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계왕~가오가이가 대 베터맨~ 제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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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화까지의 이야기》
패계의 권속에 의한 파상공격은 최종페이즈로 이행하여, 인류의 적으로서 구 GGG의 지휘를 담당하는 타이가 코타로의 작전에 의해 제로로보의 군세가 G 아일랜드 시티로 침공을 개시했다.
각성인 가이고로 출격한 아마미 마모루와 사이 히노키는 파이널 퓨전을 감행하나, 그 약점을 샅샅이 알고 있는 패계 빅 볼포그에 합체가 봉쇄된다.
비슷한 무렵. 아오노 케이타가 히노키와 살기 위하여 서프라이즈로 구입한 집과, 독립해서 새 회사를 일구기 위한 창고는 야박하게도 제로로보의 공격에 산산조각나버렸다. 하지만, 새로운 힘 〈각성인 V2〉를 얻은 케이타는 분노모드로 제로로보들에게 반격을 개시했다.
5
(볼포그가 히노키 누나를 노리고 있어……!)
그리 직감한 마모루는, 멈추라는 절규와 함께, 상공을 선회하는 스텔스가오Ⅱ와 라이너가오Ⅱ에게의 커맨드를 때려박았다. 가이고의 세레브헤드에 찍어내려지는 무라사메 소드 앞으로 뛰어들어오는 칠흑의 기체, 칼날과 날개가 서로 부딪히고, 격렬한 격돌음을 일으켰다.
「크으으윽!」
패계의 권속으로서 강화된 파워를 지녔다고 해도, 기체가 경랑이라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스텔스가오Ⅱ에 튕겨지는 형태로 패계 빅 볼포그는 가이고 위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가이고의 어깨 틈을 향해, 라이너가오Ⅱ가 돌입해왔다. 합체를 위한 오른쪽 어깨에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오른쪽 어깨에 반쯤 파묻혀 있는 건도벨과 격돌할 뿐이라 판단한 마모루가, 일부러 반대쪽인 왼쪽 어깨로 진입시킨 것이다. 4000 매그넘의 총탄을 내부에서 쏘아내려던 건도벨이었지만, 발사 직전, 푸른 분진기와 충돌하여 가이고의 외측으로 밀어내졌다!
격렬한 충돌로 대지에 내팽겨치려던 패계 빅 볼포그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회전, 대지를 박차며 오렌지의 빛을 두르고 공중을 날아오른다. 그리고, 분신했던 패계 건도벨을 빛으로 휘감으며 오른쪽 어깨에 재장착시켰다.
「……훌륭합니다, 마모루 기동대장」
「칭찬받아도 기쁘지 않아, 볼포그……」
패계 빅 볼포그의 칭찬에, 마모루는 슬프게 대답했다. 방금 공격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 듀얼카인드중 하나인 히노키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확실하게 가이고를 행동불능으로 몰아넣으려 한 것이다. 그 행동의 뒷면에는 혹시, 마모루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모루는 그 마음씀씀이를 기뻐할 수 없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건, 우주의 섭리를 따르는 패계의 권속이다. 이미 삼원칙은 족쇄가 되지 않는다. 마모루는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도,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어…… 지금의 볼포그는 트리플 제로 때문에 이상해져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구해주겠어!」
「………」
마모루의 말에 패계 빅 볼포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척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쥬를 사용한 것이다. 기습에 실패했으니, 이걸로 철퇴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행동이지만――
「고마뭐, 마모루 군. 이제 괜찮아……」
세레브헤드의 히노키가, 식은땀이 섞인 목소리로 움헤드의 마모루에게 말을 걸었다. 눈앞에 다가온 생명의 위기. 그 공포는 생생하다. 그렇지만 G 아일랜드 시티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망설임은 없었다.
「응,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서포트할게요!」
마모루의 말에 격려받으면서 히노키는 오비트베이스를 불렀다.
