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화까지의 이야기》

하와이에서 가오파이가가 패계 골디마그를 제지, 두바이의 패계 천룡신은 상성룡신이 맞서서 공략했다. 하지만 그 무렵, 궤도상의 오비트 베이스는 알저논이 발병된 카무이에 의해 혼란에 빠진 상황. 마모루의 활약에 의해 위기를 벗어난 것도 잠시. 패계의 권속에 의한 파상공격은 최종단계에 들어서서, 제로로보 무리가 대량으로 발생, G 아일랜드 시티를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트리려 하고 있었다.






number.06 -Fate- A.D.2017(1)





(※역주 : 원문은 縁-ENISI-라고 되어 있는데, Enisi(えにし : 縁)는 운명이 맺어준 인연 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Bond(인연)보다는 Fate(초월적인 존재에 의한 운명)가 더 어울린다.)

1




「우오오오, 나의 성이여~~~~!」

아오노 케이타는 중고 주택을 눈 앞에 두고, 주먹을 꽉 쥐고 감동의 소리를 내뱉었다. 이곳은 도쿄만에 떠오른 연구도시 〈G 아일랜드 시티〉의 주택가. 이 마을은 중앙부에 우주개발공단 타워가 있어서, 늘어선 매물용 주택(建売住宅)에 사는 것도 공단직원 가족이 많았다.
(※建売住宅 : 미리 지어놓고 파는 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 근무하는 가전제품 판매점 근무원인 케이타는 어떤 사정으로, 이곳에서 한 채를 구입하기를 결심했다. 아직 젊은 케이타에게 있어서 이건 인생 최대라고 해도 될 대결단. 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어떤 사정이 있어서, 꼭 이뤄야만 하는 결의였던 것이다.
약 1시간 전, 무사히 론 계약을 마친 케이타는 오후부터 출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짧게 남은 시간동안 한번 더, 자신이 드디어 집주인이 되었다는 실감에 목이 매여있었다.
조금 낡지만 커다란 창고. 원래 풍력발전회사가 부품 보관소로 쓰고 있었던 곳인 만큼 내부도 꽤나 넓다.

「후후후……통신판매로 전기제품을 싸게 파는 새 회사 개업준비도 갖춰졌겠다, 나도 드디어 독립…… 드디어 사장님이라 불릴 날이 왔구나」

히죽히죽거리며 뒤로 돌자, 리폼되어 외벽이 반지르르한 집이 붙어있었다. 조금 작은 중고주택이지만, 주변에는 녹색의 나무도 많고 환경도 양호한 곳이다.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열쇠로, 의기양양하게 집에 들어갔다. 새롭게 깔아둔 마룻바닥도 반질반질거린다. 반질반질거리다못해 미끄러질 정도로 매끄럽다.

「아얏!」

굴러서 부딪힌 머리를 오히려 기쁜듯 쓰다듬었다. 어릴 적에 다쳐서 조금 찌그러진 머리였지만 아픔은 없다.

「헤헤헤헤헤……」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사지를 쫙 펴고 드러누운 채로, 케이타는 아침부터 몇번이고 에러때문에 보내지 못한 메일을 재송신했다.

「……오. 이번에는 제대로 보내졌네!」

상반신을 일으켜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좋아, 히노키…… 어떤 대답을 해 주려나~~!」


지상의 G 아일랜드 시티와 궤도상의 오비트 베이스. 멀리 떨어진 연인이었지만 이 메일이 다시 둘의 거리를 좁혀준다. 그렇게 확신하며 보낸 혼신의 메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


「응? 뭐야, 지금 소리……」

소리만이 아니라, 그 진동은 케이타의 고막만이 아닌, 전신을 뒤흔들었다. 일어선 케이타는 당황해서 구두를 신고, 현관으로 나가봤다.
한 순간, 지금이 저녁인가 착각했다. 아니, 그게 아니다.


「하, 하늘이…… 불타고 있어……?」

G 아일랜드 시티의 시가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길이 오후의 구름낀 하늘에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저녁놀의 서쪽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선명한 적색이었다.


