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9. 30. 09:02
VS 익룡


또 하나, 공중에서 자세가 무너진 와이번이, 굉음과 흙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떨어졌다.
이게 인간이거나 다른 생물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죽었겠지만.
공교롭게나마 강인한 비늘과 생명력을 지닌 와이번은 이 정도의 충격으로는 죽지 않아서, 자신을 땅에 떨어트린 상대를 베어주겠다고 다시금 날개를 펼쳤다.

그 생각은, 초조한 나머지 시야와 사고가 좁아져서,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소녀의 방패의 일격으로 막혔다.

크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자신이 마무리를 지은 몇마리째인지 모를 와이번을 내려다보며…… 아직도 지우지 못할 싸움에의 공포를 필사적으로 삼키며 마슈는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링크 씨…!!」

이미 너덜너덜한 성벽 끝에 서서, 수가 줄어서 격노한 와이번들을 상대로 결코 일품이라고 할 수 없는 일개 병사의 창과 활만으로 대처한다.
무슨 영웅담의 한 장면인거냐고 태클걸고 싶어지는 상황을, 방금 눈 앞에서, 무시무시한 용의 무리 상대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재현하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허술한 검이 부숴지는 것과 동시에 와이번을 한마리 쓰러트린다는 쾌거를 이룬 링크는, 이번에는 창을 들고, 결정타를 찌르려는 마슈와 엇갈리는 형태로 최전선을 향해 뛰어들었다.
해골병 상대로 펼친 공방에서, 틀림없이 그는 검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허리를 낮추고, 양 손으로 긴 자루를 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착실하게 수련을 쌓은 달인클래스.
실제로, 단전에서 솟구치는 소리와 동시에 쏘아내진 찌르기는, 와이번의 비늘을 궤뚫어 그 아래 살을 후벼파는 훌륭한 것이었다.
딱딱한 비늘의 존재와, 겨우 인간 상대라는 교만으로 방심하던 상황에 주어진 타격은, 와이번에게 성대한 비명을 일으키게 했다.
해골병 때 처럼, 눈 앞의 작은 소년이 충분한 위협이라 본 와이번들은, 공격 및 배제 대상을 한 점으로 집중시켰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훈련을 쌓은 훌륭한 병사라도, 찢기고, 씹히고, 부숴져서, 단숨에 다진 고기가 되어버릴 용들의 무리의 맹공을 링크는 능가했다. 때때로 역관광을 시켜버릴 성과를 올리면서.
링크는 공격이 오는 방향을 한정하고,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 일부러 성벽을 등 뒤에 둔 위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싸움에 익숙한 자의, 수와 폭력에 밀린 위기상황을 살아남기 위한 대담하면서도 적절한 판단.
하지만 그건, 반대 관점으로, 반대로 말하자면, 도망칠 곳이 없이 몰린 상황이라는 소리도 된다.
손톱이나 송곳니가 결정타가 되지 않는다는 사태에 초조해진 와이번 한마리가, 가슴을 부풀리며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는, 독특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와이번의 폐라 생각되는 기관에 열원 집중, 틀림없이 브레스가 온다!!
링크 군, 피……피할 수가 없어, 도망칠 수도 없어!!
어쩌지 어쩌지, 도와줘, 마기 마리―――!!!》

반투명한 『닥터』의 비명같은 소리를 의식 구석으로 들으며, 링크는 힘차게 땅을 밟은 양 다리로 힘을 집중했다.
다음 순간, 내뿜어진 작열의 브레스가 지금까지 링크가 서 있던 곳을 태웠고, 그 직후, 불꽃을 내뿜던 용의 머리가 머리 위에서 내리찍힌 칼날에 궤뚫렸다.
다음 순간, 뿜어진 작열의 브레스가 지금의 지금까지 링크가 서 있던 지점을 구워, 더욱 그 다음의 순간, 불길을 부는 용의 머리가 두상으로부터 내려온 창날에 꿰뚫려졌다.
그 몸이 뜬 숯으로 변하기 직전, 굉장한 각력으로 자신의 키 높이까지 뛴 링크는, 그 다리로 다시 등 뒤의 성벽을 박차서, 자신을 노린 와이번의 머리 위까지 뛰어오르고.
창 끝을 바로 아래로. 와이번의 정수리를 향해, 중력에 자신의 모든 체중을 실어 궤뚫은 것이다.
용의 머리를 땅에 꿰매고서야 겨우 기세가 멈춘 창은, 심하게 혹사한데다가 마무리 일격을 한 것으로 꺾여버렸다.
시침핀 대용으로 쓸만한 끄트머리를 남긴 채, 억지로 꺾인 탓에 끄트머리가 비틀린 말뚝처럼 된 긴 자루를, 무리중 한마리가 끔찍하게 죽어버린 모습에 경직해버린 와이번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녀석을 향해 휘둘렀다.
날카로워졌을 뿐인 나무조각으로 상처입을 만큼 용의 비늘이 부드러울리는 없다.
그런 것을 링크는 이미 잘 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도 충분하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곳을 정확하게 노릴 뿐.
자신의 몸이 튼튼하다는 걸 원망하게 할 일격은, 터무니 없는 충격에 크게 떠져있던 눈을 가차없이 궤뚫었다.
고통과 괴로움에 절규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결국은 죽을 만큼 아플 뿐. 쓰러트릴 수는 없다.
그건 물론 링크도 알고 있는 상황. 지금 원하는건 어디까지나 『틈』이다.

