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9. 30. 09:22
총력전 개시

전투개시를 알리는 명백한 신호가 나오기보다, 금속 둘이 서로 부딪히는 굉음이 먼저 앞섰다.
카운트다운이나, 이름을 대며 정정당당이라던가는, 필요하기도 하고 중요한 때도 있다는 것을 부정은 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무의미.
선수필승. 이걸로 통한다면 특급이라는 듯 가차없이 베어내려는 링크의 검을, 마르타는 그렇게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막아냈다.


양자의 무기를 구성하는 금속만이 아니라, 뼈나 근육이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격렬했던 승부의 균형은, 광화속성 부여에 의해 원래보다 근력이 대폭 강화된 마르타가, 성녀로서는 있을 수 없는 기합성과 함께 지팡이를 휘둘러 무너졌다.
어이없이 날려진 몸의 자세를 공중에서 바로잡고, 어떻게든 착지할 수 있던 링크를, 이번에는 타라스크가 쏘아낸 불꽃이 덮쳤다.
순간적으로 회피하여 그 범위에서 피한 링크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다가가려고 땅을 박찼다.
예상외의 정면돌격에 역시 용도 당황한건지, 순간적으로 토해낸 불꽃에 조금 전 같은 기세는 없다.
얼굴을 가리는 후드 역할을 하던 망토의 어깨죽지를 잡고, 눈 앞으로 다가온 불꽃을 단숨에 걷어내며 돌진, 괴물의 흉악한 면상에 검을 휘둘렀다.



올바르게, 신화 속 영웅담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었다.
영웅의 손에 쥐어진 것이, 전설의 성검이 아니라 흔해빠진 병사의 검에 지나지 않아서, 등껍데기를 피했어도 너무나도 강인한 가죽에 어이없이 되튕겨질 때 까지는.
결정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이상 달라붙는건 역시 악수라고 생각한건지, 유감스럽다는 듯 혀를 차면서도 일단 솔직하게 돌아온 링크를, 로마니의 경악에 찬 소리가 마중했다.



《지, 지…… 지금건 아까웠어, 무기가 통하기만 했으면 타격이 주어졌을거야!!
링크 군, 왜 네 활약이 후세에 남아있지 않는거야!?
혹시 전부 『용사 링크』의 전설과 혼동되거나, 혹은 용사를 모델로 한 창작이라 생각된거야!?
그렇다면 너무한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됐어, 지켜, 마슈!!」

「네!!」



링크에게 부탁받았다, 의지되었다 라는 사실이 기뻐서,
마슈는 진심을 담은 대답과 함께, 혼신의 힘으로 방패를 땅에 꽂았다.
조금 전, 링크를 덮친 것 보다 양도 열도 아득하게 웃도는 폭염이 그걸 덮쳐서, 방패 뒤에 지켜지는 얼마 안 되는 공간만을 남기고, 부근 일대를 싹 태워버리고 있었다.
누구나 가까이에서 불꽃을 상대하며, 방대한 열에 전신이 이글거리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방패를 지지하는 마슈의 사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먼저 한계를 맞이한 것은, 방패로, 마슈의 등으로 지켜지는 쪽이었다.



「리츠카 씨, 정신차리세요!」

「서번트의 몸으로도 이 열은 힘들어. 맨 몸의 인간이 그렇게 쉽게 버틸 수 있는게 아냐.
어서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초조해하며, 이를 가는 모두의 목소리와, 리츠카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를 들은 마슈는, 몸 안에서 폭발할 것 같은 마음과 마력의 열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풀어헤쳤다.



「진명, 위장등록…… 보구, 전개합니다!! 가상보구 『의사전개/인리의 초석』로드 칼데아스!!」



마슈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마력이 해방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방패로 지켜지던 일동은, 강고한 성벽이 높고 두텁게 오롯히 서 있는 이미지의 환시와 함께, 방패에 지켜지는 곳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몸 자체에 강력한 수호의 가호가 걸린 것을 감지했다.



「마스터, 괜찮나요!?」

「고마워, 마슈. 덕분에 상당히 편해졌어」

「굉장하네. 이게 보구인가……」


《잘 했어, 마슈. 하지만 보구의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수호의 가호가 있는 동안, 무슨 대책을 세워둬야 해!!》



초조해져서 목이 쉬어버린 로마니의 목소리를 BGM 삼아, 짦은 시간이나마 확보된 안전지대에서, 얼굴을 가리고 눈을 살짝 감으며 의식을 집중한 링크의 사고가 돌고 돈다.
반격의 제1진은, 타라스크의 불꽃이 기세가 약해질 때 까지 훌륭하게 참아낸 방패 뒤에서, 유리의 말을 타고 뛰쳐나온 왕비와 성녀였다.



「타라스크, 가렴!!」

「뭘, 몸이 가볍기로는, 그 거북이 씨에게는 지지 않아요!!」



마르타의 지시에 응해 불을 토하며, 팔과 꼬리를 흔드는 타라스크의 공격은, 아름다움과 내구도를 바꿔버린 유리의 말을 일격으로 분쇄하고, 그 등에 탄 소녀들을 매장할 힘을 지닌 것.
하지만, 그것은 『맞는다면』의 이야기다.
주인처럼 아름다우며 가련한 말은, 역시 주인과 마찬가지의 경쾌함으로 용의 맹공을 계속 피한다.
마르타와 타라스크의 의식이, 눈부실 정도의 빛을 뿌리며 뛰어다니는 유리의 말에 집중하여, 아주 조금이지만 틈이 생긴……… 그 때였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즉흥곡이지만 자신작이라고, 감사히 들으렴!!」



방패라는 이름의 특대급 둔기가 타라스크의 정수리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찍어내려지고,
아마데우스가 지휘하는 악단의 고상한 불협화음이, 엄청난 충격을 받아 순간 흐려진 타라스크의 의식에, 새겨지는 듯한 불쾌감을 통해 추격을 가져온 것은.




「타라스크!?」

「공교롭지만, 성녀 씨!!」

「당신의 상대는 이쪽입니다!!」



한번의 도약으로 마르타의 머리를 뛰어 넘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른 말이, 그 순간 떨어트리고 간 인영이 휘두른 기나긴 자루가, 굉음을 내지르며 두번째의 격렬한 승부가 시작되었다.
이 흐름을 지켜본 리츠카는, 로마니와 함께 환성을 질렀다.



「좋아, 잘 됐다!!」

《마르타와 타라스크를 갈라놨어. 이제는 각개격파만이 남았어!!》





『말을 잃은 기수도, 기수를 잃은 말도,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어.
함께 싸우게 두지 말고, 어떻게든 갈라놓는거야.
기본적인 틀은 이걸로 해 두자』





둘의 머리속에서는, 마슈의 보구로 지켜지던 그 짧은 시간동안, 전원의 힘을 합친 작전을 훌륭하게 떠올린 링크의 목소리가 재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