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9. 30. 09:13
굴욕스러운 철퇴

그녀에게 폭력이란, 유린이란, 고문이란, 아름다우면서도 세련된 것이었다.
상처입히고, 괴롭히고, 그러면서도 죽이지는 않는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설계, 개발된 고문기구만큼,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겸한 예술품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폭력이란 그런 도구를 이용해서 행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예술품을 이용하는 이상 그에 합당한 미학이 있어야만 한다는 고집조차 가지고 있었다.
그런 긍지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도구라는, 사람이 낳은 예지의 결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원초의 무기가, 야만의 극치인 주먹과 다리라는 일격이 그 몸에 때려박히자, 카밀라의 괴물로서의 자부심에 금이 가고, 무르게 무너져간다.

영핵을 파괴하는 기술을 모르는 맨몸의 공격은, 서번트인 카밀라에게 있어선 원래는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것이며, 링크도 그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가 공격하는건, 카밀라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두 번 다시 적대하지 않도록, 두 번 다시 남을 괴롭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자신을 상대하기만 해도 그 마음의 심지가 가볍게 부러져 버리도록.
몇번이고, 몇번이고, 주의하고 주의하여, 몸과 마음은 커녕 영혼 깊숙히 때려박아, 새기려는 듯한 인정사정 없는 맹공을.
안 그래도 창백했는데 더욱 핏기가 가신 얼굴빛에, 항상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있었을 복수라는 열기가 한 순간이지만 잊어버릴 듯한 공포심이 전신에 달린 검은 잔느가 기겁한 상태로 보고 있었다.

「…………아냐. 절대로 아냐.
저 녀석은 결코, 용사님 따위가 아냐」

「응. 그 말 대로야.
확실한 약점이나 약점을 일부러, 울든 아우성치든 철저하게 노려대서, 무자비하게 때려 눕혀서 상대방의 전의를 밑바닥까지 상실시키는.
압도적인 전력차를 뒤집을 가능성을 숨기면서도, 사용하는 측에 매우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는 이유로 잘 쓰는 사람이 적고, 이 나조차 어지간한 상대가 아니고서야 사용을 주저해버린다고.

그런 "52의 전투살법"중에서도 특히 가차없이, 특히 실천적인 그걸, 저렇게나 자연스럽게 사용해버리다니.
뗏갈만 좋은 도련님인줄 알았더니, 상당한 달인이잖아.」

「버서크 라이더. 당신은 당신대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욕 나올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터무니 없는 발언을 해 버린 성녀에, 광화시킨 탓이라 생각은 하지만 참지 못하고 힘차게 태클해버린 검은 잔느는, 그 때문에 시선을 돌려버린 얼굴을, 사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참극의 무대로, 마지못해 되돌렸다.
그 시선이 어느샌가 자신으로 향해지던 푸른 눈동자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쳐버린 탓에 전신이 움츠려버렸다.
몸 속을, 특히 자랑스러워하던 얼굴이 중점적으로 박살나서, 고귀한 여성으로서의, 괴물로서의 자부와 프라이드가 근간부터 꺾여버려서,
이미 싸우기는 커녕 일어설 기운조차 없어져서 쭈그려 앉은 채 흐느껴 울 수 밖에 없어진 카밀라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여기까지 오니, 여기까지 당하니 억지로라도, 바보라도 안다.
그는 화를 내고 있다. 광분하고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참극에…… 자신에게…….


(저 녀석……… 저 가짜 용사는 조금 전에 뭐라고 했었지!?)

적어도 이 곳에서, 모습만은 잔느를 닮은 저 얼굴에, 적어도 한발은 때려박아주겠어




확실히 아름답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던 카밀라의 얼굴에 인정사정 없이 때려박고, 그 잘 생긴 콧대를 뭉개버린 혼신의 일격을 정확하게 떠올린 검은 잔느의 목구멍 속에서, 쥐어 짜내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라이더의 말대로, 무자비한 유린으로 완전히 전의가 상실해버린 검은 잔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건, 아름다운 세이버였다.

「카밀라 뿐만이 아니라, 블라드 3세까지 전의를 상실해서, 전선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일단 퇴각하고, 다시 태세를 정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그…… 그래. 그 말대로야!!
이건 전략적 철퇴라는거야. 꼴불견스럽게 무서워하거나 예상이 어긋난건 결코 아니니까!!
거기 가짜 용사, 기억해!!
넌 죽이겠어…… 반드시, 끔찍하게, 거기 멍하니 서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성녀님과 함께, 흔적도 남지 않게 태워줄테니까!!」

본인도 그렇다고 자각하고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패배자의 상투대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말을 남기고.
불러낸 와이번으로 흡혈귀 둘을 회수한 검은 잔느는, 라이더, 세이버와 함께 자신도 올라타서, 순식간에 그 곳에서 멀리 도망쳐버렸다.
그녀들이 나타났을 당시의 예상을, 절망을 뒤엎고, 마녀와 그녀를 따르는 서번트들을 예상치도 못한 수단으로 공격하여 훌륭하게 되돌려보낸 링크에게, 경악과 흥분에 취한 리츠카들이 달려왔다.
이룩한 쾌거는 둘째치고, 정작 그 본인은 불만스러우면서도 왠지 부족한듯 소리지르고 있었다.

