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시작되던 날
링크 대타의 Grand Order/최종장(외전)
2021. 9. 30. 09:35
역주: 작중에 등장하는 고유명사나 지명은 최대한 한국 정발판의 고유명사에 일치시켰습니다. 예를 들어서 バド, インパ, カカリコ村는 각각 스카이워드 소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한국 정발판에 맞춰서 "버든", "임파", "카카리코 마을"로 번역했습니다.
첫 기억은 『이번 생』의 어머니의 품 속.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볕 아래서, 기분 좋은 봄의 따스한 속에서 공포와 혼란으로 울부짖는 나를, 그녀는 상냥하게 얼러주었다.
세계가 일변한 그 때부터, 갓난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할 정도로,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이 흘렀다.
12세의 생일을 맞이한 오늘은, 경사스러운 성인식의 날이다.
다른데는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금 내가 태어나서 자란 이 마을은 12세를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풍습이 있었다.
역시 술이나 담배의 해금까지는 아니지만, 잘 자랐다는걸 축하한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점은 없다.
…………그래, 축하받는 것 자체에 불평은 없다고.
「그렇게 작았던 너도, 이제 성인을 맞이하는구나……」
갓난아이때 아버지를, 그리고 유소기에 어머니를 잃은 나를 혼자서 키워주신 할머니가, 눈가에 눈물이 배인 채 내 차림을 기뻐해주고 있었다.
기쁘고, 기뻐하고 싶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입에서 나오는건 메마른 쓴웃음 뿐.
부끄러워서 긴장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해주는 할머니에게는 고맙지만 동시에 미안했다.
왜냐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카카리코 마을』에서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해주는 복장이라는건…………
「용사의 옷을 입은 그 모습, 너희 부모님에게도 보여주고 싶구나.
이상한걸…… 마치 처음부터, 네가 입어야 하는 옷인 것 처럼도 보이는구나.
정말 잘 어울린단다, 링크」
녹색의 상의에, 뒤로 길게 늘어지는 초록 모자.
추가로 말하자면, 난 금발에 눈동자는 파랗고, 얼굴 양 옆에 길게 뾰족하게 뻗은 귀.
할머니의 재촉으로 전신거울 앞에 선 내 눈에 비친 것은, 틀림없이, 그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간판타이틀 중 하나.
『젤다의 전설』의, 녹색 옷을 입은 용사 링크.
그게, 곤란한듯한, 포기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내』가 링크…… 정말 바보같다고, 뭔 농담이냐고, 지금까지 몇번이고 생각해온건지.
어릴 적부터 매우 게임을 좋아했고, 특히 『젤다의 전설』은 전 시리즈를 구석구석 파고들었다.
하이랄의 대지도, 사람들도, 링크도, 젤다 공주도, 가논돌프도 좋아했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냉정하게 제3자의 시선만이 아니라, 색안경에 콩깍지가 끼기 쉬운 팬이 보더라도, 용사 링크의 모험이란 엄청난 고난이 가득하다.
가족이 없는건 심심하면 나오지, 친한 동료나 친구와 사별하게 된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된다거나.
링크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세계의 위기 그 자체가 숨겨졌기 때문에, 세계를 구한 영웅이면서도, 그 비밀이나 심경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는 고독을 계속 홀로 품기도 했다.
고독과 이별의 이야기…… 『젤다의 전설』을 그리 칭한 누군가의 말을 전의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납득했던 것 같다.
그게 당사자 『링크』에게 고통이었는지, 무거운 짐으로 느끼고 있었을지는 모른다. 아무튼 게임 속이니까.
용사라면 당연하다고, 이게 내가 이룩해야 할 사명이라고 라면서, 흔들림 없는 긍지와 자신감으로 싸워갔을지도 모른다.
………그게 『링크』라면, 나한텐 무리다.
무슨 인과인지…… 게임 속 세계여야 했을 하이랄에서 『링크』로 태어난 나는, 뭐랄까 허무감과 체념을 품으며, 유소기를 반쯤 타성으로 살고 있었다.
