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9. 30. 09:19

어둠 속의 성녀



왕비와 성녀, 역사의 전환기를 맞이한 프랑스에 인생을 희롱당한 두 여성이, 시대를 넘은 우호를 기른다.
일반적인 성배전쟁의 상태와 비교하여, 너무나도 동떨어진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서로 이야기하고,
마리와 아마데우스처럼 용의 마녀 진영에 대한 대항책으로 소환되었다고 추측되는 서번트가, 그 외에도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이끌어 내어,
리츠카가 언급한 순수 전투요원이 부족한 현 상황을 고려하여 전력증강을 목적으로 아군이 되어줄 서번트를 찾는 것을 앞으로의 제1목적이라 정한 그 날 밤.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매우 자연스럽게, 우연히,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한 때를 같이 하게 된 셋이 있었다.


「있죠, 기사 님. 링크 씨.
당신도 저희와 함께, 여자회 토크를 하지 않으실래요?」

「죄송합니다만 왕비 전하(妃殿下). 저는 『여자』가 아니기에」

「전혀 문제 없답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사교계의 숙녀들조차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해 버릴 정도인걸요.
적어도 저는, 당신이 저희들의 회화에 참가해주신다면, 매우 기꺼이 환영하겠습니다」

「봐주세요……」


이리하여 링크는, 얼마 되지 않은 저항도 허무하게, 결국은 왕비와 성녀의 대화에 끼어들게 된 것이었다.
멤버 선정에 위화감을 품은건 정작 본인 뿐이고, 주변에서 보면 위화감은 커녕 눈요깃거리만 된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에엑!!
링크 씨는 정말로 15세였나요!?」

「(봉인되었을 때의 나이도 괜찮다면)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의외인가요?
외견은, 나이에 걸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히, 외견만 보고 판단한다면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만.
그 나이에 그런 강함을 체득할 수 있다니…… 재능이 있는 것 만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도 하신거겠네요.
15세의 저라면 결혼은 했어도, 입장상으로서는 아직 마음 편하게 있었는데」

「저는, 밭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당신을 그렇게까지 노력하게 만든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마리의 그런 질문에, 링크는 순간 매우 놀랐지만, 머나먼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지은 후,
사랑스러운듯, 외로운듯한, 신기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둘도 없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필요로 해 주셨죠.
당신의 힘이 필요로 하다고 말해주셨고, 제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가능한 만큼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링크 씨에게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분이셨군요」



웃으면서 조용히 수긍하는 링크와 달리, 마리와 잔느는 흐뭇하면서도 참혹한듯한, 뭐라 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을 맛보고 있었다.
그가 내심을 털어놓은 곳에 있던 잔느만이 아니라, 마리 역시 돌아갈 고향이나 맞이해줄 사람을 전부 잃고, 홀로 방랑하고 있다는 링크의 현 상황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채, 저도 모르게 지뢰를 밟아서 링크를 상처입히지 않도록, 리츠카와 마슈가 은밀히 신경을 써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링크 본인도, 리츠카 들이 마리와 아마데우스에게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한 것을 눈치챘다.
신경쓰는듯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동료들의 협조를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걸까, 자신을 배려해줬기 때문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인걸까, 혹은 그 둘 다일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어떤 상황을 들이대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가슴 펴고 늠름하게 앞을 바라보며, 인리수복의 여행길을 지지해주는 링크.
그런 그의 모습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 조차 위험해져버린 지금의 잔느에게 있어서는, 눈이 아플 정도로 눈부셨다.
소환시의 이상사태로 인해 본래 있어야 할 능력이 제한되고, 소중한 나라와 사람들이 유린되며, 게다가 그것이 자신의 다른 측면의 짓이 되어버린다.
불합리한 재판에서 화형으로 이어진 생전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지금의 잔느는 정신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문득 가슴 속에 떠올라버린 의문을, 평상시의 자신이라면 신경쓸 필요도 없다고 일소되어 치워버렸을 것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 버렸을 정도로.


