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00: B 序-BEGINNING- A.D. 2010(3)


6

2그릇째의 로코모코 덮밥을 깔끔하게 해치우고, 당황해서 가방을 손에 든다.

「다녀오겠습니다!」

아직 밥을 다 먹지 않은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고, 마모루는 현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손수 만든 햄버거를 올린 요리가 맛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한 그릇 더 먹어버렸다. 벌써 출발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원종 대전때는 긴급사태도 많아서, 식사에 손을 대지 못한 채로 오비트 베이스에 불려 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마모루가 키워준 어머니 아마미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어졌다.

「잘 갔다오렴」

불안 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를 배경삼아, 마모루는 현관에서 뛰쳐나갔다. 이 날은 GGG 마린 레퓨지 기지에서, 마모루와 카이도의 송별회가 열린다. 주빈중 한명인데 지각해서는 면목이 없다.

마린 레퓨지 기지는, 일본에 있어서의 GGG 지상기지중 하나다. 소년 GGG대의 활동이나 용자로보 정비 거점이며, G 아일랜드시티와는 지하고속철도로 이어져 있다.

(송별회처럼 일부러 크게 판을 키울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간신히 탈 수 있었던 예정된 열차 속에서, 마모루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에는 우주 개발 공단의 셔틀로 오비트 베이스에 올라가서, 3일 후에는 프로젝트 Z 수행을 위해, 목성으로 향한다. 그걸 위한 송별회다.
하지만, 신형 렙톤 트러블러의 개발에 의해, 목성에는 편도로 며칠만에 갈 수 있다. 저 쪽에서의 작업 기간을 포함해도 보름이나 될까 하는 기간이다. 과거, 원종 대전때에 3개월간의 여행을 하고, 삼중련태양계에서 1년 반의 싸움의 나날을 보낸 마모루에게 있어서는, 짧은 외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마린 레퓨지 기지의 아카마츠 소장이, 열심히 소년 GGG대에게 송별회 개최를 주장해줬다. 동료들도 저마다 찬동 했기 때문에, 마침내 양보하게 되어 버렸다.

(뭐, 하나 짱이 하고 싶다고 했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한 마모루를 태운 열차는 지하 터널을 달려 간다.

개시시각 직전에 온 마모루에게, 불합리한 말이 마구 쏟아졌다.

「늦었다고, 마모루!」
「모두 기다리고 있었어!」
「에엑, 잠깐만! 3시까지 아직 2분 남았잖아!」

자신의 GGG 스마트폰에 표시된 현재 시각이, 파티 회장의 벽걸이 시계와 일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벽걸이 시계라고 해도 회장은 마린 레퓨지 기지의 회의실인데다가, 1년전의 개설시에 도입된 전파식의 최신형이다. 시간이 틀릴 리 없다.

「마모루 군 탓이 아니야. 모두의 주관적 시간과, 객관적 시간과의 엇갈림이 발생하고 있었어. 뭐, 알기 쉽게 말하자면, 호화로운 요리를 늘어놓았으니까, 기다릴 수 없었다는거야」
「그래그래! 히노키는 말이지, 기다려! 라는 멍멍이처럼 군침을 흘리고 있었는걸」
「정말, 그건 케이짱 말하는거잖아!」
「히노키 누나와 케이타 형도 와 줬구나!」

마모루의 동급생 동료들에 섞여 있던 것은, 기지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사이 히노키와 아오노 케이타다. 둘 다, 전에는 아카마츠 소장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던 인연으로 여기서 일하고 있다.

(어라……?)

마모루는 히노키의 모습을 보고, 뭔가 왠지 걸렸다. 그녀의 특징적인 색의 앞머리를, 최근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건 솜니움 라미아였지만, 이 때는 생각나지 않았다. 기구한 인연에 의해, 라미아와 히노키가 공통되는 유전적 형질을 지니고 있다는걸 상상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왠지 모른 찝찝함을 호쾌한 웃음이 날려버렸다.

「크하하. 오늘은 아르바이트 휴일이지만, 두 사람 모두 너희를 전송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아카마츠 소장이 그렇게 말하며, 케이타의 등을 두드렸다. 실은 이 날, 공수되어 온 각성인 가이고의 개수로 불면 불휴였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의 발명품이 일으킨 불편은,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든 해 보인다――는 그 개인적 폴리시를 관철한 것 뿐이니까.

「……고마워」

테이블의 안쪽, 이른바 주빈석에서 카이도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케이타와 히노키의 마음에, 감사한 것 같다. 옛날에는 말 없는 소년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말이 많아졌다. 이 정도로만 말 한다면, 이제 주변에서 기이한 눈초리를 받을 일도 없다.