하와이와 두바이에 나타난 패계의 권속은 양동에 지나지 않았을까. 아니, 그건 아니겠지. 가오파이가의 배제도, 오비트 베이스에의 공격도,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구 GGG에 있어서 진정한 목적이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알저논을 발병한 카무이를 고려해도, 타이가 코타로는 거기에 모든 것을 걸 지휘관이 아니었다.
――지금, 패계의 권속이 된 구 GGG를 이끄는 그 지휘관은, G 아일랜드 시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몸을 두고 있었다.


「……그리운 풍경이구나. 우리가 보낸 시간의 수백배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훌륭해. 이 별의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 속에 새겨둘까. 그리고, 기억을 지닌 생명은 트리플 제로의 유구한 흐름 속에 살아가며, 새로운 우주의 미래에서 다시 태어날거다」
「장관, 슬슬 시간입니다」


타이가 코타로의 등 뒤에서, 행동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우리 작전을 막아온 젊은 GGG하고도, 드디어 화해할 수 있겠군. 붕괴와 소멸의 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파괴는 탄생을 위해 필요한 의식이니까요」
「우리가 솔 11 유성주를 파괴한 것처럼 말이지」
「네」
「그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타이가의 말에 수긍한 인물은, 구 GGG 대원복을 입은 남성이다. 그의 몸은 금속질의 섬유에 휘감기며 누에고치같은 상태가 되었다. GGG블루가 〈제로핵〉이라 부르는 상태로…….



2




『……마모루 군, 히노키 언니. 앞으로 180초에 G 아일랜드 시티 상공에 도달합니다』

각성인 가이고의 움헤드와 세레브헤드에 있는 두 헤드다이버에게, 기동부대 오퍼레이터인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이고가 수용된 위치는 무한연결수조함 〈미즈하〉의 화물 블록이다. 평상시라면 지상에서의 작전에는 와다츠미, 야마츠미가 모함이 된다. 하지만 두 디비전플리트는 아직도 하와이와 두바이 상공에 항행중이기에 본래는 혹성간 장거리 수송용인 미즈하의 함교를 포함한 블록으로 대기권 돌입한 것이다.
현재, G 아일랜드 시티에 대량의 Z0시밀러가 검지되어 복수의 제로로보가 나타난 것 같다. 상대가 타이가 코타로가 이끄는 구GGG라면, 아마도 오비트베이스의 혼란을 노린 작전일거다. 두바이와 하와이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가오가이고를 온존한 GGG 블루의 예측이 맞아떨어진게 된다.

『시가지에는 10체 이상의 제로로보가 출현한것으로…… 방금 전, ZR 제로07제로 세븐군으로 인정 호칭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하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통신기 너머에서도 그녀의 불안이 전해져온다

「괜찮아, 하나 짱. G 아일랜드는 내가 지켜내겠어」

움헤드에서 마모루는, 일부러 힘차게 말했다. 지금, 패계의 권속에게 습격당한 G 아일랜드 시티는, 마모루와 하나에게 있어서 고향이라 할 수 있다. 마모루는 우주에서 날아온 존재이며, 하나는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지만, 양쪽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이 마을로 이사를 왔다. 현재도 그들의 부모님이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태어난 곳은 아니더라도, 고향이라는 마음에 거짓은 없다. 수많은 추억을 쌓아올려온 마을이다.


「마모루 군, 거기서는 "우리들"이잖아」
「아, 죄송해요…… 히노키 누나. 그렇죠. 우리들이 지켜내죠!」
「G 아일랜드 시티…… 나도 마음에 들거든」

원래, 히노키의 친가는 카마쿠라에 있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뒤에는 각지를 전전하고 있었다. GGG에 입대한 후에는, 완전히 오비트 베이스가 직장 겸 주거지다.
하지만, 계속 우주공간에 있는건 아니다. 휴가는 지상에서 보내는 일도 많고(남자친구가 일반 일본인이니까), 강하할 때는 우주개발공단의 셔틀을 이용해서 G 아일랜드 시티에 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도 애착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히노키 언니. 믿고 있어요!』


하나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래, 키친 HANA의 아일랜드 햄버그를 먹지 못하게 되면, 모두가 곤란해 질테니까 말야」


그건, 하나의 부모님이 경영하는 양식점이다. 우주개발공단 인근, 히노키도 GGG 동료들과 찾아간 적이 몇번이고 있었다.