「하나 짱, 파이널 퓨전 Take 2!」
『라져에요……!』
통신 너머에서 신속하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이널 퓨전, 프로그램 드라이브!』
그리고 테이크 1에서 이미 거미줄같은 금이 들어가서 누르기 쉬워진 커버 위로, 그래도 있는 힘껏 양 주먹으로 스위치를 때렸다.
『Take 2!』
FF프로그램이 재송신되었다. 이미 가이고에는 드릴가오Ⅱ와 라이너가오Ⅱ가 합체되어 있다. 남은건 스텔스가오Ⅱ뿐. 최후 시퀀스로 파이널 퓨전이 재시행되는 동안, 마모루는 기체의 센서와 전신의 감각을 총동원해서 주변 기척을 훑고 있었다.
(볼포그가 이대로 퇴각할리는 없어……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근처에 있어. 그리고 무언가를 노리고 있어……)
마모루의 그런 확신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퓨전이 다시 방해될 일은 없었다. 물론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대처는 몇가지나 준비해놨다. 그래도 긴장을 늦출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완성된, 철의 거신―――.
라이너가오Ⅱ와 건도벨의 충돌에도 뒤지지 않는 압력이, 세레브헤드의 히노키에게 덮쳤다. 듀얼카인드라고 해도, 그녀는 에볼류더도 아니며, 정해모드가 되는 능력도 없는, 육체적으로 평범한 인간이다. 구형 가오가이가에 비해 링커 젤에 의한 쇼크 업소버는 강화되어 있지만, 세레브헤드의 헤드 다이버는, 경험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강렬한 충격에 휩쓸린다. 그건 풀 파워로 싸워온 카이도가 리타이어 한 것만 봐도 명백하다. 그래도 히노키는, 비명을 지르는 전신의 고통을 버티면서도 있는 힘껏 소리쳤다.
「가오가이고――!!」
G 아일랜드 시티를 사는 사람들은, 제로 로보의 공격에 의해 교통수단이 완전히 차단되어 피난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창 밖으로, 어떤 사람은 TV 화면으로, 친숙한 용자왕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10년 이상이나 전의 원종대전 시기. 그리고 이 몇년간의 인비지블 버스트 후의 혼란기. 사람들을 지켜준 것은 가오가이가와 가오가이고――같은 머리 파츠를 지닌 용사왕들이었던 것이다.
(※역주 : 가오가이가와 가오파이가, 가오가이고의 헤드파츠는 스텔스가오에 내장된다.-제네식 가오가이가는 가제트가오에 내장- 스텔스가오Ⅱ를 공유하는 가오가이고와 스타 가오가이가의 헤드파츠가 같은건 당연하다.-가오파이가는 스텔스가오Ⅲ를 사용하기 때문에 논외.)
그 때까지, G 아일랜드 시티의 지하교통 시스템이나 다리등을 파괴하며 G 아일랜드를 고립시키고 있던 ZR-07들이 일제히 가오가이고를 향했다. 이 전개에 대기하고 있었는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으로 모여들어 용자왕을 포위했다.
「조심해, 히노키 누나. 한대라도 트리플 제로의 힘을 지닌 경시할 수 없는 적인데, 이런 수가 모이면 조금도 방심할 수 없어」
「그렇구나…… 마모루 군, 서포트 부탁해!」
히노키는 그렇게 대답하고, 가오가이고의 오른팔을 전방으로 내밀었다. 전방에는 10대정도의 ZR-07이 있다. 소체가 된 뉴로노이드 〈블로섬〉과 크기(全高)는 별 차이가 없어서, 1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팬텀 링 플러스!」
외날개에서 분리한 팬텀 링을 오른팔에 장착한 가오가이고는 ZR-07무리를 향해, 빛의 고리를 두른 주먹을 쏘아냈다!
「브로큰! 팬텀!」
한 대의 ZR-07이 브로큰 팬텀에 분쇄된다. 바로 오렌지의 빛을 두르고 재생하지만, 그걸 기다릴 틈도 없이 다른 기체가 일제히 돌격해온다.