「자~자~, 어서 건배 하고 싶으니까, 마모루도 자리에 앉아」

케이타에게 재촉받은 마모루는 카이도 옆의 주빈석에 앉았다. 다시 보니, 테이블 위에는 해산물 중심의 호화로운 요리가 늘어놓아져 있었다.

「우왓하-! 이것 혹시 하나 짱이?」
(※역주 - 하나의 집인 키친 HANA는 해산물 전문점)
허겁지겁 음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머니는 가게로 바빴고, 아야메 짱은 오비트 베이스니까……」
(※하츠노 아야메 - 하나의 사촌언니. 오토바이, 이종격투기, 밀리터리 등등의 남성적인 취미를 가진 중증 덕후)
키친 HANA라고 하는 요리점의 인기 여성이면서, 옛날은 접시를 늘어놓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던 하나가, 지금에 와서는 파티 요리를 준비할 정도가 되어 있다. 이전, 주방에서 요리를 돕고 있던 사촌언니인 아야메는 고교 졸업 후에 매우 어려운 시험을 클리어 해 GGG에 입대, 우주에서 근무중이다.

「굉장해! 이런걸 보면, 1분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겠네!」

마모루가 기쁜듯 외친다. 1시간이나 지났으려나, 로코모코 덮밥 두 그릇을 먹은 만복감을 어디엔가 버린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 그치, 그렇지! 그러면 사장, 건배의 선창을!」
「오오, 그러면 주제넘지만……」

아카마츠의 현재 직위는 GGG 마린 레퓨지 기지 소장이다. 하지만, 자신을 "사장"이라고 부르게 하는 것에 고집이 있는 것 같다. 케이타의 간신같은 말에 응해, 아카마츠는 글래스를 손에 들었다. 소년 소녀가 주역인 모임이며, 근무시간중이기도 하기에, 내용은 무알콜 어린이용 맥주다.

「…… 우주의 너머에서 굉장한 싸움을 극복해 온 마모루와 이쿠미가 보기에는, 목성 정도야 산책같겠지. 하지만, 일부러 이쪽은 여행의 성공을 빌어주겠어. 뭐니뭐니해도, 그 녀석들의 귀환이 걸려 있으니까――마모루와 이쿠미의 안전과 프로젝트 Z의 성공을 빌며 건배!」

아카마츠의 목소리에 맞추어, 쥬스나 차의 글래스가 부딪힌다. 소년 소녀들이 기다리다 지친듯, 요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라면 가장 식욕에 충실해야 할 통통한 소년이, 눈앞의 접시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가만히, 숙인 채로 아래를 보고 있다.
보기 힘든 코모리 레이코가, 그 등을 두드렸다.

「너 답지 않아! 아마미 군과 카이도 군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는거지!」
「어, 응……!」

우시야마 스에오는 뜻을 정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양손을 댔다. 자연스럽게 레이코가 접시를 옆으로 치운다. 그 동작을 눈치채지 못한 채, 스에오는 고개를 숙였다. 레이코의 배려가 없었으면, 이마에 스프가 뒤엎어졌을 것이다. 그 정도로, 한결같게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마모루, 카이도, 부탁해! 프로젝트 Z, 힘내줘…… 나, 만나고 싶어, 카즈오 형을!」

우시야마 4형제의 맏형인 우시야마 카즈오는, 삼중련태양계에 향한 채로 돌아오지 않는 GGG 대원중 한명이다. 마모루에게 있어서의 시시오 가이, 카이도에게 있어서의 솔다토 J와 같거나 그 이상으로, 스에오에게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태어났을 때로부터 동경하고, 그 뒤를 계속 쫓고 있던 존재다. 오비트 베이스 근무중인 차남과 해외 유학중인 삼남으로서도 마음은 같다.
프로젝트 Z에는, 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이 장소에 양 롱리가 있다면,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 틀림없다. 에너지 개발을 목적으로 한 비릿한 계획을, 순수한 목적으로 잘 포장했다――고. 하지만, 소년들의 마음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비틀린 것은 아니다.

「고개를 들어, 웃시. 우리들, 힘낼께」
「아아, 반드시 성공시킬테니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마모루와 카이도는 단언했다. 더 파워를 이용할 계획인 것을 알고 나서, 마모루 속에서 똬리틀고 있던 불안은 이제 없다. 아니, 마음 한쪽 구석에는 존재하고 있겠지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이다.