자포자기해서 집을, 마을을 뛰처나가거나, 차라리 죽어서 자유롭게 된다 따윈, 실행은 커녕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할머니에게 손자까지 빼앗을 수는 없었으니까.
정말, 그저 그 뿐.
「링크, 벌써 방으로 돌아가니?
모처럼 차려입었으니, 마을을 돌아보고 오면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다고 누가 기뻐해주는데. 이런 괴짜 성인을」
「링크……」
「괜찮아. 오늘 하루동안은 이 차림으로 있을테니까」
할머니가 걱정하는듯한, 슬퍼하는 표정과 목소리에서 도망치듯, 난 빠르게 방 문을 닫아버렸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실제로 말한대로다.
틀림없이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서 한걸음 물러서서, 벽을 세우고 살아온데다가, 10년 조금 넘은 인생 대부분을 이해하기 힘든 『기행』에 쏟아부은 나는, 동갑의 아이들은 커녕 어른들에게도 괴짜라고 불리며 소외되고 있었다.
성인을 축하하여, 녹색의 옷을 둘러서 틀림없이 『용사』의 복장인데도, 내 일과는 변하지 않는다.
창가의 책상에 걸터앉아, 서랍에서 종이다발을 꺼내서, 너무 써서 아이가 애용한 물건이라 생각되지도 않을 정도로 세월이 흐른 펜을 쥐고, 익숙하게 어제 쓴 다음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타이틀은, 『젤다의 전설』이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시리즈 내부의 시계열이 타이틀별로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용사만이 다룰 수 있는 신검 『마스터 소드』가 완성될 때 까지를 묘사하는 『스카이워드 소드』
그 무렵에는 아직, 용사 링크의 복장으로 익숙한 녹색의 옷이란 아무런 특색이 없는 기사학교 교복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지금 이 세상에서 성인식의 복장이 되었다는건, 지금은 이미 『녹색 옷을 입은 소년이 위업을 이룩한 후의 시대』라는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왕복하는 모험을 펼치는 빅 타이틀, 『시간의 오카리나』에서는 시간축이 단숨에 분기를 이뤘다.
지금 여기가 그 이전인가, 이후인가. 이후라면 어느 루트인가.
적어도 파악은 해 두고 싶다. 위험도가 상당히 차이나니까.
용사가 마왕에게 패배하고, 뒤를 이은 현자들에 의해서 가까스로 봉인이 이뤄지고, 그 후 몇 번이고 부활한 마왕의 위협에 처하게 되는 세계.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리고, 그 후에 원래 시대로 돌아간 것으로, 『시간의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렸다』라는 전설이 후세에 전해졌다…… 하지만, 용사 그 자체는 사라져버린 세계.
용사가 돌아온 원래 시대. 마왕이 초래한 공포의 시대가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되어, 그 후를 살아간 용사의 혈통이 남겨진 세계.
의사를 통한 고찰까지 행해진 그걸, 지금 내가 하이랄의 어느 시대에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다시 정리하려고 했던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대한 집필작업의 시작이었다.
이 세계에서, 이 곳에서 살아간다는 실감이 어찌됐든 부족했다.
내가 지금, 공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감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할머니라는 쐐기를 잃은 후 내가 어떻게 될지, 스스로도 판단하지 못했다.
그런 불안을 불식해주고, 나를 이 세상에 묶어준 것은
짓궂게도, 세계가 공상이라는 증명에 지나지 않았던게 틀림없을 전생의 기억과 지식이었다.
기억이 희미해져버리기 전에, 다시금 『정보』로서 정리하려는 행동이, 그 후의 나의…… 『지금』의 인생을 크게 뒤바꿨다.
컨트롤러를 쥐고 따라간 링크의 모험을…… 놀라며 압도된 세계의 진실을, 문자로 바꿔 쓸 때마다.