「드릴 니!」
근접격투장비의 무릎차기를, 측면에서 다가오는 한대에 쳐박는다. 가오파이가처럼 블레이드 달린 드릴의 격돌공격은, 문자 그대로 ZR-07의 몸에 바람구멍을 뚫으며 분쇄했다.
「월 링 플러스!」
반대쪽 외날개에서 분리된 월 링이 왼팔 주변에서 회전한다.
「프로텍트! 월!」
더욱 더 다가오는 제로 로보들을, 가오가이고의 왼팔에서 방사되는 광범위한 반발벽이 튕겨냈다. 그리고 녀석들이 밸런스를 취하기 전에, 오른팔이 이어서 공격을 때려넣어, 완벽하게 산산조각내어간다.
「대단헤요! 히노키 누나! 스피드도 이쪽이 위에요」
마모루의 소리에 격려받고 히노키도 경쾌하게 땀을 날린다.
「고마워, 마모루 군! 전부 쓰러트려! 전부 부순다!」
아무리 수로 밀어닥쳐도, 용자왕의 아성이 흔들릴 일은 없어보였다.
그렇지만, 그 광경을 보며 타이밍을 재는 자가 있었다. 패계 빅 볼포그였다.
(지금입니다…… 엔토우지 오퍼레이터. 당신의 계책,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패계 빅 볼포그는 자신의 등쪽을 향해 말했다. 그곳에는 비클 머신 형태일 때의 운전석이 있다. 그 내부에는 은빛의 누에고치――제로핵이 내장되어 있었다.
(아아, 볼포그. 슬프지만, 하자고…… 우주의 섭리를 위하여)
제로핵은 발성기관이 없어서, 대답하는 소리는 없다. 하지만, 만약 림피드 채널이 있다면, 그런 의사가 발해지고 있었겠지.
소리를 개의치 않고, 엔토우지의 의지를 알아챈 볼포그는, 가오가이고의 내부에 파묻힌 어떤 것을 작동시켰다.
「에!? ……뭐야?」
가오가이고의 전신이 경직되어, 대지에 쓰러졌다. 세레브 헤드의 히노키에게도, 링커 젤로 경감되었다고는 해도 그 충격이 가해졌고, 경직된 컨트롤 볼이 감전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 처럼 양 팔을 구속했다. 탈출조차 허락되지 않는 완전 동결상태로.
「마모루 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곳 저곳에서 시스템 에러가 일어나고 있어! 이건…… 바이러스야!」
가오가이고에 발생한 이변은, 오비트 베이스의 메인 오더 룸에서도 감지되고 있었다. 하나의 앞에 있는, 기체 컨디션을 나타내는 모니터가 무수한 경고 표시로 가득 찼다.
「안됩니다…… 기체의 제어를, 되찾을 수 없습니다!」
「에에잇, 양 양반! 어떻게든 안 되는거냐…… 소프트 트러블은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뿌리로부터의 하드웨어 전문이며, 가오가이고의 개발자의 한명이기도 한 아카마츠 장관이, 슈퍼바이저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하게, 장관. 이것도 예측되던 사태다」
양은 언제나처럼 침착한 소리로 응했다. 그 말대로, GGG 블루의 스탭은, 구GGG에 의한 바이러스 공격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아마도, 방금 전 가이고 내부에 침입한 건도벨에서 보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나를 서포트중인 알루에트가, 해석결과를 보고했다. 패계 볼포그에 의한 내외 동시공격은 제1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는 물리적 회로접촉을 통한 바이러스 공격이었던 것이다. 다름아닌 알루에트의 손으로 가오파이가 시대에 철저하게 전자적 방어를 베풀었으며, 가오가이고도 그 방어는 계승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독폭탄을 직접 체내에 파묻는 수단으로 나온다면, 방벽도 의미가 없어진다.