(그래, 나만 그러는건 아냐. 용자들을 만나고 싶은 것은……)

마모루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올바르다. 스에오를 안심 시키려고 하는 마모루와 카이도의 모습을 보며, 아카마츠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친아버지인 시시오 라이가와 이복동생 르네도, 미귀환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에게 사쿠라를 만나게 해 준다던 약속도, 완수 못했구나……)

GGG가 삼중련태양계에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르네와 처음으로 만난 아카마츠는, 자신의 딸인 사쿠라와 만나게 해 줄 약속을 한 것이었다. 그 때는 입원중이라서, 아카마츠와는 떨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매니지머신이라 불리는 치료 기기를 업데이트 해, 아카마츠의 눈이 닿는 곳에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이미 4년 가깝게도 혼수 상태의 딸을, 항상 가까운 장소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7


아이들은 우주에 대한 체험담을 섞으면서, 초등학생의 무렵의 추억이야기에 꽃을 피우며 웃는 얼굴이 끊이지 않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시간에도 이윽고 막은 내린다. 파티는 막을 내리고, 소년들은 저마다 귀가해 갔다. 노령이 된 키워주신 어머니와의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카이도도 그 자리를 뒤로 했다. 남아 있는 것은, 식기를 씻고 있는 하나와 마모루. 벽면의 장식물을 정리하고 있는 케이타와 히노키 뿐이다.

「하나 짱, 이 젓가락 여기 맞지?」
「응, 그걸로 전부. 고마워, 마모루 군」

파티 요리의 재료도 식기도, 키친 HANA에서 제공된 것이다. 다 씻은 식기는 상자에 넣고, 다음에 마중 나오는 하츠노가의 차로 하나와 함께 회수될 계획이다. 덧붙여서 근처에 사는 마모루도 같이 탈 예정이다. 그 밖에도 몇사람의 동급생들이 이웃이지만, 레이코의 「너희들, 신경 좀 써 줘!」라는 일갈로 두 명을 두고, 먼저 돌아갔다.

「저기…… 마모루 군」
「응, 왜?」
「아직 말하지 않았네. 저기…… 그러니까, 그…… 잘 갔다 와」

의외였지만, 그러고 보니 말하지 않았었다. 송별회인 이상, 당연히 모두로부터 「힘내」 「조심해」 「아무 일 없는 여행을」등을 들었지만, 하나는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기,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마지막에 말하고 싶었어」

마지막이라고는 해도, 그것은 "오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는 부모님에게서 들을테고, 출발 직전에는 오비트 베이스에서 잔류한 스탭들에게도 듣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은 마모루는 물론, 하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특별한 말"로 하고 싶다고 하는 하나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모루의 뺨도 붉어진다.

「응, 고마워…… 갔다올께」

역시, 수긍하는 하나의 뺨도 물들어 있었다.

「케헤헤, 중학생의 사랑 이야기는 좋은걸, 신선해서」
「잠깐! 케이 짱, 너무 델리커시 없어!」
「어쩔 수 없잖아. 들을 생각이 없어도 들려 오는걸. 태클걸고 싶어지잖아?」

실내의 장식물을 정리하던 케이타의 반응도 당연했다. 마모루와 하나의 흐뭇한 회화를 듣고, 그 히노키도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던 것이니까.

「우리에게도 저런 무렵 있었던가~」
「……나는 이제 신선하지 않다는 거야?」
「에? 아니~, 그렇지만 히노키, 미팅이라던가는 언제나 나가고 말이지~」

언제나라고 듣는 것은, 히노키에게 있어서는 본의가 아니었다. 분명히 달에 한번 정도로 회식에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체의공학에 있어서의 의견교환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난 바보니까……」라고 비하하는 것으로, 귀찮은 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을 무렵과 비교하면 성장했다.
사이 일가의 혈통의 탓인지, 부모님이나 오빠가 연구에 열심이었던 것 처럼, 탐구심을 자극하는 난해한 제안에는 흥미가 일어난다. 그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케이 짱과는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네-네-, 대학생님은, 재수생 따위하곤 사는 세계가 다르군요」

그렇게 악담하면서 케이타는 생각했다.

(우째서, 우째서, 나라는 사람이 있는데, 바람피는 것 같잖아)

자신의 남자친구의 삐진 표정을 보면서, 말이 막힌다.

「………」

――이럴 때, 히노키는 생각한다.

(나, 어째서 이 사람과 사귀고 있는걸까……)

애초에 소꿉친구로, 고교시절에는 아르바이트 관계로 여러가지 위험한 곳을 함께 했다. 가끔, 놔두고 도망가지기도 했지만, 가끔 씩은 온몸으로 지켜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인간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이었던 그 무렵, 아오노 케이타만큼은 제대로 말해 준 것이다. 자신은 계속, 히노키의 곁에 있어――라고.
그 말이 기뻐서, 어느새 사귀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때 부터 몇년. 많은 지식을 얻어, 온화한 일상 속에 몸을 두고 있으면, 가끔, 머리 속으로 지나간다.