그 여정이, 『그』가 뛰어가며 지켜온 하이랄의 아름다운 광경과, 하이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울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럽게, 영혼 깊숙히에서 솟아난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 했던 당시의 내가, 그 장면에서 그렇게까지 감동했던가.
애당초 게임에서,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던가.
그렇게,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의문은, 그 기억이, 그 광경이 의심할 수 없는 『진짜』라는, 압도적인 자신과 확신감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워버렸다.
품은건 『감동』이나 『기쁨』만이 아니다.
무서운 강적을 앞뒀을 때의 『공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던, 혹은 늦어버렸던 때의 『슬픔』과 『분함』을.
무엇보다도, 그런것들을 몇번이고 극복하게 해 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마치, 정말로, 그 시대의 『그』 본인이 되어 모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체험을, 집필활동과 동시진행형으로 겪는 동안, 『이 세계는 허구다』라는 생각은, 감각은,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혼에서 울컥거리는 이 마음이 허구라니,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건 용사의, 『링크』의 영혼의 기억이라는걸까.
……그러면, 왜 나 같은 불순물이 끼어든걸까.
여신 하일리아가, 뭐라도 삐끗한건가)
우연히, 어떤 타이밍에 운 나쁘게, 고귀한 영혼 속에 뒤섞여 들어간 유사품.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빌려버린 『링크』라는 이름과 혼을 더럽히지 않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이 영혼과 기억을, 진정한 『링크』에게, 이 세계의 일원으로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돌려줄 때 까지.
그것이 지금의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의미.
「………이!
어이, 링크, 문 열어!!」
「……나참, 시끄럽잖아.
문 안 잠겨 있다고, 버든(バド)」
필 받아서 집중한 찰나,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방해받은 나는, 그 이상의 작업을 포기하고 펜을 놓았다.
이곳이 2층이라는걸 일축하며 장난치듯 창문으로 들어온건, 마을 최고의 괴짜인 날 상대로, 옛날부터 끈질기게 얽혀오는 마을의 둘째 가는 괴짜.
방에서 거의 나갈 리 없는 나에게,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소년이었다.
「용무가 있으면 현관으로 들어오라고. 왜 일부러 2층 창으로 올라오는데」
「갔는데 부탁받았어. 네 할머니에게.
걱정이니까, 슬쩍 방의 상태를 보고 와 달라고」
「……할머니. 나 이제 성인인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리 간단히 사람이 바뀔리 없잖아.
특히 넌, 너희 엄마 죽은 뒤가 지독했으니까」
「…………뭐, 그건 그렇네.
눈에 초점은 없고, 반응도 적고, 불필요하게 걱정끼친 기억이야 있지만」
(그건 어머니가 죽은 쇼크라기보다는, 이 세계와 내 자신에게 현실감이 없었던게 원인인데 말야………)
이런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오히려 더 걱정시켜버리는게 눈에 선하다.
이제 몇년만 더 노력하면 『젤다의 전설』을 다 쓸 수 있겠지.
그 무렵에는, 『링크』라고 불릴 때 느끼는 『그건 내가 아니다』라는 위화감에, 자신의 것이 아닌 명성과 위업을 들이대는 듯한 죄악감을 마음 속에서 결론짓고, 용사와 같은 이름일 뿐인 평범한 하일리아인으로서, 진정한 의미로 이 세계의 일원이 되겠지.
그걸 위해서라도 빠르게 다시 집필하려던 나는, 버든의 생각치도 못한 제안을 듣고 무심코 말을 잃어버렸다.
「행상의 마차를 맞이하러 가자니.
……확실히 슬슬 도착할 때니까, 지금 출발하면 이웃마을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데, 굳이 왜?」
「으음, 그건 말이지……」
목을 갸우뚱거리며 끙끙거리면서, 날 납득시킬 이유를 열심히 떠올리려는 버든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옛날부터 이랬던 녀석이다.
친구를 사귀지 않고, 밖에서 놀지도 않고, 방에서 무언가를 쓰고만 있던 나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고 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고, 버든 나름대로의 성인 축하라 생각한 나는, 아직도 끙끙거리는 버든에게 동앗줄을 내려주는 심정으로 말을 걸었다.