가오파이가라면 가이의 에볼류더 능력을 통해 무효화할 수 있지만, 히노키와 마모루에게 그건 불가능하다.
「걱정은 필요 없다. 이미 세컨드가 대응을 개시하고 있으니」
GGG 오비트 베이스에서, 메인 오더 룸의 보좌를 담당하는 세컨드 오더 룸. 그 중심 인물은 3박사라 불리는 과학자들이다. 전에는 스탈리온·화이트도 그 한명이었으며, 그가 삼중련태양계에 향한 후, 인원을 보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특출난 3박사의 곁에 늘어설 수 있는 인재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예상되어 있던 패계의 권속에 의한 바이러스 공격에 반격을 개시한 인물이란 바로, 3박사중 한명――이누보자키 미노루(犬吠埼実)다.
(※이누보자키 미노루 : 통칭 가오 존다 EI-15의 소체. KBS판에서는 베이커 라는 이름으로 로컬라이징.)
「엔토우지…… 10년 이상이나 지났는데도, 또 너와 싸우게 될 줄이야」
리모트 모니터로 가오가이고의 OS를 모니터링하며, 이누보자키는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카운터 해킹을 계속했다.
패계의 권속이며, 이 바이러스 공격을 실시한 엔토우지 쿄스케와 이누보자키는 GGG 설립 이전부터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GGG 베이타워 기지의 컴퓨터 시스템 개발주임 자리를 놓고, 이누보자키는 엔토우지에게 졌다. 한번은 그 원한이 재앙을 불러, 존다로보 〈EI-15〉의 소체가 되어버렸던 것은, 이누보자키의 저주스러운 과거였다.
EI-15는 이누보자키의 해킹 능력을 통하여, 당시 GGG에 큰 데미지를 입혔다. 그리고 가오가이가의 파이널 퓨전을 방해했었지만, 몸을 바쳐 이걸 막아낸 것이 빅 볼포그였다. 12년의 시간이 흘러, 입장이 바뀌고, 패계 빅 볼포그가 파이널 퓨전을 방해하고, 엔토우지의 바이러스 공격에 이누보자키가 대항한다니, 어떤 운명의 장난일까.
「난 너한테 빚이 있단 말이지…… 지금이야말로, 갚아주겠어. 엔토우지」
존다로보화한 후, 아마미 마모루에게 정해된 것에 의하여 이누보자키에게서 엔토우지에게의 질투나 원한은 사라졌다. 하지만 라이벌 의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GGG에 참가한 후의 이누보자키는, 배워야 할 선배로서 엔토우지의 등을 계속해서 뒤쫓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여러가지를 배웠다고 이누보자키 본인도 자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 빚을…… 그리고, 그 은혜를 갚아야 할 때다.
「어이, 어깨에 너무 힘 주고 있잖아」
「저희들도 지원하고 있어요…… 잊지 말아주세요」
옆 자리에서 노자키 토오루(野崎通) 박사와 히라타 아키코(平田昭子) 박사가 말을 걸었다. 둘 다 존다로보의 소체를 경험했던 GGG 스텝이며, 이누보자키와의 교제도 그 이후 맺어진 것이다. 서로의 능력도 특징도 잘 아는, 믿음직스러운 동료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누보자키는 자신의 싸움을 계속했다.
(※역주 - 노자키 토오루. 홋카이도에 설립된 거대 입자 가속기 『이졸데』의 설계자이며 실험주임. EI-12의 소체가 되었었다. 정해 후, GGG의 디비전 플리트의 설계와 함께 특기인 고에너지 연구를 이용하여 오비트 베이스의 동력로를 전담하고 있다. KBS판에서는 알렉세이 라는 이름으로 로컬라이징.)