(그건, "흔들다리 효과"라는 걸까……)

자신의 마음이 착각이었는가도 모른다고 하는 의심은 히노키를 낙담시켰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래도 케이타는 가끔씩, 남자다운 모습도 보여 준다. 좀 더 비굴한 모습만 줄여 준다면,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지만.
그 때─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모루와 하나, 케이타와 히노키의 몸을 움츠리게 한 것은, 갑작스러운 절규였다. 그것은 수많은 벽을 넘어 들려 오는, 사람 아닌 자의 울부짖음으로까지 느껴지는, 비통한 절규다.

「케이타 형, 저 소리는!?」

마모루들이 급탕실에서 뛰어나왔다. 두려워하고 있는 하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히노키는 물어 보았다.

「케이짱, 혹시――」
「아아, 사쿠라 짱이야!」

케이타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쫓도록 마모루가, 히노키와 하나가 회의실에서 뛰쳐나간다.

케이타를 선두로, 네 명이 온 것은 옆 동에 있는 격리 병실이었다. 마린 레퓨지 기지를 건설할 때, 아카마츠가 요청해 만들게 한 방이다. 몇명의 상주 스탭이 여러가지 기기의 조정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안쪽에는 최신형의 매니지머신이 설치되어 있어서 계속 자고 있는 사쿠라의 치료를 하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처음 들렸던 크기의 목소리는 아니라고는 해도, 사쿠라의 입에서 괴로워하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당황해서 달려왔을 아카마츠가 사랑스런 딸의 오른손을 꽉 쥐고, 기지의 여성 닥터가 매니지머신의 표시를 읽어내고 있었다.

「괜찮아요, 몸에 문제는 없습니다. 안심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모,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갑자기……」

케이타의 물음에, 아카마츠도 힘 없는 소리일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돌발적인 사태이며,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박수가 약간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그 이외에는――」

여성 닥터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히노키도 머신의 스크린을 읽어냈다. 의학부에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는, 기본적인 지식이 갖춰져 있다. 매니지머신이 안정제의 투여를 개시해, 사쿠라의 심박수도 진정되어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절규는 잦아들고,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하지만, 불안을 감출 수 없는 건지, 하나가 옆에 선 마모루의 소매를 꽉 쥐었다. 이변을 눈치챈 것은, 그 마모루였다.

「아카마츠 사장님, 저거……」

떨리는 손가락이, 사쿠라의 머리 부분이나 양눈을 가리는 페이스가드에 향해졌다. 그 틈새로부터,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저거, 림피드 채널이죠」

마모루의 말에, 아카마츠, 케이타, 히노키는 숨을 들이켰다. 하나만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모루의 옆 얼굴을 바라봤다.
마모루는 그 광경을, 두 번 본 적이 있었다. 삼중련태양계에서의 싸움 도중, 매니지머신에 안치된 우츠키 미코토의 이마에서 새어나오고 있던 광채. 그리고, 며칠 전에 만난 솜니움 라미아의 이마에도 빛나고 있었다.
사쿠라는, 그곳에 존재하는 의식의 물결――림피드채널의 수신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뇌내 처리가 따라잡지 못하고, 항상 소음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능력자였다. 매니지머신으로 제어되는 것으로, 간신히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혼수 상태에 빠지고 나서 4년――
그 사이, 림피드 채널의 수신을 알리는 빛이, 사쿠라의 이마에 빛난 기록은 없다. 얼마 안 되는 희망에 매달리는 것 처럼, 아카마츠가 중얼거렸다.

「사쿠라…… 너, 무엇에 시달리고 있는거니? 혹시…… 눈을 떠 주는거니……?」

소녀의 입술이 떨린다. 아니, 그것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듯한 조짐이다. 아카마츠의 눈이 미칠 듯한 희망으로 빛나고, 마모루나 케이타들이 주목한다.
그 시선이 교착하는 가운데, 사쿠라는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올거야……세계를파계(파괴)하는자……이제곧,올거야……」
(クルヨ……セカイヲハカイスルモノ……モウスグ、クルヨ……)

※역주 - 파괴인지 파계인지 불명이므로, 라미아의 말대로 파계로 해석하고 루비로 파괴를 달아둔다.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그 말은, 의지 있는 인간의 말이라기 보다도, 단순한 소리였다.


Posted by 리나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