「우왓하! 나도, 이상할 정도로 두껍게 자른 파인애플 올린 햄버거, 먹고 싶어졌어~」
『으으음…… 그거 아빠와 엄마의 고집이고, 인기메뉴지만…… 난 좀 서툴러……』


익살맞은 반응을 보이는 마모루에게, 하나가 반쯤 미안한듯 통신으로 중얼거렸다.


「어머, 그렇지. 엄청 두껍게 잘랐잖아」

(카무이 씨도, 파인 오무라이스만 먹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는 히노키의 표정은 흐렸다.
무엇보다, 히노키에게 실례되는 태도를 취하며, 오비트 베이스를 파멸로 이끌려고 한 동료. 하지만, 그게 알저논에 의한 행동이라는것을 알게 된 지금, 미워할 수 없었다. 유전자에 짜넣어진 프로그램이 명령하는 대로, 과잉으로 분비된 뇌내물질에 의해 일어난 기행이니까. 생체의공학자로서 그 메커니즘을 알고 있는 히노키로서는, 카무이 개인에게 악감정을 품기 어려웠다.
오비트 베이스의 기능이 회복된 후, 의식불명이 되어 보안부에 신병이 넘겨진 카무이의 얼굴에는, 아니무스의 꽃이 피어있었다. 현재는 오비트 베이스의 의무실에서 요양중이지만, 그 의식이 돌아올 일은 없겠지. 아니무스의 꽃은 사람의 생명을 양분삼아 피어나고, 그 열매가 맺힐 때, 숙주의 생명은 다하게 되니까.

『마모루 군, 히노키 언니. 목표지점의 상공 10000에 도달. 강하 30초 전입니다!』

깊은 곳에 가라앉았던 히노키의 생각은, 하나의 목소리에 떠올랐다.

(안 돼…… 이제 곧 싸우게 될거야. 낙담해서는 안 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히노키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시뮬레이션과 매우 다른 실전이란, 10년만이다.

『G 아일랜드를 부탁합니다!』
「라져!」
「라져!」

하나의 소원에 마모루와 히노키는 힘차게 대답했다.

『5, 4, 3, 2, 1…… 강하!』

카운트다운에 맞추어, 마모루가 링크 캡슐 내부의 컨트롤 볼을 꽉 쥐면서, 외쳤다.

「각성인 가이고, 출격합니다!」


G 아일랜드 시티 상공에서 〈미즈하〉 함교에서의 조작에 의해, 화물 해치가 개방되었다. 공중으로 뛰쳐나온 가이고는 양쪽 날개 끝을 녹색으로 빛내며, 울텍 엔진으로 허공을 춤춘다.
목성권에서 받은 손상은 수복되었지만, 수송함인 미즈하에게 있어서, 전투기동은 무리다. 제로로보가 북적거리는 G 아일랜드 시티에 돌입시키기 보다, 조금 떨어진 고공에서 가이고와 가오머신을 강하시키는게 좋다고 판단된 것이다.
조사전용이 되는 업섹트 모드의 가이고는, 움헤드에 다이브한 마모루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G 아일랜드 시티 남쪽 고공에서, 마모루는 기체의 진로를 1시방향으로 돌렸다.

『마모루 군, 우주개발공단에서 연락! 제로로보가 각 연락교, 지하고속철도 역을 점거하고 있어서, 주민의 피난을 할 수 없다나봐!』

세레브헤드에 다이브중인 히노키는, 이 때 오퍼레이터 역을 맡고 있다. 통신이 혼란되어 있는 가운데, 시티 중심부에 서 있는 우주개발공단 타워에서 보내진 귀중한 정보를, 마모루에게 전했다.