(※역주 - 히라타 아키코. 중력조작기술의 1인자로 중력조작장치를 만들었으나 출력부족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실험이 실패. 이 실패가 계기가 되어 EI-20의 소체가 되었다. 정해 후에는 GGG 오비트 베이스의 중력제어장치를 설계했다. KBS판에서는 명석한 박사라는 이름으로 로컬라이징.)
양 다리의 크롤러가 파편을 짓밟으며, 각성인 V2는 돌진했다. 빡침모드의 케이타는, 접근해오는 시야 속에서 순식간에 크게 포착되는 제로로보의 뒷모습을 록온하여, 소리쳤다.
제로로보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업섹트모드의 V2가, 게 집게 모양의 오른팔――시저 핸드(Scissors Hand)를 작동시킨다.
제로로보 옆을 추월하며, 시저 핸드를 회전시켜 정권찌르기를 때려넣었다. 조사용인 업섹트 모드지만, 각성인 V2의 팔은 해체작업에 특화된 기중기 같은 모습이기에, 물리적 파쇄도 특기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전방으로 뛰어오르며 크롤러의 신지선회(信地旋回)로 반전, 제2격을 떄려넣기 위해 왼손의 시저핸드를 작동시키려 했다.
――작동시키려 한 찰나, 케이타는 깜짝 놀랐다. 첫 일격으로 증오스러운 원수의 상반신은 분쇠되어, 하반신만이 그 자리에 멀거니 서 있었다. 몇초간의 짧은 틈을 사이에 두고, 활동이 정지된 하반신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 내부 유닛의 폭발로 기우뚱하게 넘어지며 산산조각났다.
복수를 마쳤다. 하지만, 케이타의 머리속에 허무한 생각만이 지나갔다.
「임마앗! 아직 집의 원수와 히노키에게 프로포즈 하지 못한 원수와 오늘 판촉회의에 지각하게 된 원수가 남아있다고! 이렇게 빨리 죽지 마아아아아아아앗!! ……랄까 이게 바로 복수 후에 남는건 허무함 뿐이다…… 라는걸까」
원망의 단어를 마구 쏟아낸 케이타는 난폭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갈 곳을 잃은 분노는,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눈 앞의 모니터에 호출사인이 깜빡이는걸 눈치챘다.
「응? 이거, 어디선가 통신 걸어오는 중인가……?」
케이타는 기억을 되짚어, 각성인 1호나 Z호와 같은 단말로 수신조작을 실시했다.
갑자기 나타난 아카마츠의 분노의 얼굴. 그리고 욕설. 무심코 사과한 직후, 케이타는 모니터 안의 인물을 눈치챘다.
「……엑, 아카마츠 사장님? 이 아니라 소장님? 이 아니라 장관님이던가!」
아오노 케이타에게 있어서 아카마츠 시게루란, 고등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유한회사의 사장님이다. 그 후, 재수생 시대에는 GGG 마린 레퓨지 기지의 소장이며, 교제야 있었지만 GGG 장관 취임 후에는 완전 소원해져서 대화한 기억이 없다. 인비지블 버스트 후의 혼란기, GGG 장관직은 엄청난 격무 투성이인지라 평범한 월급쟁이가 된 케이타와 접점이 없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케이타도 아카마츠도 몇년동안 보지 않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그래! 정말인지 귀찮게 하잖냐…… 갑자기 G아일랜드의 V2의 기동반응이 측적(測的)되었을 때는, 무슨 일인가 했다고』
「측적(測的)이라니, 정말 낡은 해군같은 표현이네요. 얼마나 영감님이신가요. 아, 각성인 V2. 이거 받은거에요. 챈디하고……」
『우시야마네 셋째겠지?』
「헤에, 잘 아시――」
『각성인의 양 헤드 내부라면, 여기서도 어느정도 모니터링은 되니까 말이다. 그 녀석들이 사라진 후, 혼자서 듀얼 임펄스를 발생시키는 괴짜같은 반응이 나왔으니까, 파형패턴을 조합해서 너라고 알게 된거다!』
「인비지블 버스트가 휘몰아칠 무렵이라면 절대 발견되지 않았을텐데……. 아카마츠 아저씨에게는 당할 수 없네요. 정말, 멋대로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내릴테니까 렌탈비라던가는 봐주세요」
굽신굽신 모니터를 향해 고개숙이는 케이타. 그 모습이 아카마츠를 보다 더 빡치게 한 것 같다.
