만, 발판삼아 넘어가도록 하지!!」


「해 버려, 링크. 새로운 전설, 만들어 버리라고!!」
「라져다, 마스터!!」


주변이 말릴 틈도 없이, 서서히 고조되던 두 소년의 투지가 마침내 폭발했다.
기합과 동시에 덤벼든 소년의 날카로운 검극을, 헤라클레스는 도끼검으로 막아내고 포효와 동시에 튕겨냈다.

자세가 무너지기는 커녕 힘차게 날려진 소년의 날씬한 몸은, 허공에서 요령 있게 자세를 바꾸고…… 그 전신을, 그 본인의 손등에서 내뿜어진 눈부실 정도의 섬광과 방대한 힘의 분류가 감쌌다.


무심코 눈을 가릴 정도로 눈이 부신 빛 너머로, 일동은 보았다.
형태는 달라도, 어떤 나라, 어떤 시대라도 빠짐 없이 전해지고 있다는 『전설』 ……거기에 기록되어 그려져 있던, 형태를 지닌 여신의 축복.

후세에 만능의 원망기라 전해지는, 『황금의 성삼각』트 라 이 포 스의 문장을.




「저, 저 문장은……… 저 분은, 혹시!!」


다른 사람과 다른 귀를 지니고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 부터 어떤 『태고의 백성』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일이 많았다.
여신의 목소리를 남김없이 듣기 위한 큰 귀를 지니고 태어나서, 오랜 세월 선의 여신과 함께 살아왔다는 『고대 하일리아인』
공주께서는 그 피를 이어받는 분이실 것이다. 흘러넘치는 마술의 재능 역시…… 라고 들을 때마다, 그녀는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기뻤다.

전설의 『용사』도 『고대 하일리아인』이었으니까. 동경하는 영웅과 가까운 피를 잇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영광으로 여기지 않을 리 없다.




(만나뵐 수 있었다면…… 좀 더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이뤘으면 했는데)


슬픈 듯, 분한 듯…… 유감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는 메데이아는, 눈 앞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손 등에서, 황금으로 빛나는 문장……… 설마 저건, 저 녀석은, 그 『전설』의!?」
「진짜냐. 난 어릴때 저 녀석의 이야기를 교과서삼아 자랐다고!?」


틀림없는 위대한 『역사』나 『신화』상의 존재일 자신들조차, 살아있을 당시에 이미 『전설』로서 즐기던 이야기의 영웅이, 품고 있던 마음에 합당한 『용사』의 후광을 두르며 나타났다.
그 『기적』을 모두 받아들여서, 되씹고, 만끽할 수 있던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이 곳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