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12. 1. 05:47
VS 마르타&타라스크

『왕비 전하…… 당신의 말에는, 타라스크를 쓰러트릴 수 있을 공격력은 없더라도, 타라스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경쾌한 민첩함이 있습니다.
유리로 된, 아무렇지도 않게 눈길을 끄는 아름다움도 좋죠. 시선을 유도하는데 최적이니까요.
피하기만, 도망치기만 하셔도 됩니다. 마음껏 돌아다니며, 의식의 틈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그 때는 잔느도 데리고 가 주세요.
마르타를 상대로 한다면, 무기의 상성 문제로 잔느가 최적일테니』


『받아들였어요. 책임이 막중하군요.
……그 막중한 책임을 무사히 해내기 위해서는, 저, 아무래도 해소해두고 싶은 걱정거리가 있어요』


『명하시는 대로』


『왕비 전하 같이 거추장스러운 호칭은 싫어요. 말투도 좀 더 편하게 해 주세요』


『지금 말씀하셔야 할 일입니까?!』


『지금이 아니고서야 말할 수 없는걸.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걸요!』


『……아, 아악… 알겠습니다. 나중에 얼마든지 이름으로 부르고 말투도 좀 더 편하게 해 드릴테니 아무튼 지금은 가 주세요!!』


『약속했어요.
자, 잔느. 화려하게 둘이서 춤춰보죠!!』






금속끼리 엄청난 힘과 기세로 부딪히는 굉음이 주변에 울려퍼지면서, 두 둔기가 몇번이고 서로 부딪혔다.
한쪽은 병사들을 고무하는 깃대. 다른 한쪽은 신에게 기도하기 위한 지팡이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절대로 둔기 같은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하겠다만.
칼날도 없고, 강도와 무게에 맡겨서,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 전력으로 휘둘러지는 그것들은,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는 둔기 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윽, 링크 씨가, 제가 적임이라고 하신 이유를 알겠어요.
확실히, 이 위력과 무게로는 날카롭기만 하고 무른 칼날은 바로 꺾여서 상대가 안 될거에요.
하지만, 제 깃대라면……!!」

지팡이보다 긴 데다가, 크고 무거운 훌륭한 천이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휘둘러져서, 잔느 본인조차 파악할 수 없는 불확정 요소로서 공격과 방어를 서포트한다.
타라스크에게서 떨어진 탓에 기병으로서의 강점을 잃은데다가, 백병전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현 상황에, 마르타의 얼굴이 분한 듯 일그러졌다.
손의 지팡이를 억지로,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쥐는 그 모습은, 결코 놓지 않으려고 하는 듯 했다.





『정말로, 대상은 저 거북용만으로 해도 되는걸까?
노린다면, 주인인 마르타 쪽, 혹은 동시에 효과가 있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광화된 자에게 정신공격이 통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노린다면 광화된 주인에게 어울려줄 뿐이라는 타라스크 쪽이야.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들려주는걸 의식해서 평범하게 만든 곡과, 단 한명만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곡.
특정한 누군가에게 효과 있을 곡은 어느쪽일 것 같아?』


『생각할 필요도 없겠는걸.
과연, 이게 음악가와 전사의 사고와 감각의 차이구나.
알았어. 상황에 여유는 없지만…… 그 만큼, 기합을 담아 소리를 자아내보겠어』






타라스크의 정신을 휘젓는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천재 모차르트 혼신의 곡은, 무시무시한 철갑룡을 몸부림치게 만들며 괴로워 하게 할 정도의 위력으로 연주되고 있었다.


「아무리 기합을 담아 만들었다고는 해도, 설마 이렇게까지 통할 줄이야!!
쩔어, 나, 너무 천재잖아!!」


들뜬 목소리는, 무심코 흘러나오는 미소는, 자신의 작품과 재능에 취해서가 아니다.
소리로 자기 자신을 격려하지 않으면, 웃지 않으면, 억지로 분발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미쳐 죽이려는 듯한 불쾌감으로 괴롭히는 자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적의와 살의를 한 몸으로 쏟아내는 타라스크가 무시무시해서 참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그걸 위해 곡을 멈추기라도 하면, 단숨에 달려들테니까.


「아아, 정말. 터무니 없는 꽝 제비를 뽑아버렸어!!」


악담을 내뱉으면서, 상당히 자포자기하면서도, 자신이 할 역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던 아마데우스는, 열심히 지휘봉을 휘두른다.
그 벼랑 끝의 헌신에도, 드디어 한계가 찾아왔다.
괴로울 정도의 불쾌감을 참아내며, 적당하게 눈짐작만으로 쏘아낸 타라스크의 불꽃이, 타라스크에게는 운 좋게, 아마데우스에게는 운 나쁘게, 핀포인트로 쏘아진 것이다.


「으앗?!」


과연 바로 정면에서 불꽃을 맞아가면서 연주를 할 수는 없던지라, 순간적으로 불꽃을 피한 아마데우스였지만.
그건 연주가 중단되어 버리는 것이며, 아마데우스에게의 분노와 헤이트가 쌓일대로 쌓인 타라스크가 해방되어 버리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거북이랄까 분노로 날뛰는 코뿔소처럼 숨을 내쉬는 타라스크가, 불꽃으로 구워버리는게 미지근하다는 듯, 이 몸으로 짓눌러주겠다는 기세로, 그저 한명만을 분노를 풀 목표로 삼아 회전하며 돌격한다.
오랫동안 정신공격을 당한데다가, 광분하여 정상적인 판단력과 사고력을 잃어버린 타라스크는 깨닫지 못했다.
그와 아마데우스의 사이에 끼어들어간 자가 있다는 것을, 전력으로 격돌해버릴 그 순간까지.