『바보짜샤! 바로 내린다던가 하지 말라고! 히노키와 내 가오가이고(牙王凱号)가 대핀치다. 여기서 남자다움을 보이지 않고 어쩌려는거냣!』
「히, 히노키가? 무슨 말임까!」
통신모니터를 향해 소리쳤다. 케이타의 "남자의 싸움"은 막 시작된 직후였다.
G아일랜드의 인공 대지에 쓰러진 시스템 동결상태의 가오가이고. 그 주변을 둘러싼 ZR-07무리는 무반동포 개틀링건으로 공격해왔다. 하지만 초파 레이저 코팅을 거친 G 장갑에 그런건 통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충격 속에서, 마모루와 히노키는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공격을 반복해도, 가오가이고를 쓰러트릴 수 있을 리 없는데……」
「그래. 블로섬을 소체로 삼고 있다면, 시냅스 탄격도 사용할 수 있을거야. 좀 더 유효한 공격도 가능할텐데」
「그걸 걸어오지 않는다는건……」
가오가이고를 격파하는 것 말고도, 무언가 목적이 있는걸까…… 마모루가 그런 생각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충격이 기체를 뒤흔들었다. 하늘을 향한 가오가이고의 복부로, 패계 빅 볼포그가 내려선 것이다.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주를 해제하고, 보라색의 패계의 권속이 고했다.
「엔토우지 오퍼레이터의 바이러스로, 충분히 발을 묶을 수 있었습니다. 슬슬 끝내도록 하죠」
「발묶음…!? 볼포그, 너희들의 목적은――」
「비록, 용자왕의 장갑이라 하더라도, 트리플 제로로 강화된 제 공격이라면 부술 수 있을겁니다. 마모루 기동대장…… 인류가 머지 않아 멸망하더라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기를 바랬습니다……」
패계 빅 볼포그가, 가오가이고의 배를 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초분신살법!」
공중에서 미러코팅으로 몸을 감싼 실루엣이, 세개의 은빛의 그림자로 분리된다. 그 움직임은 움직일 수 없는 가오가이고를 세 방면으로 부숴내려는 공격으로 느껴졌다.
「그만 둬, 빅 볼포그!」
마모루가 그렇게 소리친 순간――
은빛의 그림자를 향해, 다른 세 은빛의 그림자가 옆에서 돌격해왔다.
「크으으으윽!」
공중에서 힘차게 부딪히는 미러코팅된 은빛의 그림자들. 볼포그에게 포르코트, 건도벨에게 건셰퍼드, 건이글에 건호크!
G 아일랜드의 하늘에, 첩보 로보들의 실루엣이 고속으로 충돌한다. 이윽고 튕겨내진 세 그림자가, 미러 입자를 박리시키며 지면에 내팽겨쳐졌다.
「포르코트!」
마모루가 이름을 불렀다. 격추된건 포르코트와 그 건머신이었다. 애당초 볼포그보다 작은데다가, 트리플 제로로 인한 파워차가 압도적이다.
「큭, 가오가이고가 당하게 둘 수는 없기에……」
포르코트는 밸런스를 바로잡기 위해 일어났다.