「고마워, 히노키 누나. 저기, 패계의 권속의 목적…… 뭐라고 생각해?」


하와이에서는 가오파이가의 배제, 두바이에서는 오비트 베이스의 파괴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 처럼, 이 땅에서의 행동에도 무언가 목적이 있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한가지 고려할 수 있는건 마모루 군. 네 배제가 아닐까?」
「나를?」
「그래…… 트리플 제로에 침식당한 사람을 구하는데는, 두 정해능력자가 있어. 카이도 군과 가이 씨. 그리고 마모루 군이 노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어」
「그러면, 나를 꾀어내려고 일부러 G 아일랜드 시티를……」

마모루는 이를 갈았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 추억이 담긴 땅이 위험에 빠져 있다…… 그건 직접 공격받는 것 보다도, 마모루에게 있어서 괴로운 것이었다.



――그 순간, 이었다.
갑자기 각성인 가이고의 전신에 부하가 걸렸다. 아래방향으로의 맹렬한 G가 걸린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가이고의 등에 타고 있었다.

「……무라사메소드!」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쥬로 모습을 감춘 채, 보이지 않는 패계의 권속은, 오렌지 빛을 휘감은 왼 팔에 장비된 회전 블레이드로 가이고의 왼쪽 윙을 잘라냈다. 다시 지체없이 오른팔을 내밀었다.

「4000 매그넘!」

지근거리에서의 4련장 속사포에 의한 탄환이, 역시 오렌지의 빛에 의해 파워업되어서 오른쪽 날개 앞쪽을 분쇄했다.

「우와아아아아앗!」

양 날개의 울텍 엔진이 파괴된 가이고는 양력을 잃고 급속히 낙하해갔다. 그 등에서 이탈한 습격자는 추락해가는 각성인 가이고를 바라봤다.

「마모루 대원……」

패계 빅 볼포그가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가운데, 그에게 가장 본의가 아니어야 할 재회를 슬퍼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G 아일랜드 시티 인근에 잠긴 가이고는,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행히 링커 젤이라는 우수한 충격 흡수제로 지켜지기 때문에, 헤드 다이버 모두 상처가 없다. 히노키는 어질어질거리는 머리를 억누르며 상황 확인을 서둘렀다.

『마모루 군, 괜찮아!?』
「지금 그건…… 설마…… 빅 볼포그?」

히노키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마모루는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비록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는 안 것이다. 가이고의 날개를 베어가른 칼날의 주인. 박살낸 탄환의 주인. 일찍이 그것들은, 항상 마모루를 지켜주던 든든한 존재였으니까.

『마모루 군. 컨트롤을 넘겨줘! 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싸우겠어…… G 아일랜드 시티를 지키겠어!!』

히노키의 말에 마모루는 제정신을 차렸다. 그래. 지금 위험한 상황에 빠진 곳은, 자신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땅이다. 과거의 동료와 적대할 각오는 이미 다졌을 터. 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 현실에 일어나더라도, 앞을 향할 수 밖에 없다.

「미안, 히노키 누나…… 여기서는 제가 할게요!」

그렇게 외친 마모루는, 필사적으로 가이고의 자세를 바로세웠다. 울텍 엔진을 잃었기 때문에 급속 부상은 어렵다. 하지만 여기가 도쿄만인 이상, 최대 심도는 딱히 신경 쓸 필요 없다. 가이고의 장갑으로도 충분히 수압을 견딜 수 있을 터.
하지만, 바다 속으로 가이고를 몰아넣은 계략가는, 당연히 거기에도 그물을 치고 있었다. 가이고의 센서가, 사방에서 몰려오는 Z0 시밀러를 검출했다.

