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화까지의 줄거리》
패계의 권속에 의하여, 전 세계에 트리플 제로가 확산되었다! 제로로보가 대량 발생하고, 지구 전역이 제압될때까지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구 인류가 가만히 팔짱만 낀 채, 멸망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정해로 부활한 대원들이 GGG 그린으로 귀환. GGG 블루와 함께 새로운 전략을 짠다. 시시오 라이가를 구출하여 디스크 X를 증산, 역전으로의 희망으로 이어가자는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 열쇠를 쥔 것은 용신 네자매. 아직도 광룡과 암룡의 기체에 잔류해 있는 트리플 제로를 활용하여, 월룡, 일룡과의 기적의 심메트리컬 도킹을 감행. 매우 강력한 출력을 지닌 패계 환룡신과 패계 강룡신과 대항하자는 작전이다. 하지만 그것은, 월룡과 일룡이 트리플 제로에 침식될때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해치워야 한다는 가혹한 일. 조금이라도 침식을 늦추기 위하여, 월룡과 일룡에는 마모루와 카이도가 타게 되었다.
GGG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엄격한 결전이,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number.07 煉 -PURGATORY- A.D. 2017(4)



5


가나가와현 요코하미 시의 〈세풀크룸〉―――사람에게 인지되지 않는 불가지영역에는, 아니무스의 꽃이 한가득 피어 있다. 하지만, 이 꽃은 자생한 게 아니다. 정성들여 키우는 자가 있다. 생명이 다하려는 인간을, 모판 삼아 은밀하게 모아온 솜니움들이, 이 세풀크룸의 땅에 묻은 것이다.
생명의 등불이 사라질 때, 사람의 얼굴에 활짝 피어나는 요염한 꽃――아니무스의 꽃. 거기에 열리는 열매는, 영혼의 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솜니움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물건. 생명을 유지하는 양식임과 동시에, 초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매개가 된다. 그저 생명의 결정이라고만 한다면, 모든 생물에게 꽃이 피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서 그 모판이 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인류뿐이다. 유전자 배열이 9할 이상 일치하는 유인원 같은 유사 종족조차,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영혼 탓인지, 지성 탓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아무튼 솜니움이 사람이라는 종족을 지켜온 것은, 아니무스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지금 그 귀중한 꽃을 짓밟는 침입자가 있었다. 자그마한 몸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무스의 꽃을 흐트리며, 걸어간다. 세풀크룸을 지각할 수 있는 이상, 그 자는 사람이 아니다. 솜니움이되, 솜니움의 가치관과 어울리지 않는 자. 그 이름은――

『무엇을 하러 왔지――데우스』

라미아의 이마에 십자광이 점멸하는 것과 동시에, 그 의사가 전해졌다. 그 표정에는, 경계와 적의가 떠올라 있었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무표정해보이더라도, 솜니움에게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자들도 거의 마찬가지. 라칸, 유우야, 히이라기, 가쥬마루, 샤라…… 경계와 적의중 어느쪽이 앞서기는 해도, 둘 중 하나의 감정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유일한 예외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특이한 현악기를 들고 있는 라이 뿐. 그 혼자 히죽거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익살꾼처럼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 때마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몇개의 조그마한 주머니도 흔들거린다. 동족인 동료들에게도, 라이의 속내는, 그 주머니의 내용물처럼 파악할 수 도 없다.
경계와 적의의 의사를 실은 다수의 림피드 채널을 수신해도, 데우스는 온화할 뿐. 외견상으로는 10세 정도의 소년. 고대 그리스 주민같은 의복에, 밝게 빛나는 듯한 금빛의 머리에는, 월계관이 씌여져 있다. 줄을 엮어낸듯한 신발 아래에는, 아니무스의 꽃이 짓밟인 채. 아마도 그것이 라미아들의 적의를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데우스는 상쾌한 표정으로 이마에 십자광을 점멸시켰다.