「기다려! 그 기체로 패계의 권속에게 정면도전은 위험해!」
히노키의 지적은 올바르다. 포르코트는 가장 몸집이 작은 용사로보이며, 애당초 첩보특화 셜계이기에, 힘에 맡기는 싸움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그에게 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미스 히노키와 마모루 군. 무리라도 해야만 하는게 있다. 난, 자네들에게 대단한 일을 저질러 버렸으니……」
포르코트는 삐걱거리는 기체로 일어났다. 조금 전, 사기노미야 포브르 카무이에게 조정되었다고는 해도, 히노키와 마모루에게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공격을 해 버린 것이다. 자신의 몸을 버려서라도 둘을 지키지 못하면, 포르코트의 초AI에 짜넣어진 "영국 신사의 긍지"가 자신을 허락해 줄 것 같지 않다. 그 열의와 함께, 오비트 베이스에 남겨진 미즈하의 화물 블록을 통해 대기권 돌입을 해 온 것이다.
그 갈색 기체에, 보라색의 기체가 접근해 온다.
「포르코트 수사관…… 피아의 전력계산도 하지 못할 정도로, 당신이 열폭주하고 있을거라고는 의외로군요」
겨우 일어선 포르코트 앞에, 패계 볼포그가 내려섰다.
「전력계산만으로 싸울지 어떨지를 정한다라…… 그렇게 얼음같은 존재였냐, 너는」
포르코트는 야유로 되돌려줬다. 일찍이 볼포그와 포르코트가 같이 임무를 맡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초AI의 인격모델――이누가미 키리오(犬神霧雄)와 에릭 포러(Erik Fowler)――은, 첩보전 중에서 서로를 호적수로도, 친구로도 서로 칭찬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역주 - 이누가미 키리오: 내각 첩보부 소속의 첩보원으로 GGG로의 전속이 내정된 상태였지만, 베로케니아 공화국과 내각첩보부의 이중스파이이며 연인이었던 토바 미치오(鳥羽操)에게 2004년 11월 2일 암살당했다. 볼포그의 초AI모델 형성에서 몸에 큰 부하가 가해졌던게 원인이라 추정. 여담으로 암살범이던 토바 미치오는 그 후 바이오네트로 이적, 전신을 조류형 수인으로 개조했으나 르네와의 홍콩에서의 대전 끝에 쓰러졌다. 베로케니아 공화국은 바이오네트가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공화국이었기에 ID5, 그 뒤를 잇는 GGG와의 악연이 사실상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주 - 에릭 포러: 프랑스 대테러 특수범죄조직 샤쇠르 소속의 영국 출신 첩보원. 르네의 파트너이자 교관이었지만 임무중 순직했다. 참한 아내와 귀여운 딸이 있다고. 단 그 사고패턴은 라이벌이던 이누가미 키리오처럼 포르코트의 초AI로 계승되었다.)
그 기억이 인계되었을리는 없다. 없겠지만, 패계 볼포그 안의 무언가가 자극된 것 같다.
「괜찮겠죠…… 가오가이고를 쓰러트리기 전에, 당신을 배제하겠습니다. 삼신일체(三身一体)!」
패계 볼포그가 건머신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것이 자신에게의 도전장이라는걸, 포르코트도 단숨에 깨달았다.
「삼신일체!」
「멈춰, 포르코트! 상대는 패계의 권속이야! 무리해서는 안 돼!」
기동대장인 마모루의 명령에도, 포르코튼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두 첩보로보는 패계 빅 볼포그와 빅 포르코트로 합체, 동시에 필살기를 쏘아냈다.
「대회전마탄!」
「대회전마륜!」
미러코팅된 패계 빅 볼포그가, 팽이처럼 회전, 미러입자를 고속으로 쏘아내기 시작했다. 빅 포르코트도 이에 대항하여 은빛의 팽이가 되어, 미러입자로 형성된 차크람(戦輪)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본래대로라면 동계통의 기술이므로, 정면에서 충돌시키면 상쇄는 가능했겠지. 하지만 트리플 제로를 통한 강화는 압도적인 차이를 내고 있었다.
은빛의 탄환이 은빛의 차크람을 산산조각낸다. 전신의 미러입자를 전부 쏘아내서, 무방비가 된 빅 포르코트의 동체로, 막대한 미러입자를 계속해서 방출해내는 빅 볼포그의 대회전마탄이 가차없이 퍼부어졌다.