「…………하나만 대답해주세요.
링크 씨는, 그녀를…… 그 용의 마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잔느?」

「받은 처사에 대해서 화내거나 미워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리츠카 씨들은 그리 말해주셨습니다.
저를 격려해주려고 했다는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나 마음 속을 뒤지더라도.
그런 격정을, 정말로, 한 조각도 찾을 수 없는 저는, 역시 삐뚤어진 존재가 아닐까 해서.
화내고, 미워하는게,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모습이라면…… 그 때 그녀가 말한 것 처럼, 죽음 직전에 모두를 저주한 그녀가 진짜 『잔느』이고, 지금 여기 있는 제가, 있을 수 없는건 아닌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의 쪽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런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한번 꺼낸 말은, 이미 멈출 수 없다.
듣고 있는 링크와 마리도, 참회처럼 생각되어버리는 그 말을, 그만두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 때의…… 더는 만날 수 없다는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며 한탄하시는 링크 씨의 모습을 봤을 때, 전 깨달아버렸어요.
말괄량이인 저를 사랑해주신 부모님이나, 꾸짖어주신 오라버니들. 그리운 친구들. 소박하면서도 행복했던 고향에서 보내던 나날.
그걸 전부 두고 와 버렸고, 두번 다시 되찾을 수 없다고 하는데.
배신당하고, 화형에 처해진 것에 대한 증오만이 아니라…… 그걸 아까워하며, 한탄하는 마음조차, 제 안에는 없어요.
…………가르쳐주셨으면 해요.
한탄하고, 후회하는게, 사랑한다는 증거라면……… 그것조차 할 수 없는, 가지고 있는게 당연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은 저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가슴 속에서 울컥거리는 감정의 물결에 떨리고, 흔들리면서도, 열심히 토해낸 그 말은,
참지 못하고 흘러내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구국의 성처녀 따위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불안해하면서도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녀의, 단순한 잔 다르크로서의,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참아온 생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건 신경쓰지 마』라던가, 『네가 진짜 잔 다르크인게 당연하잖아』 같은,
그런 말 뿐인, 듣기 좋을 뿐인 임시방편이나 다름없는 말은 이미 통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링크와 마리는 바로 알아차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걸까.
『그건 아니다』라는 틀림없는 본심을, 그녀의 마음에 조금의 왜곡도 없이 닿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써야 하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할 수 없어서, 곤란해져버린 마리는 잠시 제쳐두고, 링크는 한 걸음 내딛었다.
조금씩 떨리며, 너무나도 허약해보이는 잔느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그녀 자신이, 그 때 자신에게 그렇게 해 줬던 것 처럼.


「잔느……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네 생각을 하나만 정정해두겠어.
난 확실히, 이제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이제 모두를 만날 수 없는걸 한탄했고…… 모두와 좀 더 이야기했다면 좋았을거라고, 좀 더 마주봤으면 좋았을거라고, 후회도 했었지만.
그런 결과로 이어지게 만든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링크 씨?」

「진정하고, 천천히 생각해봐.
단순한 마을 소녀였다는 잔느가, 프랑스를 위해 일어난 것은,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싸운 것은, 도대체 어째서였는지」

「그건, 주의 계시를 받았기에……」

「확실히 계기는 그랬을지도 몰라.
잘 생각해봐…… 계기를 얻어서 일어난, 네 등을 떠민건 무엇이었지?」

「………전, 주를, 프랑스를 위해서.
하지만, 사실은…… 제가 정말로 지키고 싶었던 것, 깃발을 들어올린 이유는………」



자신의 손을 살그머니, 상냥하게 잡는 링크의 손을 잡는 힘을, 자신의 사고가 진행될 수록 조금씩 강해져가는 잔느.
가만히 그에 마주보며, 그녀가 대답을 얻는 순간을 링크는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중요한 시간은 갑작스레, 무례하게 망가져버렸다.


「링크 씨, 잔느, 깨닫고 있나요?」

「……네. 바로 저기까지 왔군요」


저마다 요동치던 마음이 순식간에 잔잔해지고, 눈빛이, 사고가 예리해진 그 순간이었다.
야영지 주변의 순찰을 하러 갔던 마슈와 포우가, 적습 통지와 동시에 뛰어들어온 것은.


「아아, 정말. 왜 이리 운이 나쁜거야……!」

「아무튼, 일단 재정비를!」

「잔느!」

「네……?」

「나중에 한번 더, 다시 이야기할거니까!」

「………네. 잘 부탁드려요」


대답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상황은 아직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솔하게, 진지하게 마주봐주는 사람이, 자신의 옆에 분명히 있어줬다.
그런 것을 실감하면서 조금 안심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진 잔느의 얼굴에는, 정말 얼마 되지 않게나마 확실하게 미소를 되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