『때를 알리러 온거야』
『때라고? 무슨 때를 알리려 나타난거야!?』

라미아를 대신해서 물어본 것은, 외견상은 데우스와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으로 보이는 가쥬마루다. 애당초 상쾌한 언행을 하는 데우스와 달리, 가쥬마루의 의사는 열화처럼 타오르고 있다. 가쥬마루의 등 뒤에서, 샤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결전의 때지. 너희들도 눈치채고 있을텐데――지난 싸움에서, 내가 간섭하고 있었다는걸』

그것이 G아일랜드시티에서의 싸움을 가리키고 있었다는건 명백했다. 그 때, 패계의 권속의 계획을 간파한 라미아와 라칸은, 강하며 귀중한 아니무스인 〈위웨레의 열매〉의 모판이 되는 혈족, 〈희망되는 자〉――〈사이 히노키〉를 지키기보다, 우선시해야 할 다른 장소로 간 것이다. 우주개발공단의 지하에 있는,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패계왕 킹 제이더를 급습. 사중지활을 찾기 위하여. 하지만 항상 적의 능력에 맞춘 전술을 특기로 삼는 그들조차, 조금의 광명도 없이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패배했던 것이다.
패계왕을 토벌하기는 커녕, 희망되는 자가 구해진 것도 요행에 가깝다. 아니, 그건 요행이 아니었다.


『으음… 가장 옛된 자여. 그 때, 위웨레의 자가 구해진 것이, 아무래도 간섭의 결과라는건가』

데우스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의사를 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곳의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그 때, 사이 히노키와 깊은 인연을 지닌 아오노 케이타에게 조력한 것이 데우스라는 것을.
그리고, 데우스의 간섭은 그 뿐만이 아니다. 패계의 권속의 파상공격 초기단계에, 그 징조를 라미아들에게 알린 것도 그다.

『데우스여―― 네가 가장 옛된 전설의 솜니움이라면, 어째서 우리들이나 사람에게 간섭하지』
『물어볼 필요까지 있을까. 나도 이 땅에서 발생한 지적생명체중 하나. 솜니움의 동족도, 사람이라는 종족도, 모두 사랑스럽다고 여기고 있지』
『그러면, 이 사태에서 어째, 스스로 전력을 내려고 하지는 않지?』

라미아의 질문에, 데우스가 대답했다.

『간단해. 나는 "보는 자". 커다란 힘은 지니고 있지 않아. 그렇기에 내가 본 것을 전하는 것으로밖에 간섭하지 못하는거야』

그 의사에, 거짓이나 속이려는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진실이라고 느껴졌다.

『으음… 이 세상의 개벽에서 종언까지를 간파하는 전설의 솜니움이, 별다른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니―― 나 이상으로, 음… 겸허한 성격인 듯 하군』

그 순간, 『누가 겸허하다는거냐』라는 의사가 거품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아마도 이 곳의 복수의 의사가 뒤섞였겠지.

『으음… 나는 학구의 도를 추구하는 자로서, 동서고금의 솜니움의 기록을 조사했지. 그 결과, 하나의 의심스러운…… 아니, 경악스러운 진실이라 할 수 있는 전설을 알았다. 이어져가는 긴 시대에서, 데우스라는 솜니움이 종의 존망에 관련된 사태에 몇번이고 간섭하고 있었다. 라고』

항상 다른 이를 깔보는 오만스러운 라칸이, 이 때 경탄스러운 시선으로 데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당초 솜니움은 사람과 비하여 생식능력이 지극히 낮은 대신 장수하는 자. 라미아나 라칸도 젊은이처럼 보이는 용모지만, 이미 사람이라는 종족의 수명의 몇배를 살아왔다. 하지만, 불로도 아니고 불사도 아니다. 수천년의 시간을 살게 되면, 과거의 파키라 장로처럼 늙음과 인연이 없을 수 없게 되고, 이윽고 멸망의 때가 오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데우스의 전설은 솜니움이 "기록"이라는 행위를 시작했을 시대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것도 언제나 변함없이, 상쾌한듯한 소년의 모습으로. 솜니움이라는 초상의 종족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존재가 이 데우스였다. 그리고 라칸에게, 아니. 이 곳에 있는 모든 이에게 있어서, 이것이 전설의 존재와 만나는 첫 기회였다.
라칸이 향하는 경탄의 시선도, 데우스에게는 특별한게 아니겠지. 영겁이라 할 수 있을 그 생애가 진실이라면,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이미 몇번이고 반복된 반응일지도 모른다. 온화한 표정인채로 데우스는 이마에 십자광을 점멸시켰다.