「알았다고. 모처럼이니 서둘러볼까」
「아…… 그, 그래!!
…………전에 왕도로 가는 마차에 끼워놓은 그 책에 대한 답변이, 빠르면 다음 마차로 오겠지.
링크의 성인축하, 잘 되면 좋겠는데……」
「버든, 지금 뭐라고 했어? 책?」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 책 하니까……… 얌마, 버든!
전에 멋대로 빌려간 그 책, 어서 돌려줘!」
「지금은 무리」
「지금은, 어이…… 설마, 찢어버렸거나 잃어버린건」
「그게 아냐!
정말, 조금만 더, 중요한 일이 끝나면 돌려줄테니까!!」
「그거 쓰는데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각하는거냐고. 다시 쓰는건 사양이라고!!」
떠들석하게 말다툼하며 계단을 뛰어내려와, 그 기세로 달려나갔다.
갈아입는걸 완전히 잊어버린 나와 바드의 뒷모습을, 할머니가 안심한 듯한 미소로 전송하고 있었다.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그 때마다 짐받이가 뒤흔들리며, 대량의 상품을 쌓은 마차가 다음 마을을 목표로 길을 나아간다.
적당히 규모가 있고, 우유나 가죽제품이라는 특산품이 나와서, 주민들의 지갑이 허전하지 않은 카카리코 마을은, 상인들에게는 방문하는게 기대되는 익숙한 마을이었다.
식량부터 일용품, 기호품이라는, 평상시의 물건이 대량으로 쌓인 짐받이에, 이번에는 특이한 것이 끼어들어 있었다.
틀림없이 일반인과 다른, 검처럼 날카로운 기색을 풍기는 여성.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지켜지면서도, 아름답고 귀여운 얼굴이 이상하게 굳어진 소녀.
대량의 루피를 받고, 아무 잔소리도 없이 둘을 카카리코 마을까지 보내주는걸 의뢰받은 상인은 현명한 판단으로 그 약속을 지켜서, 덕분에 마을까지 앞으로 조금이라는 위치까지 와 있었다.
하얗고 작은, 생채기 하나 없는 손을, 무릎 위에 꾹 올려놓고 떨고 있는 소녀의 어깨를, 여성이 상냥하게 껴안았다.
자신의 불안과 긴장을 위로해주려는걸, 진심으로 기쁘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조금도 안심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소녀는 미안함만 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임파.
병사장인 당신을, 내 고집에 어울리게 해 버려서」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만나보고 싶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거겠죠?
그 책의 집필자와, 성을 뛰쳐나올 것도 불사할 각오로」
「그 이유가 문제에요.
마물의 피해를, 병사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왔는데.
그 책은, 그 책의 집필자는, 그런 저…… 아니, 성의 모두를 눈 깜빡할 사이에 제쳐둬버렸죠.
그 사람을 전술고문으로 받아들이자라는, 아버님의 생각 자체에는 저도 찬성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던 변변찮은 시책 따윈 계집아이의 농담이었다고 일축받고 싶어요.
질투와 분한 마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범하기 전에, 제대로 포기하고 싶습니다.
…………민폐밖에 아니죠. 갑자기, 이런 제멋대로인 행동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양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소녀를, 여성은 참지 못하고 그 가슴에 껴안았다.
달라붙어서, 얼굴을 끌어안은 가슴팍에 오열이 깊게 스며들었다.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건, 소녀의 마지막 고집이라 할 수 있겠지.
(누군가……누구 없는걸까.
공주님의, 젤다 님의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 함께 걸어갈 수 있을 사람은)
소녀를 달래며, 그 심중을 너무나도 염려한 나머지,
상인들에게서 미리, 정기적으로 순찰되고 있기에 이 길은 안전하다고 단언되어버렸기에, 분수에 맞지 않게 방심해버린 탓에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깊은 숲을 횡당하는, 어슴푸레한 가도를 달리는 마차를, 나무들 그림자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설』의 시작은 바로 이 순간부터였다.