『이건…… 제로로보! 마모루 군, 4체의 ZR-07에 포위되어 있어!』
「알았습니다! G 아일랜드로 상륙하기 위해서라도, 돌파합니다!」

각성인 시리즈는 애당초, 전영역용 유인 조사 포트다. 온갖 환경에서의 조사를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바다속에서의 활동도 상정이 끝난 상태.
하지만, 여기서 일부러 대기하던 상대와 싸울 수 있을까? 히노키의 머리속에 그런 의문이 지나갔지만, 그보다 신뢰가 웃돌았다. 회복된 마모루의 목소리에서 확고부동한 자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말대로, 가이고는 선명한 기동으로 전방에 있는 제로로보를 향해 돌진했다. 마치 해서생물처럼 날렵한 기동이다. 하지만 모니터에 떠오른 제로로보의 모습에, 히노키는 기시감을 느꼈다. ZR-07의 소체가 된 것…… 그건!

「블로섬……!」

11년 전, 자신들을 향해 덤벼든 뉴로노이드의 명칭이다. 각성인이나 티란이라는 시리즈와는 다르게, 전투용으로 개발되었기에 모드체인지 기능을 가지지 않았다. 그 대신, 무장이나 출력이 강화되어서 전투력으로는 압도적으로 뛰어나 있었다.
아니, 하지만 그 때의 블로섬과는 디테일이나 기체사이즈가 다르다. 제로로보가 되어 변모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때의 블로섬과 동일한 기체는 아니겠지.


(동계통의 신형 뉴로노이드……? 하지만, 그 때 모디워프는 괴멸했는데, 누가 블로섬의 후계기를 개발한거야……?)

히노키의 당황에도 불구하고, 마모루는 가이고를 날렵하게 기동시켰다. 제로로보가 어깨에 달아놓은 개틀링으로 총격을 걸어왔지만,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깔끔하게 회피한다. 그리고 선명하게 돌려차기를, 블로섬의 가장 강도가 낮은 뒤쪽 덕트에 때려박았다. 바닷물의 내부 침입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로로보는 그대로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저쪽이 트리플 제로로 강화되어 있더라도, 이쪽도 링커 젤과 GS라이드의 하이브리드 구동이다. 전고(全高)가 제로로보의 배 가까운 가이고의 파워는 압도적이다. 지구 내부의 신비와 지구외 문명의 기적을 융합시킨 그 위력. 한 때 각성인 1호나 블로섬 같은 핸디캡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쪽의 힘이 압도적으로 웃돌고 있었다.

「굉장해, 마모루 군…… 수중에서도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니!」
「내가 아냐…… 이건, 가이고의 힘이야!」

제로로보 한대를 쓰러트린 틈을 타서, 다른 셋이 다가왔다. 하지만, 가이고는 양 손과 다리를 교묘하게 다루며, 바다속에서 급속반전, 셋의 집중공격을 빠져나갔다.
그 매끄러운 움직임에, 히노키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다. 자신과 쿠레나이 카에데라는 헤드 다이버가, 뉴로노이드 티란으로 해저조사를 나갔을 때, 수서 미확인 생물(UMA)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케이타와 사쿠라가 탄 각성인 1호가 도와주러 온 것이다. 둘 모두 수중 기동 훈련을 받지 않았는데, 날렵한 움직임으로 UMA를 물리쳐줬다…… 그래. 지금 가이고처럼.

(그건 각성인 1호에 짜넣어진 생체 유닛 덕분이었어. 큰돌고래의 대뇌피질…… 그럼, 이 가이고에게도……)



마모루와 히노키의 각성인 가이고가 바다속에서 고전하는 것과 같은 시각, G 아일랜드 시티의 일각――어떤 민가에서, 세 인물이 불안해하며 창 밖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중 한명은 아직 어린아이도 되지 못한 갓난아이지만――.
제로로보 무리에 의한 파괴활동에 의해 타오르는 마을. 다행히, 피해지역은 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교통기관이 마비되어 있기 때문에, 피난도 함부러 할 수 없다.
상황이 바뀌면 바로 연락할테니,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라는게, 이 집의 가장인 우시야마 츠구오가 공사혼동으로 오비트 베이스에서 보내온 메시지였다.
어린 갓난아이와 함께 하츠노(결혼 전 성) 아야메의 곁에 있는건, 연상의 친구인 카자마츠리(결혼 전 성) 스미레. 전에는 이 G 아일랜드 시티의 유원지 〈G 파크 씨〉의 직원이었다. 이 날은 오랜만에 재회해서, 옛날 이야기로 분위기를 살리던 가운데, 습격에 휘말려든 것이었다.