『일찍이, 이 땅의 지적생명체는, 몇번이고 존망의 위기에 처했지. 하지만, 내가 간섭할 것도 없이, 너희들이나 사람은 그것을 극복했어……』

데우스가 말하는 대로. 존다나 원종, 유성주라는 외적. 그리고, 칸켈이라는 생체중에 잠복한 위협. 그 모든 것을 사람, 그리고 그들과 공생하는 솜니움은 함께 극복해온 것이다.

『하지만, 새벽의 영기에 의한 침식은, 지금까지의 위기와는 달라. 너희 솜니움도 앞으로 세번. 멸망의 때를 극복해야만 해. 난 그것을 전하러 온 거야』

그런 의사를 전하며, 데우스는 명랑하게 미소지었다. 호리호리한 다리 아래, 짓밟힌 아니무스의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동완수요새함 〈와다츠미〉, 분리발진!」

팬텀가오의 콕핏에 앉은 시시오 가이의 호령에, 디비전 X라는 거대한 물체가 GGG 오비트 베이스에서 분리되었다. 우주기지의 한 구획이던 구조체에서 요새함으로 변형한 와다츠미는, 그대로 대기권으로 돌입을 개시했다.
가이의 시야에는, 멀티모니터로 비추어지는 GGG 그린과 GGG 블루 기동부대 대원들이 비춰져 있다. 와다츠미가 발진하기 직전까지, 빅 오더 룸에서의 브리핑을 보충하는 내용을 일동에게 지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번 작전은, 패계 환룡신, 패계 강룡신과 다시 마주쳤을 때 발동한다는, 지금보다 좀 더 나중의 사건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브리핑이 끝나기도 전에 긴급 발동되게 된 것이다. 준비를 만전으로 하고, 다음 접촉을 기다린다면, 작전 성공율은 높아지겠지. 하지만, 지구 전역의 흑화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미 유예는 없다. 상정되는 몇가지 상황에 대한 대항책의 지시를 마치자, 용사로보들이 저마다 라져를 알리며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남은 넷의 얼굴을 가이는 바라봤다.

「부탁한다, 마모루, 이쿠미, 케이타, 히노키!」
「맡겨만주십쇼! 난이도 높은 임무가 성공할 때마다, 대출 조기상환이 가능하니까, 의욕이 넘친다고요!」
「정말, 그런 부끄러운 말은 하지 마!」

히노키가 약혼자의 발언에 얼굴을 찡그렸다. G아일랜드 시티에 위치한 둘의 사랑의 보금자리(예정)는 제로로보에게 유린되었으나, 카펜터즈에 의하여 수복되었다. 하지만 바로 케이타가 GGG 입대를 결정, 지구의 궁지를 같이 구하기 위하여 참전한 것이다. 거기서의 달코~옴한 신 생활(예정)은 보류되었다. 다짜고짜 위험한 세계에 뛰어들게 된, 그런 케이타를 분발시키기 위하여, 아카마츠 장관이 특별 보너스를 설정해줬는데, 이걸로 지구가 구해질 수 있다면 싼거겠지.
특히, 이번에는 카이도와 마모루를 대신하여, 케이타와 히노키가 가오가이고에 다이브하게 된다. G 아일랜드 때에는 G스톤과 같이 태어난 아이(申し子), 마모루의 조력이 있었다. 그것 없이, 육체적으로는 일반인과 차이 없는 둘이, 용사왕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GGG 그린 기동부대 대장 겸 장관 대리의 목소리에도, 케이타와 히노키를 향한 위로의 기색이 보인다.