후세에, 모두가 그렇게 말할 순간이, 이제 곧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젤다의 전설 최종장
전설이 시작되던 날
첫 기억은 『이번 생』의 어머니의 품 속.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볕 아래서, 기분 좋은 봄의 따스한 속에서 공포와 혼란으로 울부짖는 나를, 그녀는 상냥하게 얼러주었다.
세계가 일변한 그 때부터, 갓난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할 정도로,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이 흘렀다.
12세의 생일을 맞이한 오늘은, 경사스러운 성인식의 날이다.
다른데는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금 내가 태어나서 자란 이 마을은 12세를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풍습이 있었다.
역시 술이나 담배의 해금까지는 아니지만, 잘 자랐다는걸 축하한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점은 없다.
…………그래, 축하받는 것 자체에 불평은 없다고.
「그렇게 작았던 너도, 이제 성인을 맞이하는구나……」
갓난아이때 아버지를, 그리고 유소기에 어머니를 잃은 나를 혼자서 키워주신 할머니가, 눈가에 눈물이 배인 채 내 차림을 기뻐해주고 있었다.
기쁘고, 기뻐하고 싶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입에서 나오는건 메마른 쓴웃음 뿐.
부끄러워서 긴장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해주는 할머니에게는 고맙지만 동시에 미안했다.
왜냐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카카리코 마을』에서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해주는 복장이라는건…………
「용사의 옷을 입은 그 모습, 너희 부모님에게도 보여주고 싶구나.
이상한걸…… 마치 처음부터, 네가 입어야 하는 옷인 것 처럼도 보이는구나.
정말 잘 어울린단다, 링크」
녹색의 상의에, 뒤로 길게 늘어지는 초록 모자.
추가로 말하자면, 난 금발에 눈동자는 파랗고, 얼굴 양 옆에 길게 뾰족하게 뻗은 귀.
할머니의 재촉으로 전신거울 앞에 선 내 눈에 비친 것은, 틀림없이, 그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간판타이틀 중 하나.
『젤다의 전설』의, 녹색 옷을 입은 용사 링크.
그게, 곤란한듯한, 포기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내』가 링크…… 정말 바보같다고, 뭔 농담이냐고, 지금까지 몇번이고 생각해온건지.
어릴 적부터 매우 게임을 좋아했고, 특히 『젤다의 전설』은 전 시리즈를 구석구석 파고들었다.
하이랄의 대지도, 사람들도, 링크도, 젤다 공주도, 가논돌프도 좋아했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냉정하게 제3자의 시선만이 아니라, 색안경에 콩깍지가 끼기 쉬운 팬이 보더라도, 용사 링크의 모험이란 엄청난 고난이 가득하다.
가족이 없는건 심심하면 나오지, 친한 동료나 친구와 사별하게 된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된다거나.
링크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세계의 위기 그 자체가 숨겨졌기 때문에, 세계를 구한 영웅이면서도, 그 비밀이나 심경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는 고독을 계속 홀로 품기도 했다.
고독과 이별의 이야기…… 『젤다의 전설』을 그리 칭한 누군가의 말을 전의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납득했던 것 같다.
그게 당사자 『링크』에게 고통이었는지, 무거운 짐으로 느끼고 있었을지는 모른다. 아무튼 게임 속이니까.
용사라면 당연하다고, 이게 내가 이룩해야 할 사명이라고 라면서, 흔들림 없는 긍지와 자신감으로 싸워갔을지도 모른다.
………그게 『링크』라면, 나한텐 무리다.
무슨 인과인지…… 게임 속 세계여야 했을 하이랄에서 『링크』로 태어난 나는, 뭐랄까 허무감과 체념을 품으며, 유소기를 반쯤 타성으로 살고 있었다.
자포자기해서 집을, 마을을 뛰처나가거나, 차라리 죽어서 자유롭게 된다 따윈, 실행은 커녕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할머니에게 손자까지 빼앗을 수는 없었으니까.
