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12. 1. 21:41
새로운 도표
「타라스크!?」

「빈틈입니다!!」

기수(騎獸)의 패배에 충격을 받아 의식이 빗나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잔느는 마르타의 품을 향해 힘찬 일격을 휘둘렀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받아내기는 했으나, 완전히 힘을 넣지 못한 지팡이가 얽혀서, 튕겨졌다.
어이없게 놓쳐버리고, 그리 간단히 주울 수 없는 곳 까지 날아간 지팡이에 내심 주먹을 쥔 잔느였지만.
무기를 빼앗아서, 공격수단을 잃게 만드는 것은 일반적인 싸움이라면 확실히 유효한 전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교롭게도, 눈 앞의 그녀는 예외였다.

지팡이를 잃은 주먹을, 아직도 쥐고 있다고, 잡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힘차게 쥐고, 지팡이보다 단단하고 빠른 흉기가 된 주먹을, 크게 부릅뜬 동공으로 휘둘렀다.
싫은 소리와 함께 박힌 곳은,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상정 외였던데다가 주먹의 스피드가 엄청난 탓에, 조금도 반응하지 못한 잔느의 배.
호흡이 억지로 가로막혀, 한순간 화이트아웃된 의식 구석에서, 잔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리의 비명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기를 빼앗는다는 목적 그 자체는 결코 나쁜게 아니었지만.
……해버렸네. 해버렸구나. 너.
미안하지만 난 이제 멈추지 않아. 어떻게든 발버둥치면서 이 주먹을 가로막아ㅂ」

다른 사람처럼 섬뜩해진 마르타의 말은, 끝까지 나오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가슴팍에, 숨을 내쉬며 소리를 내기 위한 기관이, 어떤 예고도 없이 갈라졌기에, 물리적으로.
갑자기 등 뒤에서 그 몸을 덮친 충격에 놀라고, 자신의 피로 젖은 채 가슴팍에서 솟아난 칼날에 납득해서, 정신적으로.

「…………아아, 저질렀네.
가장 염두에 둬야 했던 사람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있었어.
그 정도로 모두가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쁜건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나였구나」

「……사과는 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당연해. 찔리는 순간까지 눈치챌 수 없었던 훌륭한 기척차단이었어.
청탁을 겸비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좋은 의미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너와 동료들이라면, 이 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어」

칼날이 뽑히고, 마개를 잃은 피가 상처와 입에서 흘러넘친다.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괴로움과 진심의 안도와 만족감을 품으며 마르타가 돌아본 곳에 있던 것은.
밤의 숲에 쉽게 녹아들 것 같은 어두운 색의 천을 껴입고, ON·OFF를 할 수 있는 어새신 클래스의 기척차단이 아니라, 틀림없는 본인의 기량을 통해 숨과 기척을 죽이고, 풀숲 사이에 녹아들어서,
동료의 진정한 궁지까지, 자신이 휘두를 칼날이 진정 필요하게 될 그 순간까지, 최후의 비장의 수로서 숨어있던 링크였다.




『저쪽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에 한하지만, 칼데아에서 어느정도 물자를 보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링크. 뭐라도 필요한거 있어?』