「무리는 하지 마. 둘 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날 의지해주라고」
「하아, 든든하네! 그럼 처음부터 의지할 생각 한가득으로 가겠습니다, 가이 씨!」

농담인건지 진심인건지, 어느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표정으로, 케이타가 선언했다. 덧붙여서 이 둘의 관계는 상당히 미묘하다. 호적상으로는 가이가 케이타보다 4년 빨리 태어났다. 하지만, 지구에서의 10년 가까운 세월을 며칠만에 훌쩍 도약해온 가이보다, 호적 그대로의 나이가 된 지금 현재의 케이터가 연상인 것도 확실하다.
GGG에 입대한 직후, 존댓말을 써온 가이에게, 케이타는 양손을 얼굴 앞으로 흔들며 마구 지껄였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하지 말라고요! 그 시시오 가이 씨가 나한테 존대말이라니, 진짜 말도 안됨다!」

케이타에게 있어서, 시시오 가이란 최연소 우주비행사였을 시대에도, 존다와 싸우고 있었던 시대에도, 자신보다 연상의 히어로 같은 존재였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나서 젊은 모습 그대로라고는 해도, 존댓말을 써와서는 진정하지 못한다. 그 뿐이다. 결국, 애당초 상냥한 성격인 가이는, 케이타도 히노키도 카이도도 퍼스트네임으로 부르게 된다. 하지만 케이타는 「가이 씨」로 부르는게 힘껏인 것이다.

케이타와 히노키가 다이브하는 각성인 가이고와의 통신을 마친 가이는, 메인오더룸의 하나가, 비클모드용 운전석에 있는 마모루와 통신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시야 구석에서 파악했다.

『좌석, 내G시트(耐Gシート)로 바꿨는데, 갑작스러운 작업이라서…… 불편하지 않아?』

본래, 내 G시트란 사용자의 체형에 맞춰 제조되는 것이 보다 고성능. 하지만,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출격이라는 점도 있어서, 범용 시트가 사용되고 있다. 그 피팅을 하나가 걱정하고 있었다.

『조금 끼려나…… 지난번에 하나 짱이 만들어 준 손요리가 맛있어서, 1kg정도 쪄버렸으니까』
『에엑, 그럴수가… 어쩌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하나의 목소리에, 마모루가 당황했다.

『아, 거짓말이야 거짓말. 미안! 사실은 딱 맞아. 응, 역시 하나 짱이 골라준 시트야!』
『아아…정말…… 깜짝 놀랐어…… 그러면, 다행이다……』

거기서 일룡의 AI가 반응했다.

『온도 외에도 따뜻하다 느낄 수 있는거군요.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해하는 하나를 기운차리게 하려는 마모루의 농담이었지만, 긴장 속에 있던 비클로보의 분위기도 덤으로 풀어준 것은 확실한 듯 했다. 마모루가 연인을 신경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마모루와 카이도인 이상, 누가 가장 가슴졸일지는 분명하다.
가이는 그 회화에 미소지으며, 월룡의 운전석으로 회선을 연결해서 불렀다.

「……이쿠미. 부탁이 있어. 잠깐 괜찮을까?」
「네. 무슨 일이죠?」
「이쪽의 오퍼레이터가 불안해하고 있는데, 격려해주지 않겠어」

그리 말하며, 가이는 통신회선을 이었다. GGG 블루 대원이면서, GGG 그린의 관제업무가 위탁된 오퍼레이터와 월룡의 운전석을 은닉회선으로 직결시킨 것이다. 에볼류더로서 자신의 손발처럼 통신망에 개입 가능한 가이에게 있어서, 조금 전부터 알루에트가 숨을 죽이고 일동의 회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명백하게 파악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 잠깐 가이! 불안해하고 있다니 멋대로――」

소녀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성격 치고는 드물게 당황하며,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바로 회선이 자신과 카이도만을 연결한 상태가 된 것을 파악하고는, 알루에트는 순식간에 침묵을 지켰다.

(이런…… 지난번에 그런 말을 들은 직후인데, 이래서야 나는…)

알루에트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고, 변명을 생각했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사람의 몇배의 속도로 회전하는 뇌세포가, 열폭주라도 일으킨건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

(진정해…… 진정하는거야, 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소녀의 통신 인컴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속삭이듯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알루에트」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지금까지, 카이도 이쿠미는 "너"라고 불렀을 뿐, 그녀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카이도 씨……」

숨기려고 해도, 목소리가 떨려버리고 만다. 분명 옆자리인 하츠노 하나에게도 보이고 있겠지. 하지만 알루에트는, 푸른 눈동자에서 주륵주륵 흘러나오는 뜨거운 액체를, 멈출 수 없었다.