정말, 그저 그 뿐.
「링크, 벌써 방으로 돌아가니?
모처럼 차려입었으니, 마을을 돌아보고 오면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다고 누가 기뻐해주는데. 이런 괴짜 성인을」
「링크……」
「괜찮아. 오늘 하루동안은 이 차림으로 있을테니까」
할머니가 걱정하는듯한, 슬퍼하는 표정과 목소리에서 도망치듯, 난 빠르게 방 문을 닫아버렸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실제로 말한대로다.
틀림없이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서 한걸음 물러서서, 벽을 세우고 살아온데다가, 10년 조금 넘은 인생 대부분을 이해하기 힘든 『기행』에 쏟아부은 나는, 동갑의 아이들은 커녕 어른들에게도 괴짜라고 불리며 소외되고 있었다.
성인을 축하하여, 녹색의 옷을 둘러서 틀림없이 『용사』의 복장인데도, 내 일과는 변하지 않는다.
창가의 책상에 걸터앉아, 서랍에서 종이다발을 꺼내서, 너무 써서 아이가 애용한 물건이라 생각되지도 않을 정도로 세월이 흐른 펜을 쥐고, 익숙하게 어제 쓴 다음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타이틀은, 『젤다의 전설』이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시리즈 내부의 시계열이 타이틀별로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용사만이 다룰 수 있는 신검 『마스터 소드』가 완성될 때 까지를 묘사하는 『스카이워드 소드』
그 무렵에는 아직, 용사 링크의 복장으로 익숙한 녹색의 옷이란 아무런 특색이 없는 기사학교 교복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지금 이 세상에서 성인식의 복장이 되었다는건, 지금은 이미 『녹색 옷을 입은 소년이 위업을 이룩한 후의 시대』라는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왕복하는 모험을 펼치는 빅 타이틀, 『시간의 오카리나』에서는 시간축이 단숨에 분기를 이뤘다.
지금 여기가 그 이전인가, 이후인가. 이후라면 어느 루트인가.
적어도 파악은 해 두고 싶다. 위험도가 상당히 차이나니까.
용사가 마왕에게 패배하고, 뒤를 이은 현자들에 의해서 가까스로 봉인이 이뤄지고, 그 후 몇 번이고 부활한 마왕의 위협에 처하게 되는 세계.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리고, 그 후에 원래 시대로 돌아간 것으로, 『시간의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렸다』라는 전설이 후세에 전해졌다…… 하지만, 용사 그 자체는 사라져버린 세계.
용사가 돌아온 원래 시대. 마왕이 초래한 공포의 시대가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되어, 그 후를 살아간 용사의 혈통이 남겨진 세계.
의사를 통한 고찰까지 행해진 그걸, 지금 내가 하이랄의 어느 시대에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다시 정리하려고 했던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대한 집필작업의 시작이었다.
이 세계에서, 이 곳에서 살아간다는 실감이 어찌됐든 부족했다.
내가 지금, 공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감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할머니라는 쐐기를 잃은 후 내가 어떻게 될지, 스스로도 판단하지 못했다.
그런 불안을 불식해주고, 나를 이 세상에 묶어준 것은
짓궂게도, 세계가 공상이라는 증명에 지나지 않았던게 틀림없을 전생의 기억과 지식이었다.
기억이 희미해져버리기 전에, 다시금 『정보』로서 정리하려는 행동이, 그 후의 나의…… 『지금』의 인생을 크게 뒤바꿨다.
컨트롤러를 쥐고 따라간 링크의 모험을…… 놀라며 압도된 세계의 진실을, 문자로 바꿔 쓸 때마다.
그 여정이, 『그』가 뛰어가며 지켜온 하이랄의 아름다운 광경과, 하이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울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럽게, 영혼 깊숙히에서 솟아난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 했던 당시의 내가, 그 장면에서 그렇게까지 감동했던가.
애당초 게임에서,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던가.