『거대한 해머나 둔기가 있다면, 나도 타라스크를 상대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지고 있는 무기는 검 뿐이야. 화살도 통할 것 같지 않고.
그러니 마슈. 이번의 주전력은 네게 맡겼어.
난 여차할 경우의 서포트로 돌게.
그렇다고 나서려고는 하지 마. 방패병은 어디까지나 기다리는 자니까』


『하, 하지만…… 나서지 않은 채로 공격이라니, 어떻게 해야만』


『……저기, 마슈.
강한 힘과 약한 힘이 서로 부딪히면, 밀리는건 어느쪽이야?』


『………그건, 약한 쪽, 이죠』


『당연한 이야기지.
그러면, 인간이 튼튼한 벽에 전력으로 돌격하면, 타격을 입는건 어느 쪽?』


『그건, 부딪힌 사람 쪽이………………앗!』


『이미지 됐지?
그래.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이 언제나 강하다고는 할 수 없어』


『감사합니다, 링크 씨. 마슈 키리에라이트. 가겠습니다!!』






「해냈어요 마스터, 링크 씨!!」

드디어,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전과를 낼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해 공헌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방패병으로서의 본령을 낼 수 있었다.
환희와 흥분으로 들뜬 소리를 내면서도, 방패를 쥔 손과 땅을 디딘 다리에 담긴 힘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적을 바라보는 그 눈빛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런 마슈의 시선 너머,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채,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벽에 돌격해버린 인간이 아니라 성벽에 돌격한 대형 트럭 신세가 되어버린 타라스크는, 자폭해서 전신에 이르는 상처를 입고 피를 뿜으며, 지나친 격통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중상을 입게 한 뒤에다, 틈 투성이의 지금이라면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하고 움직이려던 마슈였으나, 한 걸음 나선 순간 전신에 내달린 통각에 방해받았다.
신념과 각오로 결국 겨뤄서 이겨냈으나, 땅을 디딘 다리가 바닥을 끄는 자취를 남기면서도 견뎌냈지만.
타라스크의 돌격을 바로 정면에서 받아낸 그 위력은, 충격은, 마슈의 몸에 결코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혔던 것이다.


「그, 그럴수가… 이제 조금인데……」

「아니, 마슈 공. 그렇게 한탄할 필요는 없소이다.
그대는 훌륭하게 책임을 다 했소. 뒤는 소인에게 맡기시게」


참지 못하고 무릎 꿇고, 분함과 한심함에 주먹을 쥔 마슈의 숙인 시야에, 기모노의 옷자락이 펄럭이며, 들은 적 있는 남성의 든든한 목소리가 그 귀에 들렸다.
힘차게 고개를 들어올린 마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소환되고 나서 이 특이점의 수복이 시작되기까지동안, 정보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었던 일본의 풍치나 풍류를 가르쳐 준, 한 사무라이의 늠름한 등.

「코지로 씨!!」





『얼마 전, 마슈가 준비해서 설치한 서클 덕분에, 본부에서 도움을 부를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의 내 스펙이라면 한번에 한명 뿐… 그것도 너무 오랫동안 부를 수는 없어서
이 경우 누구를 부르는게 정답일까……』


『……부족한 건, 광범위를 섬멸할 수 있는 화력이 아니라, 강대한 하나의 적을 돌파할 수 있는 일점집중의 돌파력.
얼마 안되는 약점, 급소를 노리고 필살의 일격을 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짐작은?』


『……응, 있어』


『그럼 그 사람이야. 집중해서 전황을 지켜봐.
부르고 오래 유지할 수 없다면, 그 힘이 필요해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부를 수 밖에 없으니까.
……뭘 신경쓰고 있는데.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없는건 어쩔 수 없잖아?
앞으로의 과제야. 조금씩 익혀가면 되는거야』






「코지로, 보구전개!!」

「알았소이다, 주공.
비검……『츠바메가에시』

『모노호시자오』라는 이명을 지닌 장검을 통해, 하늘을 나는 제비를 베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다중세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마검이 되어버린 비기를 내쏜다.
갑옷을 베어낸다는 달인의 일섬을 동시에 셋. 부숴진 등껍데기의 틈새를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정확한 조준으로 휘둘러진 타라스크는, 저런 상태가 된 주인을 홀로 남겨버리는 것에 대한 분함인지, 발버둥밖에 칠 수 없는 탓인지, 뭐라 할 수 없는 슬픈듯한 포효와 함께 쓰러졌다.


「흐음, 저것이 서양의 용…… 드래곤, 그 일종이라는건가.
제법 베는 맛이 있는 상대였군.
궁지의 원군으로 소인을 선택해 준 것에, 감사하지, 주공…… 괜찮은겐가?」

「괜찮지 않아, 힘들어……」

《지금의 리츠카 군에게는, 특이점에서 서번트를 계속 유지시키는건 아직 중노동이야!!
사사키 군, 끝났으면 어서 돌아와 줘!!》


「알았네.
그러면 주공, 마슈 공, 이 검이 필요해진다면 언제든지 불러주게.
주공들이 레이시프트를 떠난 동안은, 기본적으로는 계속 대기실에 있을 셈이라 말이지」

「………응.
고마워, 또 보자, 코지로」


시퍼런 안색으로, 괴로워하는 난폭한 숨결로,
그래도, 열심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전송하려는 리츠카의 모습에, 코지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금빛의 입자로 변해갔다.



『활동보고』에서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 읽어주세요.
(※역주: 감상글에 답글을 다는 것 보다는 연재를 우선시하겠다는 활동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