동료가 연속으로, 그것도 터무니 없는 타격을 받는 모습을 목격한 와이번들이 결국 경직된 틈을 타, 링크는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눈 앞에 서 있는 성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튕겨떨어진다, 혹은 미끄러져서 떨어질거라 생각된 그 몸은, 발판이나 손잡이라 차마 말하기 힘든 성벽의 금이나 얼마 안되는 요철을 교묘하게 붙잡고, 한번 잡고, 한번 박찰 때마다 몸을 힘차게 튕겨올렸다.
겨우 몇초만에 링크는, 요새의 수호의 요점일 성벽을 그 몸 단신으로 공략하여, 가장자리에서 몸을 내밀고 숨을 삼키며 눈 아래 전투에 매료되어 있던 병사들 눈 앞으로 뛰어올랐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뒤로 물러서는걸 넘어 주저앉아버린 병사들.
그 원인은, 정상적이라면 오를 수 없을 성벽을 넘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격전 도중 후드가 벗겨져서, 그걸 다시 쓸 여유도 없는 채, 벽을 오른 소년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 얼굴이 흙먼지로 더럽히고, 보석처럼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늠름하게 앞을 확인하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평생, 한 번쯤은 누구라도 반드시 동경하는, 누구나 상상 속에 그리던 전설의 용사 그 자체라는 늠름한 모습이었기에.

「뭐라도 무기를, 그리고 가능하면 활과 화살도!!」
「아… 네!!」
「사용해 주세요!!」

어째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황송해하는 병사들에게서, 새로운 창과 활과 화살을 받은 링크…… 그 등 뒤, 성벽 가장자리의 너머 허공에, 크게 입을 벌린 와이번이 날개를 펼치고 뛰쳐나왔다.
포효, 혹은 갑작스럽게 불꽃이라도 내뿜으려는걸까.
크게 숨을 들이마쉰 그 동작은, 목적이 뭐든 어차피 이뤄지지 않았다.
받자마자 그대로 화살을 매기고, 뒤돌아보며 시위를 당기고, 대상을 포착하는 것과 동시에 쏘아진 화살이, 한 순간의 조준이라고는 절대로 생각되지 않는 필중의 표적으로 와이번의 입 안에 쏘아져, 목에서 생명유지에 관련된 뇌간을 훌륭하게 관통했으니까.

「이 무슨, 그는 활까지 쓰는건가!!」
「터무니 없는데, 혼자서 삼기사의 역할을 모조리 하고 있잖아」

모니터 너머로 펼쳐지는 광경에, 역시 본래의 궁병으로서의 자신을 떠올릴 수 밖에 없던 에미야와, 자신이 그 곳에 없는 분함과 새로운 용사의 존재를 보게 된 환희가 뒤섞여서, 랜서일 때의 그를 떠올리게 하는 장렬한 미소를 짓는 쿠 훌린.
영령을 둘이나 놀라게 만든다는 위업을 저도 모르게 이룩하면서도, 링크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기 죽지 않고 와이번 무리와 싸워나갔다.
성벽에 서 있는 그를 노리기 위해 날아온 와이번을, 링크는 강렬한 창의 찌르기, 정확한 화살 일격으로 아득한 아래의 지면을 향해 떨어트린다.
하지만, 그건 받은 고통과 충격으로 무심코 힘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며, 정신차리고 다시 날개를 펼치면 전선으로 복귀하는 것 자체는 쉬웠다.
떨어진 순간 결정타를 얻어맞는다는, 역할분담만 없었다면.

눈 앞에서 전개되는 틀림없는 영웅담에 매료되면서…… 그 한명에게 전투의 부담 대부분을 떠맡기고, 자신은 그저 준비된 상황에서 마무리 일격을 넣기만 한다는 현 상황에, 뭐라 할 수 없는 미안함과 한심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전투 도중인데도, 그런 흔들리는 심정인 탓일까.
머리 위에서 링크가, 등 뒤에서 리츠카가 소리친 소리에.
최후의 한마리가 된 와이번이, 뭘 생각한건지 갑작스레 공격대상을 바꾼 것에, 마슈는 깨닫는게 늦었다.

