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9. 30. 09:20
성녀의 시련



「안녕, 여러분.
적막한 밤이네」



선행부대로 덤벼든 해골병과 와이번을, 이미 아무렇지도 않게 속공으로 정리한 그 직후.
뼈의 잔해와 비늘 달린 시체를 짓밟듯, 정결한 제사복을 죽음의 여운이 더럽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타난 것은, 용의 마녀 곁에 서 있던게 보였던 여성 서번트였다.
온화한 목소리, 상냥한 미소, 하지만 눈동자로 엿보이는 숨길 수 없는 광기.
순간적으로, 일동을 바로 커버할 수 있는 위치에서 검을 빼든 링크의 모습에, 그 비틀린 미소는 더욱 더 깊게, 만족스럽게 변해갔다.



「기쁜 오산이네요.
당신처럼 여러 의미로 강한 사람이, 그 쪽에 있어주다니」


「………아무래도 네게 있어서, 마녀의 부하로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현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걸」


「당연하죠. 전 성녀입니다.
그리 있기 위해서 열심히 자신을 규율하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망가진 성녀의 잔심부름이라니.
한 나라를 멸하기 위해서 소환한데다가, 광화같은 정신나간걸 덧붙이다니.
덕분에 이성이 날아가서 광폭화하고 있어. 지금도 충동을 억누르는데 생각보다 필사적입니다」


「즉, 날뛰려는걸 참고 버티는 지금, 어서 숨통을 끊어달라고?」


「링크 씨, 그 말투는……!?」



마녀의 부하가 된 현 상황은, 프랑스의 국토와 국민의 유린이 본의가 아니라는 그녀의 말에, 아군이 늘어나기를 은밀하게 기대하던 마슈는, 그 원만하며 긍정적인 선택지를 애당초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듯한 링크의 모습에 무심코 언성이 높아질 뻔 했다.
그 경악에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방법도 찾지 않고, 아니,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시원스럽게 버려진 그녀를 배려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마슈의 걱정은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만족스럽게, 안심한 것 처럼, 광화와 동떨어진 진정한 미소를 지은, 바로 그 본인에 의해서.




「정말로 각오는 하고 왔는걸. 이야기가 빨라서 살았어」


「다, 당신은…… 정말, 그래도 괜찮은건가요?」


「고마워, 방패 아가씨. 넌 상냥한 아이구나.
그래도 괜찮아. 그게 가장 타당하고 확실한 선택.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어버리면, 당신들을 뒤에서 공격하는 서번트인데, 아군이 될 수 있을리 없잖아?
나도 그런건 하고 싶지 않아.
………상냥한 착한 아이니, 이것만은 기억해두렴.
확실한 불안요소를,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을 아무 대책도 없이 한 순간의 무르고 희망적인 예상만으로 끌어들인다니, 결코 상냥함이 아냐.
무언가를 무시하면 다쳐버리고, 자기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싶어서, 자신도 동료도 위험 앞에 끌어들이는…… 어리석고 안이한 행동이라는 것을 말야」

(※사자신중충. 원래는 범망경에 나오는 불교용어이지만, 일본에서 "사자 몸 속의 벌레(獅子身中の虫)"라는 속담으로 자주 인용한다. 아무리 외부의 해를 입지 않는 사자라도 몸 속의 벌레에게 파먹히면 결국은 죽는다는 말로, 내부의 적, 배신자를 의미.)

상냥하면서도 엄격한 말을 마슈에게 한 성녀는, 그에 따라 고조된 마음으로, 공기를 가르는 강한 신음소리를 내며, 십자가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방금 전의 발언에, 조금의 정정을 더하죠.
공교롭지만, 이대로 가만히,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쓰러질 생각은 아닙니다.
당신들의 앞을 가로막는건 용의 마녀. 궁극의 용종에 기승하는 재액의 결정.
나 따위를 극복할 수 없다면, 그녀를 쓰러트릴 수 있을 리 없어」




처음부터 마음을 다잡은 링크와, 슬픈듯 이마를 찌푸리면서도 앞을 바라보는 마리,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지휘봉을 손에 든 아마데우스.
그리고, 조금 떨리는 허리와 창백한 안색이지만, 그래도 다부지게 소녀들을 격려하는 리츠카와, 그의 헌신에 의해서 어떻게든 각오를 다진 마슈와 잔느.
일동의, 몸과 마음의 준비가 갖춰진 것을 확인한 성녀는, 미친 살의가 아니라, 단호한 결의로 소리질렀다.




「나를 쓰러트리렴!!
주저하지 말고, 이 가슴에 칼날을 꽂으렴!!
이것을 시련으로 받아들여, 나의 시체를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리라!!
나의 진명은 마르타!!
자, 네 차례야, 대철갑룡 타라스크!!」




자신의 진명을 밝히고, 보구인 기수를 부르며 치켜올려진 그녀의 지팡이가, 막대한 마력의 방출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르타』란 누구이며, 『타라스크』란 무엇인가.
링크와 리츠카가 가슴 속에 동시에 품은 그 의문은, 일부러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마르타…… 성녀 마르타인가!?
조심해, 모두! 그녀는 일찍이 용종을 기도만으로 굴복시킨 성녀야!!
그런 그녀가 서번트라는건, 즉……》


빛 속에서 나타난 것은 주인을 아득하게 웃도는 거체. 아름다운 성녀가 따르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투박한 괴물이었다.
사자의 얼굴, 강철의 갑옷보다도 튼튼해보이는 등껍질을 지닌, 흉악한 거북이 괴물을 떠올리게 하는 그것. 하지만 절대 거북이 따위가 아니다.



《그녀는 드래곤 라이더야!!》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괴물 속에서도, 무엇보다도 이름 높으며, 무엇보다도 강하고 무섭다고 여겨지는 것.
용종을 거느리며 나타난 그녀는, 극복해야 할 시련은, 너무나도 강대한 모습으로 가로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