「으아아아아앗!」
무수한 탄환이, 방어할 방법을 잃은 빅 포르코트에게 쏟아졌다. GGG블루에서 가장 베테랑인 용자로보는, 두 눈동자의 카메라아이에서 빛을 잃고 툭 쓰러졌다.
「포르코트!」
소리치는 마모루에게, 쉰 목소리로 단말마 같은 대답이 도착했다..
「포르코트가 아니다………마모루 군…… 지금의 난……빅 포르코…트……」
「……!!」
「오비트 베이스, 바이러스 제거는!? 아직입니까!」
말을 잇지 못하는 마모루. 간발의 차도 없이 히노키가 통신기에 문의했다.
『미안, 앞으로 80초만 버텨줘……』
이누보자키의 비장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낮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히노키는 그 이상 재촉하지 않는다. 분야는 달라도, 기술자가 그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이상, 시간을 단축한다는건 성공률을 대폭 감소시키는 위험성이 있다는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80초…… 그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이미 폐품처럼 쓰러놓인 빅 포르코트 옆으로 내려와, 패계 빅 볼포그가 자세를 취했다.
「볼포그. 우리들에게 결정타를 찌르려는거야……?」
「마모루 기동대장…… 그것이…… 일찍이 같이 싸운, 우리들의……」
말하던 도중, 패계 빅 볼포그는 발 밑을 보았다. 이미 대파되었다 생각된 빅 포르코트가, 필사적으로 오른팔을 뻗어, 패계 빅 볼포그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겐…못해……」
「그 집녑, 감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에게 어울릴 시간은 없습니다」
현재 빅 포르코트로서는, 이 이상의 방해는 할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린 패계 빅 포르코트는, 4000 매그넘을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가오가이고에게 향했다.
「작별입니다, 마모루 기동대장……」
히노키의 머리속에, 언제나 목숨이 얽힌 위기가 찾아왔을 때 나타나는 솜니움이 떠올랐다. 카무이에게 습격당했을 때 처럼, 사쿠라의 림피드 채널에 의한 실황이 끊겨진건지, 지금의 베터맨은 아마 히노키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라미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직감 너머에는, 부탁할 보람이 없다. 하지만 의지하고 싶다. 그렇게 느끼는 다른 존재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히노키는 마음 속에서 그 이름을 읊으려고 했다.
(케……)
『작별인지 뭔지, 멋대로 정하지 마라고오오오오오옷!』
히노키의 마음의 목소리보다 먼저, 빡침모드의 목소리가 통신에 끼어들었다. 그건 히노키가 지금 마음 속으로 읊으려던 이름의 주인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어줬으면 하고 바랬던 목소리. 바랬을 때, 의지가 되지 않아도 달려들어 준 존재의 목소리!
「케이짱!」
다리 부분의 크롤러로 폭주하며 달려오는 각성인 V2. 그 세레브헤드에서 케이타가 소리쳤다.
『기다렸지, 히노키! 으랴아아앗, 시스템 체인지!』
보이스 커맨드로 V2는 업섹트 모드에서 액티브 모드로 변형했다. 기체가 상하반전. 시저 핸드가 다리 발톱이 되어 대지를 밟는다. 또한 등 뒤에 꺾여서 접힌 부위가 세레브 헤드에 방호 헬멧처럼 덮어씌워지고, 거대한 머리파트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백악기에 군림한 폭룡같았다.
「으랴아아아아아!!」
티라노사우르스의 턱을 닮은, 강철의 세레브헤드. 그 내부에서 케이타가 소리쳤다.
케이타의 목소리는 통신회선으로 울려퍼졌다. 마모루에게도 오비트 베이스에게도 누설인 상태로.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가오가이고의 세레브 헤드에서. 히노키의 뺨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다음화 9월 갱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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