「불안하게 시켜버렸지만…… 난 여기서 쓰러질 생각도, 패계의 권속이 될 생각도 없어. 이뤄야 할 일을 할 때까지, 반드시――」

그것이, 지금은 패계의 권속의 곁에 있는 자들을 되찾으려는 강한 결의라는 것은 명백하다. 알루에트 역시, 10년 전에 도와줬던 사람들을 구해내고 싶다는,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까.

「응, 믿고 있어…… 함께, 그 사람들을 되찾죠」

그 목소리에는 이제 떨림은 없고, 눈동자에도 눈물은 고여있지 않았다.
하나는 왠지 건성이라, 알루에트의 모습을 살필 여유도 없는 것 같았다.
마모루는 조금 하나를 신경쓰고 있었지만,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동료 AI로보들에게도 말을 걸며 신경쓰고 있었다.
아마미 마모루와 하츠노 하나. 카이도 이쿠미와 알루에트, 아오노 케이타와 사이 히노키. 저마다 얼마 되지 않는, 그러면서 귀중한 시간을 사용하며 말을 주고받고 있다. 그 기색이, 회선을 통해 자그마하게 전해져간다. 물론 가이는 내용까지 듣는건 아니다. 에볼류더로서의 초감각이, 통신량의 증감 뿐인 정보를, 작은 새들의 맑고 투명한 지저귀는 소리처럼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순간, 가이는 사소하게나마 행복한 기분을 맛봤다.


(………미코토, 조금만 더 기다려줘)

지금부터 찾아올 패계의 권속과의 상상을 초월할 사투. 그 너머에 약속되어 있을 운명, 〈우츠기 미코토와의 재회〉를 상상하며――


빅 오더 룸에서 메인 오더 룸으로 이행한 GGG 수뇌부는, 메인 스크린에 비춰진 강하중인 와다츠미의 영상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전리층을 통과할 무렵에 통신 효율이 떨어졌었지만, 인비저블 버스트 이후 광통신 시스템이 정비된 것도 있어서, 그런 미비점도 해소되었다. 덕분에 오퍼레이터 자리의 하나와 알루에트가 사적인 회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아카마츠 장관은 보고도 못 본 척 하며, 나무라려고 하지 않았다. G스톤이나 J주얼로 싸우는 자들의 힘을 높이기에는, "무섭다는 마음을 극복하는 용기의 에너지"나 "발버둥치는 생명의 힘"을 강하게 지녀야만 한다. 마모루들에게 있어서, 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GGG 스텝들은 모두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마츠는 슈퍼바이저 자리의 양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봐, 양 양반. 이 유능 장관님의 전술, 어떻게 보고 있지?」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잔재주는 없어보이는데. G아일랜드 당시, 패계의 권속은 압도적인 우위를 확립했다. 남은건 "끝내기(寄せ)"뿐이겠지」

양은 바둑이나 쇼기에서 쓰는 용어를 꺼냈다. 대세가 결정된 후, 종국을 보다 좋은 형태로 이끌어가기 위한 단계라는 의미다.

「켁, 남은건 투료를 기다리는 것 뿐인가? 미안하지만 이쪽의 끈기만큼은, 초대 장관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여전히, 말 곳곳에서 타이가 코타로에 대한 대항의식이 보이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의 배려는, 지금의 양도 할 수 있다. 입에서 나온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신경쓰이는건, 패계의 권속이 나타난 토지쪽이다」
「아앙? 그 곳에 뭐가 있다는건데?」
「No~No~ 장관. 깜빡은 좋지 않A. 저긴 6500만년 전, 초룡신이 떨어져 내린 곳이라GO」