「마슈… 마슈, 위험해!!」
「그쪽으로 갔어!!」
「네…?」

자신이 멍하니 있던 것을 깨닫고, 겨우 고개를 들어올린 마슈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자신을 향해 불꽃이 튀는 목을 힘차게 벌리는 와이번의 모습이었다.
생명의 위기라는건 알고 있는데도, 그 인식이 왠지 아득하다… 방패를 쥐어야 할 손이, 그게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도망쳐야 할 다리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머나먼 세계의 사건을 부감중인듯한 마음의 마슈의 시야에, 와이번의 불꽃을 가로막으며 하나의 군기가 펄럭였다.

「『나의 신은 이곳에 있나니Luminosité Éternelle』」

진명 개방과 동시에 진가를 발휘하는 그 깃발이, 신성한 빛을 뿜으며 작열하는 불꽃을 차단한다.
그걸 인식한 와이번은, 억지로 밀어붙이겠다며 보다 강한 힘을 숨결에 담았다.
더욱 강해진 불꽃이, 계속된 사용의 영향으로 조금 약해진 깃발의 빛을 넘어, 그 너머 주인을 태운다.
아직도 새록새록한 사인(死因)과 연관된 고통에, 고통으로 찡그린 그녀의 벼랑끝의 분투는, 아득히 머리 위에서 내려온 창끝이 와이번의 심장을 딱딱한 비늘을 신경쓰지도 않고 꿰뚫고, 짓이기고,
게다가 그 몸을, 성벽을 몇초만에 오르는 각력에 더하여, 낙하의 중력에 의해 배증된 체중의 기세를 아낌없이 더한 양 발로 짓밟은 마무리 일격에 의해 종료되었다.

「그는 확실히, 방금 전까지 성벽에……」

무심코 올려다본 그녀의 시야에 보인 것은, 소년이 방금 전까지, 와이번과의 격투를 벌이던 성벽 가장자리에서 몸을 내밀고, 저마다 그를 걱정하는 말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
그 강인한 와이번의 몸을, 대지에 핀 새빨간 커다란 꽃으로 바꿀 기세로 내려온 광경과 더불어, 여성의 머리속에 터무니 없는 사실이 떠올랐다.

「………설마, 뛰어내린건가요? 저기에서?」

튼튼한 몸과, 충격 전부를 와이번이라는 쿠션으로 완화하는 기술에 자신이 있더라도, 어지간한 담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찾았다… 그라면, 이 사람들이라면 분명…

마음 속에서 울컥거리는 확신. 그리고 안도와 함께, 깃발을 든 여성은 입을 열고… 그 첫 말은, 병사들이 지른 비명에 가까운 절규로 가로막혔다.

「다, 당신은…… 아니, 넌!!」
「잔 다르크!!」
「마녀다, 마녀가 나타났어!!」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사람, 도망치지도 못하는 사람, 떨리는 손발로 필사적으로 무기를 쥐는 자.
와이번이 전멸한 안도와 고양이 단숨에, 의도와는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여성은, 잔 다르크는 당황과 비애가 뒤섞인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으아아앗!!」
「괘, 괜찮습니까!?」
「히이익, 오지마!!」

필사적으로 도망친 다리가 걸려서, 화려하게 굴러버린 그 몸을 염려하고 내민 손이, 지금 그에게는 그 몸을 찢으려는 마녀의 손톱으로밖에 안 보인다.
공포로 떨리는 입술로,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소리 없는 소리에, 잔 다르크의 발치로 쏘아져 움직임을 방해한 화살이 대답했다.

「꺄앗…!!」
「잠… 링크 ,뭐 하는거야!?
저 사람은, 마슈를 도와줬는데!!」
「링크 씨… 저도, 저 분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아무래도」
「둘 다, 지금은 조용히…… 잔 다르크!!
이 곳은, 이 곳의 사람들은 널 찾지 않는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어서 떠나라!!
용무가 있다면 다시 와라, 내가 상대가 되어 주겠어!!


활시위를 한계까지 당기며, 화살을 가차없이 조준한 링크에, 잔느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뒤꿈치를 돌렸다.
어쩔 수 없이 달려가는 뒷모습에, 링크는 굳어진 전신의 힘을 빼며, 활을 치우고, 병사들은 환호성을 울렸으며…… 리츠카와 마슈는,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긴장을 풀 틈도 없이, 두번, 세번 전세가 뒤바뀌며 큰 소동에 휘말린 요새의 공방전은, 이제서야 겨우 종결하게 된 것이었다.


포우군의 존재가 행방불명 되었습니다만, 리츠카의 어깨 부근에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