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네기 2021. 12. 2. 20:39
오를레앙의 성녀
「링크 씨, 저…… 전에 이야기하려던 그 건에 대해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새 탐색이 대충 끝나고, 리츠카들에게 돌아가기 전 조금 쉬기로 했을 때, 갑자기 잔느가 입을 열었다.
괴물에게 습격되어 방폐된 요새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면서, 만천의 별하늘을 올려다본다는, 낭만인건지 멋 없는건지 판단하기 애매한 미묘한 상황에서.
괴로움도 고민도 모두 떨쳐낸듯한 미소로 그렇게 말한 잔느에게, 링크는 미소지으며 뒷말을 재촉했다.


「지크프리트 씨들을 데리고 리옹에서 철퇴할 때, 프랑스병들을 덮치는 비룡들과 교전했었죠」

「아아…… 잔느는 병사들을 지키려고 온 힘을 다 했는데, 정작 그들은 잔느를 마녀라고 생각하고 원망을 부딪혔었지.
잔느가 또 낙담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리츠카들이 걱정하고 있었고」

「……그 때, 저는 기뻤었어요」


자신의 발언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리츠카나 마슈들이 들었다면 심로가 거듭된 탓에 정신이 나가버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걱정을 끼치게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잔느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동석중인 마리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그렇기에 기뻤다.
지금의 단 한마디로, 잔느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를 알아차린 링크가, 그 『일반』과 어긋난 감성과 가치관을 웃으며 받아들여준 것이.


「그들은 마녀를, 저를 무서워하며 쓰러지는게 아니고…… 증오하고, 그 분노를 양식으로 일어설 기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괜찮다고, 저를 증오하여 그들이 살아준다면 상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눈치챘습니다.
생전의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래서 원망하지 않았던 거에요」


단순한 시골 처녀였던 잔 다르크가 일어선 것은 어째서였을까. 도대체 무엇이 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링크의 질문에, 지금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주의 목소리를 듣고, 그 신탁을 이룩한 성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구국의 영웅으로서, 부나 명성을 가지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은 그저, 구하고 싶었다.
프랑스에게, 태어나서 자라난 고향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오고 싶었다.
너무 오래 이어져버린 탓에,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져버리던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거라고.
주의 신탁은, 평상시부터 품고 있던 그 생각에 자신감을 주어, 완수할 결의를 준 계기에 지나지 않았다.


「사형에 처해질 제게, 주께서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시지 않은 건 당연하겠죠.
왜냐면 저는, 주의 신탁을 믿고, 주를 위해서 싸운게 아니니까요.
제 모두는 프랑스의, 백성들의…… 그들을 구하고 싶다고 바라는, 저 자신을 향해 바쳐졌습니다.
……주를 모독한다, 천벌 받을 마녀다 라는 사람들의 말은, 어떤 의미로는 올바른 것 같네요」

「잔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마리. 자학하는게 아니에요.
오히려 상쾌할 정도에요. 『아아, 그랬구나』라고.
애당초 평상시에도, 저는 성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화형에 처해진 마지막을 후회하지 않았던 것은, 프랑스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생애의 목적을 이룩했기 때문.
배신당한 것을 원망하지 않은 것은, 칭찬이나 포상을 원해 싸우던게 아니니까.
고향에,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지 않은 것은, 자기 자신의 양보할 수 없는 소망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두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각오를 이미 다졌기 때문에.
배신당하고, 보답받지 않고, 욕설 속에서 불꽃으로 사라진…… 누구나 『원망하지 않는게 이상해』라고 말할 끔찍한 최후에도, 자신은 정말로 만족해던 것이다.
바란 것을 바랐던 대로 완수했기에,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것이 『잔 다르크』의 삶이라고, 난 아무것도 원망하고 있지 않다고.
지금의 자신은, 가슴을 펴고, 진심으로 그리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마녀의 저는,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그녀를 만났을 때, 저는 『저건 내가 아니야』라고 강하게 생각했어요.
그 때에는 제 안에 증오나 복수심 같은게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전 달라요.
그녀를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은, 인정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제 최후에, 그녀라는 존재를 낳아버릴 증오는 한 조각도 없었다는 것을, 자신과 긍지로 확신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고, 증오의 불꽃으로 프랑스를 태우고 있죠」

「……그 때 저는, 아마데우스와 함께 숨어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라서, 마녀 씨와 직접 상대한건 아니지만,
링크 씨가 말씀하신 『화풀이』라는 표현에 매우 납득했던 기억이 있어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충동을, 눈에 띄는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부딪히고 있는 것 처럼.
………아아, 이해했어요.
그래요. 아이에요. 그녀는 화를 잘 내는 어린 아이에요.
프랑스라는 놀이터를, 용이라는 장난감이 주어져서, 여기서는 이렇게 하고, 이건 이렇게 가지고 노는 거라고 배운대로, 그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인 어린아이인거에요」


마리가 절대적인 자신감으로 단언한 그 고찰은, 『누구도, 아무것도 증오하지 않는다』라는 잔느의 발언 수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발언이었을텐데.
링크와 잔느가 그 삶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 『부모』로서의 경험과 관점을 통한 마리의 말은, 의외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복수로 타락한 잔 다르크가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 말은, 누군가의 부자연스러우면서 의도적인 간섭이, 그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겠지.
……즉, 그 누군가가. 그녀를 만들어서 복수를 가르친 『부모』야말로, 진정한 흑막이겠는데」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을……」

「현 상황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단순한 억측에 지나지 않아요.
실제로 저도, 그녀가 아이라는 지론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근거는 단순한 감에 지나지 않는걸요.
증거를 보이라고 하면, 확실한게 아무것도 없어서 곤란해요」

「……현 시점으로는 여기까지인가.
이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겠는데.
이대로 결전 준비가 갖춰지면, 저 쪽과 접촉할 기회는 분명 나올테니.
그 때는 다시,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한 곳 까지 들이대볼까.
잔느. 다음에는 감싸지 않아도 되겠지?」

「네, 감사합니다」

「링크 씨, 잠깐 괜찮을까요?」

「왜 그러십니까?」

「아아, 정말. 링크 씨도 참!」

「무슨 일이시죠, 갑자기?!」

「말투, 고쳐주시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
죄송합니다. 노력해볼테니 좀 더 유예를 주실 수 없습니까?」

「약속한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지어진, 빛처럼 눈부신, 꽃처럼 사랑스러운 마리의 미소를 보며,
내심의 분투도 허무하게 함락당해버린 링크는, 그녀의 이름을 평범한 말투로 대하기 위해, 그녀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포즈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력하기로 한숨과 함께 결심한 것이었다.


「사랑받는 왕비님, 무시무시하네……」

「그렇네요」


고개숙이면서 무심코 중얼거린 링크와, 거기에 쓴웃음으로 답한 잔느는,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