그렇게,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의문은, 그 기억이, 그 광경이 의심할 수 없는 『진짜』라는, 압도적인 자신과 확신감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워버렸다.
품은건 『감동』이나 『기쁨』만이 아니다.
무서운 강적을 앞뒀을 때의 『공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던, 혹은 늦어버렸던 때의 『슬픔』과 『분함』을.
무엇보다도, 그런것들을 몇번이고 극복하게 해 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마치, 정말로, 그 시대의 『그』 본인이 되어 모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체험을, 집필활동과 동시진행형으로 겪는 동안, 『이 세계는 허구다』라는 생각은, 감각은,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혼에서 울컥거리는 이 마음이 허구라니,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건 용사의, 『링크』의 영혼의 기억이라는걸까.
……그러면, 왜 나 같은 불순물이 끼어든걸까.
여신 하일리아가, 뭐라도 삐끗한건가)
우연히, 어떤 타이밍에 운 나쁘게, 고귀한 영혼 속에 뒤섞여 들어간 유사품.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빌려버린 『링크』라는 이름과 혼을 더럽히지 않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이 영혼과 기억을, 진정한 『링크』에게, 이 세계의 일원으로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돌려줄 때 까지.
그것이 지금의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의미.
「………이!
어이, 링크, 문 열어!!」
「……나참, 시끄럽잖아.
문 안 잠겨 있다고, 버든(バド)」
필 받아서 집중한 찰나,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방해받은 나는, 그 이상의 작업을 포기하고 펜을 놓았다.
이곳이 2층이라는걸 일축하며 장난치듯 창문으로 들어온건, 마을 최고의 괴짜인 날 상대로, 옛날부터 끈질기게 얽혀오는 마을의 둘째 가는 괴짜.
방에서 거의 나갈 리 없는 나에게,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소년이었다.
「용무가 있으면 현관으로 들어오라고. 왜 일부러 2층 창으로 올라오는데」
「갔는데 부탁받았어. 네 할머니에게.
걱정이니까, 슬쩍 방의 상태를 보고 와 달라고」
「……할머니. 나 이제 성인인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리 간단히 사람이 바뀔리 없잖아.
특히 넌, 너희 엄마 죽은 뒤가 지독했으니까」
「…………뭐, 그건 그렇네.
눈에 초점은 없고, 반응도 적고, 불필요하게 걱정끼친 기억이야 있지만」
(그건 어머니가 죽은 쇼크라기보다는, 이 세계와 내 자신에게 현실감이 없었던게 원인인데 말야………)
이런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오히려 더 걱정시켜버리는게 눈에 선하다.
이제 몇년만 더 노력하면 『젤다의 전설』을 다 쓸 수 있겠지.
그 무렵에는, 『링크』라고 불릴 때 느끼는 『그건 내가 아니다』라는 위화감에, 자신의 것이 아닌 명성과 위업을 들이대는 듯한 죄악감을 마음 속에서 결론짓고, 용사와 같은 이름일 뿐인 평범한 하일리아인으로서, 진정한 의미로 이 세계의 일원이 되겠지.
그걸 위해서라도 빠르게 다시 집필하려던 나는, 버든의 생각치도 못한 제안을 듣고 무심코 말을 잃어버렸다.
「행상의 마차를 맞이하러 가자니.
……확실히 슬슬 도착할 때니까, 지금 출발하면 이웃마을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데, 굳이 왜?」
「으음, 그건 말이지……」
목을 갸우뚱거리며 끙끙거리면서, 날 납득시킬 이유를 열심히 떠올리려는 버든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옛날부터 이랬던 녀석이다.
친구를 사귀지 않고, 밖에서 놀지도 않고, 방에서 무언가를 쓰고만 있던 나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고 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고, 버든 나름대로의 성인 축하라 생각한 나는, 아직도 끙끙거리는 버든에게 동앗줄을 내려주는 심정으로 말을 걸었다.
「알았다고. 모처럼이니 서둘러볼까」
「아…… 그, 그래!!