「전철이나 버스도 움직이지 않고……… 아아, 이럴 떄, 시시오 선배가 있었다면……」

스미레는, 시시오 가이에게 있어서 고등학교 후배에 해당한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때, 지구를 지켜낸 용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가이는 이미 10년만의 지구귀환을 마쳤지만, GGG에서 퇴직한 아야메에게는, 우시야마 츠구오도 특급 기밀사항이므로 말하지 않았다. 물론, 일개 민간인인 스미레가 알 방도도 없다.

「괜찮아! 우리 남편도 대기하라고 했었고…… GGG가 어떻게든 해 줄거야」

어린 아이를 껴안으면서, 스미레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타이르는 아야메.

「그렇지. 네 남편들을 믿자……!」

아야메와 스미레는 서로 수긍하며, 타오르는 시가지를 바라봤다.
스미레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인연 깊었던 존재가, 새로운 스테이지로 자립한 날을 떠올리며, 감개 깊게 눈동자에 물기가 고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

그 인연 깊은 존재의 활약에 의해, 바다속의 함정을 돌파한 각성인 가이고가, 드디어 바다쪽 벽으로 상륙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 마모루 군은 가이고의 생체유닛을 알고 있었어?」
「응. 바루나하고는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바다의 바루나
그건 G 파크 씨에서 카자마츠리 스미레들에게 사육되던 범고래의 이름이다. 사람을 잘 따르는 바루나는, G 아일랜드 시티의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던 아이돌이었다. 하지만, 12년 전, 바루나는 존다에 얽힌 사건으로 심각한 육체적 손상을 입어버렸다. 그 결과, GGG에 의해 시시오 가이와 같은 G스톤 사이보그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상시 바다속에서 활동하는 사이보그 보디는, 인비저블 버스트에 의해 메인테넌스가 힘들어져, 생체유지를 보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바루나는 건강했었지만, 글로벌 월이 전개될 때 까지의 사이에, 심각한 기능부전이 일어나, 남은 살아있는 몸 대부분을 버려야만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가이고는, 마모루와 카이도에 의한 비행시험 도중 휴스톤 인근 바다에 추락하고 나서 몇년동안, 전자파에 대한 내성과 수중 활동에 대한 개량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고 버전 업을 거듭한 결과, 도달한 사고방식은 생체 유닛이라는 틀을 넘어, 바루나를 각성인 가이고의 중추 그 자체로 맞이하는 뉴로 사이보그화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바다속에서 무적을 자랑하는 바루나의 운동신경이 가이고의 기체를 조종하여, 제로로보들을 격파한 것이다.

「바루나는 지금, 우리들과 함께 싸워주고 있는거구나」

양 팔이 링커젤에 담긴 히노키도, 내부에서 흘러넘치는 바루나의 호흡을 느끼고 있었다.


「……응. 바루나는 살아있어. 우리는 팀이야」
「팀…… 그렇구나…… 우리는 팀이야」

히노키의 머리속에, 고독했던 학생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부모님와 오빠, 단숨에 가족 전원을 잃고, 절망으로 마음을 닫은 나날.


(……케이 짱)


마음 속에 희미하게 멀어진 믿음직스럽지 못한 그의 이름도 떠올랐다. 지금 그녀에게는 팀의 동료가 있다. 히노키의 손에, 팀메이트에게 응하는, 링커 젤의 상냥한 요동이 전해지고 있었다.
기뻐하는 바루나의 목소리처럼―――



해안쪽에서 상륙한 가이고는, 문득 멈춰섰다. 업세트모드의 여러 센서가, 전방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적을 감지했기 떄문이었다. 조금 전에는 공중에서 기습당해버렸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마모루 군…… 전방에 무엇이……?」
「일찍이, 팀의 동료…… 였던 그야……」

마모루는 전방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외부로의 음성회선을 열었다.