「아앗, 도망쳤어!! 아직 때리지 못했고, 아직 그 콧대를 뭉개지 못했는데!! 물리적으로!!」

《아니, 정말 이젠 봐줘!!》

「……뭐, 괜찮나. 관심 대상을 바꾸는데는 성공한 것 같으니까.
보니까, 한번에 하나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듯 하고,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 신경을 못 쓰는 직정형의 성격이야.
저렇게 겁먹게 만들었으니, 당분간 마을이나 거리를 덮치지는 않겠지」

「링크…… 너, 정말로 냉정했었구나」

「당연하잖아. 몇번이나 말했는데」

「아무리 무시무시한 흡혈귀라고는 해도, 울면서 벌벌 떠는 여성 상대로 저렇게 문답무용으로 때리는 녀석이 자칭 냉정하다는걸, 솔직하게 믿을 수 있을리가……」

「힘이 부족한건 사실. 압도적인 불리가 현실.
그런 상황을 뒤엎으려면 어찌 해야 할지 고려하고,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한걸 실행했을 뿐인데 말이지」

「쓸데없이 더 성깔 나쁘잖아」

「참 고맙수다」

리츠카가 링크를 꾸짖고, 링크도 그에 반론하고 있는건가 해서 초조해진 마슈와 잔느는, 얼굴을 마주보며 거리낌 없이 말다툼중인 둘이, 즐겁다는 듯 웃는 것을 알아차리고 힘이 빠졌다.
무사히…… 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는 모르는 위기를 넘어서, 부드러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명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경쾌한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동이 순식간에 경계하며 무기를 들고 돌아보니, 행동 그 자체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고귀함이 깃들이고, 그 이상으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웃는 여성과,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로 힘차게 웃으며, 마음에 든 세트리스트에 갈채를 보내듯 박수를 치는 남성이 서 있었다.

「이런, 재미있었어. 정말 최고였어.
멋지게 끼어들 타이밍을 노리던 마리아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일부러 끼어들지 않고 끝났으니, 내게 있어서는 최고의 전개인걸」

「확실히, 정의의 편이라 자칭할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지만.
용기를 지닌 한 소년이, 절망적인 상황을 훌륭하게 극복해낸 광경은, 정말로 훌륭했답니다.
마치 그 『전설』에서 읊어지는 싸움이, 바로 눈 앞에서 전개된 것 처럼!
사랑의 두근거림과는 다른, 뜨겁고 경쾌한 가슴의 뜀박질…… 이게 통쾌하다는거구나. 참을 수 없어!」

「……너희들은, 서번트?」

「저희들의 아군이라 생각해도, 괜찮습니까?」

「그래. 물론이지!
자기소개를 할께…… 나는 마리.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일설에 따르면 아무래도 위대한 음악마술을 부리는 자라고도 이름이 남은 듯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는, 단순한 천재 음악가에 지나지 않지.
서번트로서의 전투능력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인리수복을 위한 첫 걸음. 프랑스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새로운 동료들이 더해진 순간이었다.





























「위험해…… 그 가짜 용사. 그 녀석은 너무 위험해.
일단 성처녀는 뒷전이야. 그딴 녀석은 언제든 처리할 수 있어.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빨리, 서둘러, 그 녀석을 처리해야겠지.
일단은 순수한 전력의 증강. 귀환해서 새 서번트를 추가로 소환하자.
그 외에 할 수 있는건……」

「그러면 제가 나가서 그들의 현 위치나 동향을 밝혀두죠.
움직임을 파악해두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신속하게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겠네.
그럼, 가도록 해. 버서크 라이더.
너의 『말(馬)』이라면, 아무리 정체 모르는 녀석이라도 뒤쳐질 일은 없겠지」

「알았습니다」



제1특이점 수복 완료 후, 칼데아 소환실에서.

「어머, 이것도 운명이란 것일까?
서번트 어새신, 카밀라라 불러줘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앗……」

그 후 칼데아에서는, 용사를 무서워하며 도망치는 여자 흡혈귀라는 매우 당연한 광경과, 울면서 무서워하는 여자 흡혈귀에게 성섬성의껏, 고개를 팍 숙이며 사과하는 용사라는, 이색적이다 못해 상식을 의심하는 광경을 한동안 볼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