『……진한 갈색이나 녹색, 혹은 둘 다 섞인 천.
전신을 덮을 수 있는 정도가 좋아』



『…………뭐에 쓰려고?』






서클 준비가 완료된 낮에 부탁해서, 밤이 된 후 도착한 미채장비.
그걸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사용하게 될 줄이야, 역시 링크라도 예상할 수 없었다.
자그마한 불길한 소리와 함께, 손에 든 검의 칼날에 금이 뻗어가서,
몇초 후, 어이없게 폼멜만 남겨둔 그것을, 요새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재빨리 언제나처럼의 일이라며 마인드 리셋.
눈 앞에서, 자신의 피로 범벅이 된 제사복으로, 성녀 같은 미소를 짓는 마르타는, 이미 몸의 끄트머리부터 입자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아직도 괴로운 듯 기침을 하는 잔느와, 그런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면서 신경써주는 마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라스크의 소멸을 지켜본 리츠카들도 달려와서,
누구 한명도 빠짐 없이 극복할 수 있었던 일동이 모여서, 소멸 직전의 마르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성녀 마르타.
당신의 시련 덕분에, 에테르의 육체를 궤뚫는 감각과 요령을 얻을 수 있었어.
후에 녀석들과 싸울 때는, 전보다도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믿음직스럽네. 그 무시무시할 그녀가 불쌍해질 정도로.
하지만 아직은 안 돼. 너희들로서는 아직 부족해.
용의 마녀가 다루는 용을, 너희들로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요행도 없는 용종인 타라스크를 따르게 하고, 그걸 자신들이 이기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었을텐데, 마르타는 『부족하다』고 단언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떠올리고, 등골에 찬 바람이 몰아친 리츠카들에게, 성녀 마르타의 인도는 이어졌다.


「리옹(Lyon)으로 가렴. 한때 리옹이라 불린 도시로.
용을 쓰러트리는 것은 성녀도 아니고, 공주도 아냐.
그 역할을 담당하는 자는, 예로부터 『용살자』라는 것이 상식이야.
가장 좋은건, 용은 커녕, 마물·괴물 퇴치로 이름 날린 영웅들의 원류 되는, 용사님께서 검을 휘두르는 거겠지만.
……역시, 그런 지나친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는걸」


그 말을 들은 링크의 표정이, 면목이 없는건지, 미안한건지 성대하게 경련을 일으켰지만, 마르타의 목숨을 건 헌신에 정신팔린 일동이 깨닫지는 못했다.


「타라스크, 미안.
다음에는, 조금 더 정당하게 소환되고 싶은걸」


그 본인은 제정신이었는데도, 미쳐버린 자신에게 어울려준 미안함과 감사를 담은 말을 마지막으로, 라이더 마르타는 완전히 소멸했다.


「……성녀 마르타.
광화에 시달리면서도 저항하고, 저희들에게 길을 알려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일반 영령이라면, 이야기조차 불가능했을텐데.
그녀와는, 좀 더 다른 형태로 만나뵙고 싶었어요」

「네…… 매우 온화하며, 동시에 격렬한 사람이었네요.
그녀가 목숨을 걸고 맡겨주신 것을, 저희들은 계승해야만 하겠죠.
리옹이라는 마을로 가는 것. 용살자 서번트를 찾는 것. 그것이 그녀가 알려준 다음 목적.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건 그 외에도 있네요.
제 보구에는 회복 효과도 있으니, 계속해서 발동시킬게요.
그러니 모두, 오늘은 이만 쉬죠.
지쳐서 달랜 몸을 달래고, 내일. 건강해지면 출발하죠」

「왕비전하의 배려를 받아들이는게 좋아.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전원 제법 타격을 입었으니까」

「어머, 뭐랄까, 링크 씨!」

「무…… 무슨 일이신가요, 갑자기」

「호칭, 그리고 말투도!
무사히 끝나면, 고쳐주신다고 약속해주시지 않으셨나요?!」

「………………그런 말 했었던가요. 그 때의 일은 상황 탓인지 기억이 애매해서」

「저 모습 보면 분명 기억하고 있겠는데」

《그렇겠지.
어디, 잠깐만.
영상기록을 되돌려보면, 그 발언도 기록되어 있을텐데…… 찾았다 찾았어. 재생할게》



《『……아, 아악… 알겠습니다. 나중에 얼마든지 이름으로 부르고 말투도 좀 더 편하게 해 드릴테니 아무튼 지금은 가 주세요!!』》



「잠깐, 닥터?!」

《이게 바로 발뺌할 수 없는 증거라는거지?》



「자, 자. 링크 씨. 약속을 지켜주세요!」

「좀 봐주세요……」


밤이 끝나면, 용살자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 전에 아주 잠깐뿐이지만 허락된, 격전을 끝낸 일행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은, 즐거운 듯한 미소로 지나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