「거기 있지. 빅 볼포그」

마모루는 허공을 향해 불렀다. 이미 모습을 감추는 것이 무의미하다는걸 꺠달았는지,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쥬가 해제된다. 나타난 것은, 일찍이 삼중련태양계에서 ES미사일로 귀환하는 마모루를 배웅해준 용자중 하나.


「……오랜만입니다. 마모루 대원」

그리운 모습이, 그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오오오오오!」


방화 물통을 헬멧 대신 쓰고, 강철제로 된 긴 빗자루를 중단세(青眼)로 쥐고, 아오노 케이타는 집 현관 앞을 가로막았다.
(※역주 : 중단세(中段の構え)/청안(青眼)- 검도의 자세중 하나. 검을 양 손으로 쥐고, 검 끝을 상대의 눈을 향해 내민 자세. 正眼이라고도 하며, 중단세라고도 한다.)
바라보는 곳에는 한대의 제로로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진로상의 민가를 마구 박살내면서, 케이타의 창고 겸 주거지를 향해 온다.
이상하게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 이럴 리 없었는데. 계약 끝나면 바로 출근할 생각이었는데…… 사표는 아직 제출 안 했고 판촉회의는 땡땡이쳐버렸고, 점장 화내고 있겠지. 아무튼 일 끝나면, 히노키와 영상통화하며 데이트 예정 짜려고 했는데……)

그래. 아직 창고나 집을 산 것이나 창업한다는건, 히노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결의를 담은 대적자 쇼핑이다. 잔뜩 연출한 데이트로, 마음껏 놀래켜주자…… 라고 계획하고 있었다.
히노키는 일찍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잃어버린 소녀였다. 가족을 잃고, 물리적인 집은 있어도, 그곳에 돌아가는 일은 없어졌다. 그런 히노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케이타가 언제나 「난 네 곁에 있어」라고 계속 말해왔기 떄문이었겠지.
이윽고 고교생활과 아르바이트의 나날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케이타는 재수생활 끝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전제품 판매점에 취직했다. 히노키는 대학원을 거치고 GGG의 대원이 되었다. 교제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엇갈림이 많아져서 권태기로 보이는 상태가 길어졌다.
그런 가운데, 케이타는 일에 몰두했다. 빠르게 승진해서, 급료를 올리고 저금하기 위해, 그 자본금을 바탕으로 독립해서, 자그마한 둘만의 집과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게 병설된 회사의 창고를 사기 위해. 히노키가 돌아올 곳, 히노키가 혼자 있지 않아도 될 곳을 만들기 위해서.
G아일랜드 시티를 선택한 것도, 히노키가 지쳐서 지상에 돌아왔을 떄, 셔틀 착륙장에서 바로 직행할 수 있는 곳이기 떄문이었다.

(약혼반지도 샀어. 3개월치 급료를 모아서! 이번 데이트에서, 이 집 현관 앞에서, 열쇠와 반지를 같이 건네준다! 그리고 난 히노키에게 프, 프프프……)


케이타에게 있어서 인생 최대의 결의였다. 마음에 숨긴 꿈이었다. 자그마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깨부수듯 우주의 섭리가 닥쳐온다. 케이타는 강철 빗자루로 자세를 취하고 임전태세에 들어갔다. 제로로보가 그런 케이타의 옆을 지나간다. 물론 빗자루로 때리고 덤빌 수도 없었다. 압도적인 힘을 앞에 두고, 몸이 움츠러들고 움직일 수 없었다.
분노도, 슬픔도, 무력했다. 몇년간의 필사적인 노동의 성과, 히노키를 떠올리며 노력한 나날. 앞으로 계속 지불되어갈 대량의 론도 포함한 케이타의 꿈과 희망은, 땅울림과 함께 제로로보의 거체에 짓밟혔다.

「그…그…그만둬, 그만두라고오오오오오!」


땀과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케이타는 간원하듯 절구했다. 하지만, 단숨에 중고로 샀던 집은, 커다란 창고와 함께, 산산조각난 파편으로 변해버렸다…….

(계속)

다음화 7월 갱신 예정


Posted by 리나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