…………전에 왕도로 가는 마차에 끼워놓은 그 책에 대한 답변이, 빠르면 다음 마차로 오겠지.
링크의 성인축하, 잘 되면 좋겠는데……」
「버든, 지금 뭐라고 했어? 책?」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 책 하니까……… 얌마, 버든!
전에 멋대로 빌려간 그 책, 어서 돌려줘!」
「지금은 무리」
「지금은, 어이…… 설마, 찢어버렸거나 잃어버린건」
「그게 아냐!
정말, 조금만 더, 중요한 일이 끝나면 돌려줄테니까!!」
「그거 쓰는데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각하는거냐고. 다시 쓰는건 사양이라고!!」
떠들석하게 말다툼하며 계단을 뛰어내려와, 그 기세로 달려나갔다.
갈아입는걸 완전히 잊어버린 나와 바드의 뒷모습을, 할머니가 안심한 듯한 미소로 전송하고 있었다.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그 때마다 짐받이가 뒤흔들리며, 대량의 상품을 쌓은 마차가 다음 마을을 목표로 길을 나아간다.
적당히 규모가 있고, 우유나 가죽제품이라는 특산품이 나와서, 주민들의 지갑이 허전하지 않은 카카리코 마을은, 상인들에게는 방문하는게 기대되는 익숙한 마을이었다.
식량부터 일용품, 기호품이라는, 평상시의 물건이 대량으로 쌓인 짐받이에, 이번에는 특이한 것이 끼어들어 있었다.
틀림없이 일반인과 다른, 검처럼 날카로운 기색을 풍기는 여성.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지켜지면서도, 아름답고 귀여운 얼굴이 이상하게 굳어진 소녀.
대량의 루피를 받고, 아무 잔소리도 없이 둘을 카카리코 마을까지 보내주는걸 의뢰받은 상인은 현명한 판단으로 그 약속을 지켜서, 덕분에 마을까지 앞으로 조금이라는 위치까지 와 있었다.
하얗고 작은, 생채기 하나 없는 손을, 무릎 위에 꾹 올려놓고 떨고 있는 소녀의 어깨를, 여성이 상냥하게 껴안았다.
자신의 불안과 긴장을 위로해주려는걸, 진심으로 기쁘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조금도 안심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소녀는 미안함만 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임파.
병사장인 당신을, 내 고집에 어울리게 해 버려서」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만나보고 싶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신거겠죠?
그 책의 집필자와, 성을 뛰쳐나올 것도 불사할 각오로」
「그 이유가 문제에요.
마물의 피해를, 병사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왔는데.
그 책은, 그 책의 집필자는, 그런 저…… 아니, 성의 모두를 눈 깜빡할 사이에 제쳐둬버렸죠.
그 사람을 전술고문으로 받아들이자라는, 아버님의 생각 자체에는 저도 찬성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던 변변찮은 시책 따윈 계집아이의 농담이었다고 일축받고 싶어요.
질투와 분한 마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범하기 전에, 제대로 포기하고 싶습니다.
…………민폐밖에 아니죠. 갑자기, 이런 제멋대로인 행동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양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소녀를, 여성은 참지 못하고 그 가슴에 껴안았다.
달라붙어서, 얼굴을 끌어안은 가슴팍에 오열이 깊게 스며들었다.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건, 소녀의 마지막 고집이라 할 수 있겠지.
(누군가……누구 없는걸까.
공주님의, 젤다 님의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 함께 걸어갈 수 있을 사람은)
소녀를 달래며, 그 심중을 너무나도 염려한 나머지,
상인들에게서 미리, 정기적으로 순찰되고 있기에 이 길은 안전하다고 단언되어버렸기에, 분수에 맞지 않게 방심해버린 탓에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깊은 숲을 횡당하는, 어슴푸레한 가도를 달리는 마차를, 나무들 그림자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설』의 시작은 바로 이 순간부터였다.
후세에, 모두가 그렇게 말할 순간이, 이제 곧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