둘의 대화에, 프리클 참모가 끼어들었다. 그가 말하는 대로, 그곳은 새틀라이트 서치로 발견된 패계의 양장, 환룡신과 강룡신의 반신들이 깊은 인연을 지닌 땅이다.
일찍이 ZX-06 〈두뇌원종〉이, 소행성대에서 ES윈도우로 전송한 거대 운석을 지구로 낙하시키려던 적이 있다. 초룡신은 그걸 막기 위해, 그 몸과 함께 ES윈도우 너머로 거대 운석을 되밀어낸 것이다. 운석은 목성으로 전송되어, 파울리의 베타원리에 의한 반발현상에 의해, 이 단계에서의 시공연속체에서 튕겨졌다. 그 때, 〈트리플 제로〉의 부산물로서 목성에 존재하던 초에너지 〈더 파워〉가, 초룡신을 운석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하여, 6500만년 전의 지구로 이끌어낸 것이다. 현재는 더 파워가 시공의 틈새에서 흘러나온 트리플 제로의 일부라는 것이 판명되어,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하여 거대 운석이 시공을 넘었을지도 추정되고 있다. 이 때 더 파워…… 즉 극소의 트리플 제로를 두른 초룡신은, 거대 운석과 함께 지상에 낙하. 현대에 되살아날 때 까지, 지층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 땅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다.

「칙술루브 충돌구에서는, 이전부터 지자기 이상이나 중력분포의 편향이 관측되어 있지. 하지만 그건 미소한 편차이며, 6500만년 전의 흔적에 지나지 않아. 지금 현재 패계의 권속이 하려는 일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건지……」

양은 드물게 고뇌했다. G 아일랜드 시티에서는 타이가의 작전을 전부 읽어내지 못하여, 선수를 채이고 말았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번에야말로 인류멸망에 직결될지도 모른다. 양은 필사적으로 타이가의 사고를 재현하려고 뇌내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끝 없는 미궁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그런 양의 고뇌는 끊이지 않고, 와다츠미는 결전의 땅으로 강하해간다…….


6


유목을 주산업으로 하는 풍경 좋고 수려한 토지(風光明媚). 그것이 유카탄 반도의 경관이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때까지 신록으로 풍부했던 토지가, 제로로보의 무리에 의하여 빛을 조금도 반사하지 않는 칠흑의 이형지대로 덧칠되어 간다. 방사상으로 확대되어가는 흑화의 중심지는, 확실히 칙술루브 충돌구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곳에는 두 거인이 서 있었다. 패계의 권속이며, 패계왕의 양 손을 담당하는 양장――패계 환룡신과 패계 강룡신이다.
게다가 그 발 밑에는 네 남녀가 있었다.


「……뭘, 전부 연출이지」

가장 키가 크고 검은 롱 자켓을 입은 남자가 대답했다. 조금 전, 핑크빛으로 염색한 폭발 헤어스타일의 노인에게 「그런데 장관, 왜 이 크레이터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한거지?」라는 질문을 받아서 그에 대답한 것이다.
위성궤도상에서, 양 롱리가 필사적으로 답을 찾은 수수께끼――칙술루브 충돌구를 결전의 땅으로 선택한 이유. 그것은 "연출"이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들 젊은 GGG도, 유연하며 대응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갖추고 있지. 이쪽이 쓸데없이 시간을 들여 버리면, 반드시 대항책을 찾아내겠지」
「OH! 그러니GGA 이것이, 도망칠 수 없는 결전이라고 생각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거네YO!」

금발창안의 여성이 양손을 두드리며 납득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타이가 코타로, 시시오 라이가, 스완 화이트―― 모두 트리플 제로에 침식되어 패계의 권속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윤리관을 변질시켜서, 지적생명체의 활동의 종식이야말로 지상명제라 생각하게 만드는 컬트 에너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격이 덧칠된 것은 아니다. 그들의 퍼스널리티는 침식되어, 어느정도 변화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이가는 여전히, 깊은 지성과 통찰력을 지녔으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 댄디 중년인 채였다. 그리고, 그건 이 곳에 있는 몇명과 같이 있는 그녀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가이…… 이제 곧이야. 이제 곧, 다시 함께 있을 수 있어」

우츠기 미코토는, 눈물 고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패계의 권속이 되기 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둘도 없는 존재인 시시오 가이가 내려올 하늘을.
우츠기 미코토의 마음이 닿은건지――창공 구석의 구름 사이에서, 와다츠미의 거대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 무렵, 깊은 잠 속에서, 사쿠라는 망가진 장난감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끝났어オワル…… 끝날거야オワルヨ……끝났オワ………………」



(계속)

다음화 8월 갱신 예정
Posted by 리나네기